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첫 앨범을 공개한 2012년이지만 사실 이영훈은 2006년부터 인디씬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러니까 꽤 오래 전부터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해 오고 있던 탄탄한 내공의 아티스트다. 무려 6년 만에 첫 앨범을 낸 것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사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호흡으로 찬찬히 행보를 이어온 이영훈의 음악 역시 본인을 꼭 닮아 참으로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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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한국 인디씬에 많은 포크 성향 아티스트들이 등장했지만 이영훈의 음악이 지니는 이 독특한 서정성은 그들 누구와도 색채가 다르다. 오히려 이영훈 음악의 감성은 조동진, 김민기, 박학기, 유재하 등 한국 가요사에 선명한 획을 그으며 포크 음악의 명맥을 이어온 대선배들의 그것과 더 많은 접점을 지니는 듯하다. 핑거스타일의 클래식 기타 연주를 위시한 아름다운 멜로디도 그렇지만 가사가 특히 요즈음의 아티스트들과는 사뭇 다르다. 내밀한 이야기들을 독백하듯 관조적으로 풀어내는 이영훈의 노랫말들은 마치 한 편의 서정시처럼 느껴진다.
첫 앨범 이후 대략 3년 만에 공개하는 두 번째 앨범 ‘내가 부른 그림 2’는 여전히 이영훈 특유의 감성이 오롯이 배어있는, 결이 고운 발라드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수록된 열 곡을 모두 발라드로 채우고 있는 이번 앨범의 색채는 지난 앨범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운드에서 다소간의 변화가 느껴지는데 이는 최근 가장 뛰어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각광받고 있는 선우정아가 공동 프로듀서로 나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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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나일론 기타의 선율이 유려한 한 편의 편지와도 같은 노래 ‘멀리 있는 그대에게, 롤러코스터의 조원선이 참여해 두 남녀가 각각 독백하듯 부르는 노래가 선우정아의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 위로 흘러가는 ‘무얼 기다리나’,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내정된 곡으로 이영훈 특유의 관조적 서정미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발라드 ‘일종의 고백’, 1집에 수록되었던 동명의 곡을 새롭게 편곡, 원곡보다 한층 풍부해진 사운드로 벅찬 감동을 전하는 드라마틱한 곡 ‘안녕 삐 #2’와 지나간 사랑을 덤덤히 추억하는 노랫말이 선우정아의 유려한 피아노와 어우러지며 앨범에 마침표를 찍는 ‘가만히 당신을’까지 총 열 곡의 아름다운 악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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