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드디어 첫 정규 앨범이 나왔다. 소감이 어떤가?18그램영혼의 무게는 21그램이라고 한다. 밴드 18그램(에이틴그램)은 그 21그램에 상처 받은 영혼의 상실감으로 3그램을 빼 이름을 만들었다. ‘18’이라는 숫자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짜증나거나 상처받았을 때 자주 쓰는 표현도 함축돼있다. 밴드 18그램이 영혼의 상실을 주목한 이유는 공감이다. 20대 청춘이 받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스턴 사이드킥의 기타리스트 류인혁, 스몰오의 드러머 이지원이 이형욱과 고상현을 만나 결성된 18그램은 각자만의 음악적 세계를 펼치고 싶다는 갈증에서 출발됐다. 마치 시행착오를 겪었던 20대의 상처를 끌어안고 운명적 상대를 만나 꿈을 펼치는 듯한 만남이다. 영혼의 상실을 노래하지만, 섣부른 위로는 하지 않는다. 첫 정규 앨범에는 거칠면서도 묘한 공감을 자아내는 18그램만의 어법이 담겨있다.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앨범 활동을 시작한 18그램은 6일 홍대 클럽FF에서 1집 발매 기념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류인혁 : 이번 앨범이 나오기까지 2년 정도 걸렸다. 고생고생해서 나왔는데 비유를 하자면 아이를 낳는 기분이었다. 군대에서 제대한 기분.. 환희! 전역을 하면, 세상 모든 것이 다 좋고 냄새도 좋다.
이지원 : 신기하다. 들려줄 수 있는 결과물이 현실 속에 있다는 것이 기분이 좋다.
Q. 앨범이 발표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리스너들의 반응 중 어떤 반응이 가장 좋은가?
이지원 : 여러 가지 싱글을 묶어놓았다는 말이 기분이 좋았다. 우리 앨범의 곡도 많고, 장르도 다양하다. 우리가 서로 어렸을 때 들었던 음악이 각자 많고 다양한데 그게 잘 섞여 있는 느낌이 들게 해줬다.
고상현 : 처음부터 전율을 느꼈다는 말. 이 팀은 처음부터 정규를 내서 기특하다는 말.
Q. 첫 앨범이 싱글이나 EP가 아닌 정규다. 공연을 많이 해왔긴 했지만, 바로 정규를 낸 이유는 무엇인가?
류인혁 : 우리가 루키라고 하지만, 같이 작업한 지는 4년 정도 됐다. 그 전에 만들어 놓은 곡도 있고, 같이 하면서 만든 곡도 있고, 곡이 좀 많았다. 그 결과물을 확 다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러다 텀블벅이라는 소셜 펀딩 사이트로 후원을 부탁했는데 그게 그게 목표달성이 돼 EP를 제작하고 있었다.
이지원 : EP 제작을 1년 정도 하다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K-루키즈에 뽑히게 되면서 정규 앨범까지 발표할 수 있는 여력이 됐다. 이 자리를 빌려 텀블벅 후원자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
Q. 만들어 놓은 곡이 많다고 했다. 첫 정규 앨범 수록곡의 기준은 무엇인가?
류인혁 : 편곡이 되면서 원형의 형태가 많이 변했다. 만들면서 ‘어, 이거 좋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골라졌다.
Q. 작곡과 편곡을 주로 잼 형식으로 했다고 들었는데, 그 연장선인가?
이지원 : 누가 먼저 ‘삐리빠라뽀~’라고 가져오면 내가 드럼으로 쿵딱쿵딱 막 치면서 즉석에서 느낌을 냈다. 하다 보니 처음과 아예 다른 게 나올 수 있고, 서로 좋다고 느끼는 쪽으로 조금씩 노를 저어갔다.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놀면서 결과물이 나왔다. 이 정도면 하면 10 정도 좋을 거 같은데 같이 해서 100 좋은 게 됐다.
18그램
Q. 18그램이라는 밴드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류인혁 :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고 하더라. 살면서 상처를 받았는데 너무 큰 상처를 받아서 계속 상처가 쌓이다가 영혼의 무게에서 3그램 정도가 찢겨 나간 것 같은 느낌을 담았다.
이지원 : 또 18이라는 숫자가 마음에 드니까 그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짜증나거나 상처받았을 때 쓰는 단어이지 않나. 십팔그램 대신 에이틴그램으로 부르는 것은 십팔그램이라고 하면 세고, 메탈 밴드 같은 느낌인데 에이틴그램은 캐주얼하면서 모던하다.
