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앤 세바스찬
벨 앤 세바스찬
벨 앤 세바스찬



“처음 벨 앤 세바스찬을 결성했을 때 그건 저에게 어느 여름의 가슴 떨리는 연애사와 같았죠. 하지만 밴드를 시작하고 나서는 모든 것이 더 좋아졌어요. 그 연애상대들이 7명이란 사실만 빼면 모든 것이 연애와 같았죠.”

벨 앤 세바스찬의 리더 스튜어트 머독이 말했다. 벨 앤 세바스찬을 좋아하는 한국의 팬들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음악과 연애를 하게 하는 마음을 들게 하는 밴드가 바로 벨 앤 세바스찬이다.

세련된 언니오빠들이 좋아하는 벨 앤 세바스찬이 오는 12일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단독 내한공연을 갖는다. 2010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이은 두 번째 내한이다. 최근 스튜어트 머독이 감독으로 참여한 영화 ‘갓 헬프 더 걸’이 개봉했고 새 앨범 ‘걸스 인 피스타임 원트 투 댄스(Girls in Peacetime Want to Dance)’도 나왔으니 벨 앤 세바스찬을 종합적으로 즐길 찬스인 것이다. 벨 앤 세바스찬을 잠시 잊었다면, 다시 연애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옛 애인을 만나는 기분으로 이들을 맞이하라. 다음은 스튜어트 머독과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

Q. 근황은 어떤가?
머독: 좋다, 투어 중이라 바쁘게 보내고 있다.

Q. 2010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로 내한했었다. 오랜만에 내한하는 소감이 어떤가?
머독: 오랜만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노래하고 춤췄으면 좋겠다. 진솔하고 즐거운 농담들도 오가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Q. 대학교 뮤직 비즈니스 수업의 기말고사 프로젝트로 벨 앤 세바스찬이 결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니, 어떻게 학교 숙제로 밴드를 결성할 생각을 했나?
머독: 음반 제작의 모든 과정을 경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숙제였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고 사람들이 내가 혼자서 작업하는 곡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었다. 우연한 기회였고 그때 너무 떨리고 신났던 기억이 난다.

Q. 학교 숙제라 할 수 있는 앨범 ‘타이거밀크(Tigermilk)’가 인기를 끌었다. 이 앨범이 히트하고 밴드가 유명해졌을 때 기분이 어땠나? 세상 참 쉽다?
머독: 사실 예상치 못했다. 내가 작곡가가 되리라고도 상상도 못했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밴드 이름이 알려지고 나쁜 점이 없었냐고 사람들이 물어보지만 사실 모두가 장점이었다. 우린 여전히 음악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창작에 따른 엄청난 자유가 주어진다. 그리고 물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포함이다.

Q.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인들의 음악을 자평한다면?
머독: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삶의 어떤 부분에서 동화를 만들어 내는 건 필요하다. 사람들은 순수하거나 혹은 바보 같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부끄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동화는 믿음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그리고 믿음은 신념과 용기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Belle and Sebastian (general use)
Belle and Sebastian (general use)
Q. 새 앨범 ‘걸스 인 피스타임 원트 투 댄스’ 발매를 앞두고 있다. 타이틀은 어디에서 따왔고 커버 작업을 직접 했는데 그 과정이 궁금하다.
머독: 결과적으로는 아트워크의 공상과학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이 앨범이 지닌 일렉트로닉 음악의 기운을 확장한 의미다. 레코드 커버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고 그 다음에 타이틀을 지었다. 아트워크를 보면 하반신이 로봇인 소녀와 상반신이 로봇인 남자가 있다. 40년대 전쟁 전후에 상처를 입은 인물들에 대한 가상의 시나리오다. 음악으로 보자면 우리는 예전과 비교해 직관적이고 댄서블한 곡들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앨범 명도 그에 대한 테마를 이어나가려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Q. 미리 공개된 ‘더 파티 라인(The Party Line)’을 들어보니 댄스뮤직이던데? 마치 펫 샵 보이스가 떠오르기도 했고. 이 곡이 새 앨범에서의 변화를 암시하는 것인가?
머독: 사실 이전부터 천천히 진행해 오던 변화의 일부다. 멤버 모두가 사람들이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데 꽤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프로듀서 밴 앨런을 만난 건 우리의 그런 바람을 실현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Q. 역시 싱글로 발매된 ‘노바디스 엠파이어(Nobody’s Empire)’에 대해 머독은 일전 인터뷰에서 ‘이 곡이 자신이 쓴 노래 가운데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머독: 사실은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썼던 다른 노래와 별반 다르진 않다. 난 여전히 내 삶에 관련된 메타포들을 이용해 이야기하고 있다. 단지 다른 곡들이 더 ‘나’에 대한 직접적인 비중이 낮았을 뿐이다. 여전히 가사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풍부하게 보이게 할 장치들을 찾고 있고 그를 바탕으로 노래하는 중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냥 앉아서 실제 일어났던 일을 써내려갔는지 모르겠다. 나도 그렇게 한데 대해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Q. 신보에서 기존 앨범에 비해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머독: 레코딩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다른 에너지가 넘쳤다. 사실 우리는 레코딩 전에 몇 날 몇 일이고 사운드에 대해 골몰한다. 오전 11시에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종일 매달리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의 프로듀서를 맡은 벤 앨런은 조금 달랐다. 그는 우리가 두세 번 정도 합주를 하고 나면 ‘흠, 이쯤이면 내가 필요한 건 다 얻은 것 같은데? 스무 번씩 연습하는 건 그만 해.’라고 말했다. 우리를 조금 느슨하고 즉흥적이 되도록 만들었다. 우리한텐 꽤 신선했다.
Belle and Sebastian (general use2)
Belle and Sebastian (general use2)
Q. 요즘엔 어떤 음악을 즐겨 듣고 있나?
머독: 요즘은 최신 음악보다는 예전 음악을 더 즐겨 듣는 편이다. 스모키 로빈슨의 ‘아이 세컨드 댓 이모션(I Second That Emotion)’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댄싱 인 더 다크(Dancing in the Dark)’ 퍼블릭 에너미의 ‘파이트 어 파워(Fight the Power)’ 오렌지 주스Orange Juice의 ‘립 잇 업(Rip It Up)’ 등등, 그들의 그루브와 에너지를 사랑한다.

