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시청률’ 4%대 돌파, 누적 동영상 조회수 34억건, 시즌2에 이어 시즌3 제작 계획 완료….
한국을 넘어 중국 예능 프로그램 역사를 다시 썼다고 평가 받는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가 남긴 기록이다. 7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5회에 걸쳐 방송된 ‘달려라 형제’는 14회 방송분에서 최고 시청률 4.216%(중국 50대 도시 기준 시청률(CSM50) 기준)을 기록하며 중국 예능 프로그램 사상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방송산업적으로는 앞서 MBC ‘아빠! 어디가?’ ‘나는 가수다’가 중국에서 ‘예능 한류’의 성공사례로 첫 포문을 열었다면 ‘달려라 형제’는 중국의 메이저 위성방송사와 공동제작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문화적 차이를 딛고 일궈낸 ‘달려라 형제’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는지 ‘달려라 형제’의 한국 측 프로듀서를 담당한 SBS 김용재 PD에게 들어보았다.

Q. ‘런닝맨’ 중국판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김용재PD: 지난해 1월 SBS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히트하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중국의 여러 방송사에서 제안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런닝맨’ 공동제작 및 판권 판매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고, 5월 중국 절강위성TV와 최종적으로 공동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앞서 MBC ‘아빠! 어디가?’ ‘나는 가수다’같은 프로그램이 크게 성공하면서 한국 예능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그들 입장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찾다 보니 한국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 검증된 것을 원했다.
Q. 구체적으로 팀은 어떻게 꾸렸나
김용재PD: 한국측 ‘런닝맨’ 제작 인력이 직접 현지 제작에 참여했다. 총 200여명의 제작진 중 한국 스태프가 40%에 달했다. ‘런닝맨’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연출했던 조효진PD를 비롯해 조명, 카메라 감독, VJ, 소품, 세트까지 국내 제작진이 그대로 중국으로 가서 제작 과정을 함께 했다. 장소 답사부터 촬영장의 세세한 부분까지 논의하는 과정을 보이니 중국 쪽에서도 강한 신뢰감을 표시하더라.

Q. ‘런닝맨’이 중국과 아시아권에서 폭넓게 사랑받은 콘텐츠지만 실제로 프로그램 제작시에는 중국 현지화 등 고려할 지점이 많았을 것 같다.
김용재PD: 두 나라의 문화적인 부분의 접점을 찾아 본토화시키는 지점이 중요했다. ‘런닝맨’ 내용이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중국 고유의 역사적인 문화를 담아봤다. 예를 들어 중국의 유명한 전설이나, 고전 ‘수호지’, 실크로드 같은 중국을 상징할 수 있는 부분을 프로그램에 녹여내고자 했다.
Q. 기획하면서 중국과 한국 시청자들의 차이점도 발견했을 것 같다.
김용재PD: 중국 시청자들의 특징은 웃음에 있어 ‘슬랩스틱 코미디’ 류의 단순하면서도 기본적인 웃음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복잡다단하고 언어유희적인 유머보다는 교훈적인 이야기 안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콘텐츠를 선호했다.
Q. 그런 면에서 중국과 한국이 문화적으로 유사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프로그램 기획에 유리한 점이었을 것 같다.
김용재PD: 맞다. 중국인들은 일본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식민지 시기 형성된 반일 감정이 아직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일본 문화에 대해서는 반감이 있다. 또 할리우드나 유럽에서 온 콘텐츠는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크게 성공한 예는 없다. 반면 한국은 오랜 역사적 교류를 통한 동질감을 지니고 있어 문화적인 접근이 훨씬 수월한 면이 있다.

Q. 중국판 ‘런닝맨’은 캐스팅 면에서도 안젤라 베이비, 덩차오, 왕조람 등 톱스타들을 기용하면서 성공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결과적으로는 이들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면서도 신선함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김용재PD: 중국의 톱스타급 연예인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회주의 시스템인 중국에서는 연예인들도 ‘위신을 지켜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달려라 형제’는 스타들의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 있는 첫 시도였고 시청자들도 이를 굉장히 신기하게 본 것 같다. 진흙탕에 처박히고, 이름표를 떼려고 달리고 고군분투하는 스타들의 모습이 새롭고도 친근하게 다가간 것 같다.
Q. 한국 출연진과 차이점도 있었나
김용재PD: 일단 굉장히 열정적이다. 한국 멤버들이 좀더 차분하고 말로 웃음을 주는 경우가 많다면 중국 멤버들은 시작하면 물불 가리지 않는 뜨거움이 있더라. 아마도 ‘대륙의 기질’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또 중국에서 대단한 스타급 연예인들임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 진정성을 보여준 부분이 느껴졌다. 촬영하면서 너무 몰입한 나머지 제작진이 나서서 휴식시간을 줄 정도였다.
Q. 결과적으로 성공했지만 기획 단계에서는 여러 우려점도 많았겠다.
김용재PD: 한국판 ‘런닝맨’의 성공을 살펴보면 사실 캐릭터를 잡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초반에는 별 반응이 없다가 ‘이름표 떼기’ 등의 미션이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지고, 멤버들의 캐릭터가 정확해지면서 서서히 인기를 얻은 콘텐츠다. 반면 중국판 멤버 중에는 개그맨이 없어 캐릭터를 잡기가 어려웠고, 초반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제작비 면에서도 중국 예능 프로그램 사상 최다 제작비를 투입한 작품이라 제작진의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Q. 방송 후 언제쯤 프로그램의 성공을 예감했나
김용재PD: 출연진과 제작진의 ‘열정의 온도’를 봤을 때 성공의 감이 느껴졌다. 중국에서는 출연진의 계약서에 시간 조항도 명시돼 있는데 계약된 시간을 넘기면서도 끝까지 촬영에 임하는 모습에서 어찌됐든 성공 예감을 했다. 첫회 시청률은 1.132%였는데 약간의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다. 1%대도 높은 시청률이지만 높은 제작비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대표주자가 갔다는 점을 감안했을때 2%대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3회부터 2%대를 기록하고 12회에는 3%대, 14회 4.116%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Q. 드라마와 예능 등 다양한 방송 영역에서 중국 진출을 꿈꾸고 있다. 실제로 경험한 중국 방송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용재PD: ‘달려라 형제’는 기존 ‘런닝맨’ 스태프가 고스란히 합류, 해당 콘텐츠를 가장 잘 아는 최고의 제작진으로 구성됐고 플랫폼 또한 중국 방송사 랭킹 4위 안에 드는 파트너를 선정했다는 점에서 성공 확률이 높았다. 여기에 현지화를 위한 오랜 논의 과정이 있었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우선됐다. 소통 문제도 중요하다. 한국과는 다른 방송 용어를 쓰고 시스템의 차이도 있어 이를 좁히려는 시도가 우선돼야 한다. 무엇보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문화를 존중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려는 양보적 이해심이 필요한 과정이다.
Q. 중국 방송 시장이 점점 성장하면서 머지 않아 한국 콘텐츠의 기술력만 가져가고 말 것이라는 우려감도 한쪽에서는 존재한다.
김용재PD: 중국 콘텐츠 시장은 최근 연 8%씩 성장하고 있고 총 시장규모가 190조원(한국은 14조원)에 달한다. 콘텐츠는 서로 교류하면서 기술력도 배우고 문화적 차이도 습득해가면서 발전한다. 당장 기획력과 기술력을 뺏길 거라는 우려감보다는 좀더 큰 시장을 보면서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그 곳에서 공동제작의 틀도 마련해가는 게 결국 한국 콘텐츠 시장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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