Q. 3그램이라는 영혼의 상처를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류인혁 : 공감이었다. 사람이 큰일이나 작은 일을 겪으면 상처를 받는 것이 다 똑같다. 상실감을 담고 싶기도 했고, 공감하고 싶기도 했다.
Q. 서로 다른 밴드에 있다가 음악을 위해 하나의 밴드로 뭉쳤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통했던 것이 있었나?
이지원 : 사실 첫인상은 정말 안 좋았다. 하하. 인혁이 형이 깍듯이 하는 스타일이고, 나는 모르는 사람한테 쿨하게 하는 스타일인데 그게 서로 안 좋게 봤다. 뭐 같이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인혁 형이 혼자서 노래를 하러 다녔을 때 공연을 봤는데 사람이 그렇지만, 음악은 멋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하하하.
류인혁 : 혼자서 음악을 할 때 부족함을 느껴서 이스턴 사이드킥 멤버들이나 주변에 도와달라고 했다. 스몰오랑 같이 연습실을 쓰다는데 어느 날 연습하러 들어가는데 스몰오 멤버들이 “드럼 없지? 얘 드럼 시켜. 도와달라 그래”라고 하기에 도움을 청했는데 도와줬다. 너무 고마웠다. 지원이의 성실함, 근성, 재능뿐만 아니라 음악뿐인 삶이 좋았다. 첫인상이 안 좋았지만, 고마움이 있어서 마음을 열었더니 큰 것들이 보였다. 그 진지한 태도가 너무 좋았다.
이지원 : 나도 뮤지션에게 있어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밴드한테 그런 것을 느낀 적이 별로 없는데 형은 엄청 진지했다.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멋있었다.
Q. 이형욱과 고상현, 나머지 두 멤버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이지원 : 멤버가 필요하니까 여러 사람이 걸쳐갔다. 형욱이는 TV 속 ‘탑밴드’로 먼저 봤고, 팀이 잠깐 해체된 사이 데려왔다. 상현의 경우, 기타리스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베이시스트였다. 처음엔 밴드를 하자고 했는데 자기 하는 팀도 있다고 망설이더라. 그래서 유비가 제갈량을 삼고초려하는 기분으로 찾아갔는데 두 번째에 넘어왔다. 하하.
류인혁 : 내가 낯을 엄청 가리는데도 정말 친해졌다. 나이 먹어서 만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지원 :팀이라는 게 인간이 먼저다. 운까지 좋아서 인간도 되고 연주도 되는 멤버를 만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인간이 먼저인 거 같다.
Q. 고상현은 어디가 마음에 들어 두 번째에 넘어 갔나?
고상현 : 이 친구들과는 그냥 음악 이야기 안하고 재미있게 놀다보니 편하고 좋더라. 편한 친구들과 하나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음악을 할 때도 만날 때마다 일 같은 느낌보다 친구네 집에 놀러가는 느낌이다.
이지원 : 밴드 음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말이다.
류인혁 :합주를 일하는 것처럼 하면 밴드가 아닌 거 같다.
Q. ‘밴드는 연애다’는 말도 했지 않나.
이지원 : 맞다. 밴드를 통해 배려와 이해를 배웠다. 우리도 살면서 연애도 했었고, 다른 친구들도 있었고, 관계에 대한 실패도 겪었다. 밴드를 통해 팀원들과 부딪히다가 이제 놓아버리면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형욱이는 맨날 지각하고, 말도 안 듣는데 중요할 때는 잘한다. 그냥 같이 하니 재미있으니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쓸 데 없는 것으로 이상한 감정소모 안 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18그램
Q. K-루키즈에 선발됐을 때, 자우림 구태훈이 멘토링을 하기도 했다. 무엇을 배웠나?이지원 : 좀 더 즐기는 데에 있어서의 자신감. 즐기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해주셨다. 밴드로 멋진 청춘이 보냈던 사람이 그 말을 해주니 더 와 닿았다.
류인혁 : 멘토라고 해서 이렇게 저렇게 명령이 아니라 그냥 편하게 해주셨다. 함부로 음악을 건드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진짜 선배가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좋은 형이다.
이지원 : 어쭙잖게 예술하는 사람이 가르치려 드는 데 진짜 멋있는 사람들은 응원만으로 힘을 준다.
