솔지
MBC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1부작 2015년 2월 18일 오후 5시 50분
다섯 줄 요약
8명의 가수가 복면을 쓰고 토너먼트로 대결을 벌였다. 정상급 가수부터 가수가 아닌 의외의 인물들까지 다양한 연예인들이 무대에 올랐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보는 ‘내가 아는 한 가지’를 히트시킨 원조 테리우스 이덕진부터 조권, 케이윌, 홍진영과 같이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가수들, 그리고 개그우먼 신보라, 배우 김예원 원기준 등이 노래 솜씨를 뽐냈다. EXID의 솔지는 의외로 폭발적인 성량을 선보이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리뷰
또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지루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르다. 복면을 쓰고 노래한다는 장치가 가미됐다. 이로 인해 은근히 다양한 재미들이 가미된다. 맞히는 재미, 만나는 재미, 그리고 의외의 발견을 할 수 있는 재미들이 생긴다.
일단 출연진이 가수 이외의 연예인들에게까지 열려 있기 때문에 맞혀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맞추는 것은 패널들의 몫이다. 들국화의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를 들었을 때 이덕진을 떠올린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덕진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신선했다. 이덕진을 모르는 제국의 아이들 광희에게 이덕진이 “광희 씨 회사 대표님이 제 로드매니저였다”라고 말하는 것은 여러 세대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가면을 씌우니 오히려 노래에 집중을 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누가 부르는지 모르기 때문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편견도 없어진다. ‘자체 검열 모자이크’가 EXID 솔지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위 아래’가 떠올라서 노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 또한 김예원에 대해서도 ‘배우가 얼마나 하겠어?’라고 색안경을 쓰고 노래를 듣게 됐을 것이다. 선곡도 나쁘지 않았다. 이남이의 ‘울고 싶어라’는 케이윌의 소울풀한 노래를 표현하는데 적절한 선곡이었다.
‘복면가왕’의 미덕은 ‘가벼움’에 있다. 김구라, 김형석, 지상렬, 걸스데이 유라, 황석정 등 음악전문가부터 일반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시각이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들은 심사를 하지 않고 의견을 말한다. 특별히 누구의 의견이 권위를 갖지 않는다. 작곡가 김형석은 정확하면서도 힘을 뺀, 수더분한 자세를 취하고, 황석정은 배우임에도 은근히 족집게 같은 의견을 내놓는다. 지상렬, 유상무 등이 눈치 보지 않고 의견을 내놓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참여할 만한 공간이 생긴다. 그리고 나름 음악의 조예가 있는 김구라가 정리를 말끔하게 한다. 이런 가벼움은 최근 무겁고, 힘이 들어간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다른 장점이다. 스피디한 전개 역시 매력적이다. 이 정도라면 정규방송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복면을 벗지 않는 우승자를 알아내기 위해 일주일 이상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수다 포인트
– 김정남 씨는 말씀이 없으셨던 건가요? 아니면 통으로 편집된 건가요.
– 김구라 씨와 김형석 씨가 주고받는 이야기들 빵 터져요.
– 10년 경력의 가수 솔지 씨 축하드려요.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MBC ‘복면가왕’ 사진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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