Q.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라는 지역이 당신들에게 주는 음악적인 영향력이 있을까?
머독: 글라스고의 음악 씬은 사실 런던과 굉장히 차별되어 있다. 우리는 항상 예전 클래식한 레코드를 들으며 지금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내겐 그런 향수어린 것들이 꽤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그런 기운 때문인지 글래스고에는 좋은 밴드들이 많다. 내게도 많은 에너지와 영감을 준 사람들이며 모두 친한 친구들이기도 하다.

Q. 팬들과의 교류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들었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팬들과 다양한 접촉면을 찾는 것 같다.
머독: 단지 팬들과의 소통을 찾았을 뿐이다. 투어로 바빠지고 다른 작업들이 더 겹쳐지다 보면 그런 작은 여유들을 잃어 가는 것 같다. 팬들이 어떤 일상을 경험하고 그것을 우리와 공유하는 일은 커다란 힘이 된다. 알다시피 우리는 미디어나 SNS에 발 빠른 사람들은 아니다.

Q. 멤버가 많은 만큼 팀 내 갈등이 있었을 것 같다.
머독: 처음 벨 앤 세바스찬을 결성했을 때 그건 나에게 어느 여름의 가슴 떨리는 연애 사와 같았다. 하지만 밴드를 시작하고 나서는 모든 것이 더 좋아졌다. 그 연애상대들이 7명이란 사실만 빼면 모든 것이 연애와 같았다. 우린 어디든 함께 돌아다녔다. 카페, 클럽, 작은 갱단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점점 지쳐가는 건 당연하다. 처음 밴드를 만들 때는 예상치 못했지만 그래도 우린 여전히 친구이고 서로를 아낀다. 항상 일을 하는 사람들과 서로 도와주고 친구로 지내며 그것을 일상으로 만드는 건 정말 중요하다. 물론 우린 많이 싸우고 실제로 몇몇이 밴드를 떠나기도 했다. 근데 그러면서 하나 배운 게 있다. 만약에 당신이 밴드를 하고 있다면 밴드 내에 있는 친구와 너무 자주 어울리면 안 된다. 그거 완전 최악의 아이디어다 (웃음)
Belle and Sebastian (general use4)
Belle and Sebastian (general use4)
Q.벌써 데뷔 20년을 맞았다. 그간 음악 경력을 돌아보면 잘 해왔다고 생각하는가? 앞으로의 벨 앤 세바스찬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머독: 밴드가 더 커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소수 취향의 음악을 하고 있고 이제껏 그저 우리가 하는 방식에 충실했던 것뿐이다. 우리는 50년 뒤에 아주 올드팝 스타일이 될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그 오래된 기반 위에 재생을 하고 있는 터라 그것이 큰 시장과 연결되리라곤 생각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린 이제 젊지도 않고 섹시하지도 않다. 팝뮤직은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우리가 대변하는 아주 기본적인 문화니까.

Q. 개인적으로 노라 존스와 함께 한 노래 ‘리틀 루, 프로핏 잭, 어글리 존(Little Lou, Prophet Jack, Ugly John)’을 매우 좋아한다. 혹시 이 곡에 대한 에피소드를 말해줄 수 있나?
머독: 노라 존스의 목소리를 좋아했다. 그녀의 스모키한 톤이 마음에 들어서 먼저 요청을 했고 마침 그녀가 투어 중에 시간을 내서 스튜디오에 찾아왔다. 우린 레코딩을 위한 준비를 완벽히 마친 채 기다려야 했고 다들 완전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엔지니어와 프로듀서 토니 호퍼도 긴장하고 있었다.

Q. 벨 앤 세바스찬의 이전 앨범 ‘갓 헬프 더 걸(God Help The Girl)’을 토대로 만든 동명의 영화도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린다.
머독: ‘갓 헬프 더 걸’은 벨 앤 세바스찬과는 독립된 작업이지만 또 우리 밴드를 직접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자 주인공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도 차별 점이다. 모든 분들이 편하고 즐겁게 봐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뮤지컬 영화가 가지는 장점이니까.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강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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