Q. 자우림도 대단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좋은 밴드들이 많다. 우리나라 밴드 중 영향을 받거나 존경하는 밴드가 있나?
류인혁 : 넥스트. 처음 음악 시작했을 때 누나가 마왕님의 완전 팬이었다. 누나 통해서 듣게 됐는데 지금 생각하니 슬퍼진다.
이지원 : 이브 4집 앨범까지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한 번쯤은 뮤지션 대 뮤지션으로 만날 날이 올 것 같았는데 같은 날 공연이 잡힌 적이 있었다. 집에 수원인데 공연 전날 집에 내려가 집에 있는 테이프와 CD를 모두 가져와 사인을 받았다.
고상현 : 밴드로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면 들국화. 전인권 선배님이 젊었을 때 “밴드는 남자들끼리의 연애”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전까지 밴드를 ‘멋있게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다른 생각으로 밴드에 대해 접근과 생각이 바뀌었다.
Q. 각자 음악 취향이 다양하다고 했다.
고상현 : 다양하게 많이 듣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션을 이야기할 때는 유재하. 외국 음반도 좋아하지만, 한국인이다 보니 언어나 가사에서 오는 느낌과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감동을 잊지 못한다. 항상 뿌리 같은 느낌이 든다.
류인혁 : 음악은 인큐버스. 감성은 스타세일러. 서정적이고 우울한데 그렇게만 풀지 않는 음악적 성향이 정말 좋다.
이지원 : 어렸을 때 클래식 피아노를 하다가 중학교 때 엑스재팬 노래를 듣고 드럼을 치게 됐다. 대학교에서 재즈를 공부하고 그러다 록이 좋아져서 여기까지 왔다. 요즘은 영국 음악을 많이 듣는데 다양한 뿌리를 갖고 있다.
Q. 각자가 아닌 밴드 에이틴그램이 그리는 롤모델이 있나?
고상현 : 보통 한 밴드에 대해 레퍼런스를 두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그런 게 없다. 합주하면서 만들어 나간다.
이지원 : 물론 각자가 받은 영향이 있지만, 우리는 어떤 것을 바라보지 않고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나름대로 자부심이 생기는 것 같다.
Q. 그럼 에이틴그램의 음악 색깔은 무엇인가?
이지원 : 우아하게 풀어내는 불안한 청춘.
고상현 : 불안한 청춘에게 바치는 20대의 송가.
Q. 수록곡 중에 추천곡을 하나씩 꼽아달라.
류인혁 : ‘히든 피터팬’. 녹음할 때 번뜩이는 상현의 편곡으로 정말 좋아졌다. 상현이가 기타를 쳤는데 기대하지 못했던 곡이다. 지금도 그것만 듣는다. 꼭 한 번 들어봐달라.
이지원 : ‘더 다미안’을 좋아한다. 녹음이 생각보다 많이 잘 된 거 같다. 음악이 구조적으로나 사운드적으로나 내가 들었던 음악들에 닿아 있는 느낌이다.
고상현 : ‘안나’. 곡을 만드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녹음할 때도 기억이 많이 남는다. 구조적인 모양새도 제 취향과 많이 맞다.
Q. 그 수록곡들을 들을 수 있는 공연이 6일 열린다. 관전 포인트는?
이지원 : 우리가 클럽 공연에서 항상 30분만 보여드렸다. 이번에는 한 시간에 걸쳐서 많은 것을 보여드릴 예정이다. 다른 세팅도 준비하고 있다. 기대해달라.
류인혁 : 평소 클럽 공연에서 보지 못했던!!
18그램 단독 공연 포스터
Q. 앞으로 18그램은 어떻게 흘러갈까.이지원 : 지금처럼 항상 재미있으면 완벽할 것 같다. 수입도 더 좋아지면 좋겠는데 지금도 너무 재미있다. 가족이 생겨도 우리가 해외 투어가 잡혀서 여행을 떠나는 느낌으로 함께 가고 싶다. 그게 인생의 최종 꿈이다.
Q. 마지막으로 18그램의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하자.
류인혁 : 20대를 겪고 있거나 20대를 꿈꾸거나 혹은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이지원 : 공감을 같이 할 수 있는 음악이 되면 기쁠 것 같다.
류인혁 : 그런 20대의 우울함을 우울하지 않게 푼 음악이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민트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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