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아
정밀아
정밀아



(part1에서 이어짐) 정밀아(본명 정미라)는 경북 포항시에서 군인출신으로 침구류 사업을 했던 집안에서 1남 2녀 중 장녀로 1979년 6월 21일에 태어났다. 군인 출신인 아버지는 포항 외곽의 ‘장기’에 주둔했던 부대의 중대장으로 근무해 정밀아는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시골에서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밝고 명랑하고 순한 아이였던 정밀아는 새벽에 할머니를 따라 재래시장에 따라다니길 좋아했다. 동네 친구들과 개울가 논둑을 마음껏 뛰어다녔던 그녀는 여름에는 수박, 겨울에는 주렁주렁 매달린 얼음을 따먹었고 들녘에 만발한 온갖 꽃들을 강가에 뿌리며 사람향내 넘치는 아날로그 감성을 배양했다.
정밀아 피쳐사진7
정밀아 피쳐사진7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잘했던 오빠의 영향으로 오빠가 하는 것은 무조건 다해야 직성이 풀렸다. 승부욕이 남달랐던 정밀아는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리면 항상 상을 탔을 정도로 미술에 재능을 보였다. 장기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한약방 집 외동딸이었던 외할머니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피아노를 쳤던 모던 걸이었다. 그 끼를 물려받은 어머니는 여고시절 발레로 했고 교회 성가대에서 하이 소프라노로 활동했을 정도로 노래를 잘 불렀다. “어머니가 즐겨 들으신 김세환의 복음성가를 테이프가 닳도록 들었죠. 그리고 TV에 나오는 나미 노래를 춤추며 따라 하기를 좋아했었습니다.”(정밀아)
정밀아 7살 유치원 졸업사진
정밀아 7살 유치원 졸업사진
3학년 때 포항으로 이사를 해 송림초등학교로 전학했다. 포항에서도 바닷가 방파제에서 빵개를 잡으며 놀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혼성듀엣 높은음자리의 ‘저 바다에 누워’가 수록된 대학가요제 테이프를 달달 외울 정도로 들었다. 4학년이 되면서 꿈에 꾸리던 어린이 성가대가 되면서 동네가 아닌 큰 피아노 학원에 다니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교회에서 토요일 예배 때 갑자기 피아노를 칠 선생님이 없어 연주하라고 해 반주자로 눌러 앉았습니다.”(정밀아) 6학년 때는 학교 합창단원으로 활동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초등학교 4학년 때
초등학교 4학년 때

당시 정밀아는 포스터 그리기 대회 등 각종 사생대회에 나가 매번 최우수상을 받았다. “오빠는 매번 공부로 상을 타오는지라 저는 그림으로 상을 타고 싶어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정밀아) 송도여중 앞에 있던 비엔나 피아노학원 밑에 있던 문구사에서는 대중가요 악보를 팔아 신해철의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신승훈의 ‘미소속에 비친 그대’를 샀다. 유행하는 대중가요가 그냥 좋아 피아노로 쳐보고 싶었기 때문.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 당시 정밀아는 코팅된 이상은 등 대중가수들 사진과 악보, 책받침을 모으면서 대중문화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즈음에 엄마가 가정용 업라이트 피아노를 사주었다. “제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엄마가 운영하는 미용실에 들리는 걸 엄마가 자랑스러워했고 좋아했었습니다. 당시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를 많이 쳤던 기억이 납니다.”(정밀아)

중학교 2학년 때
중학교 2학년 때
중학교 2학년 때

포항 두호여중에 입학했지만 일주일 만에 군에서 제대한 아버지가 사업을 시작한 경북 영천으로 이사했다. 성남여중에 전학했을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다. 이사를 한 영천의 모든 것이 낯설었던 정밀아는 말 수가 줄어드는 조용한 아이로 변하기 시작했다. 자존감을 지켜준 것은 미술대회에 나가 수상하는 일이 전부였다. 의기소침해 있던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던 것은 화가였던 중3때 담임 김면수 선생님.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한철이 조카 친구라고 말씀해 신기했습니다. 선생님이 예고 진학을 권유해 어머니가 그림과 음악 중에 선택하라고 하시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예고진학은 못한다고 하셔서 우울했습니다. 당시 학교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는데 의기소침한 상태라 쳐볼 엄두도 내질 못했는데 절친 한성희가 수업시간 전에 학급 친구들을 다 비키게 해 피아노를 칠 수 있게 해줘 참 고마웠던 생각이 납니다.”(정밀아)
정밀아 클럽 빵 공연6
정밀아 클럽 빵 공연6
아버지의 사업이 불황이라 조금 어두운 시기를 겪었던 정밀아는 논 가운데 있던 학교를 다니며 사계절의 변화를 보며 성장했다. 가을에 햇살이 들어오는 아름다운 황금 들녘의 이미지는 그녀의 기억에 선명하다. 중학교 2학년 때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인기가 대단했지만 그녀는 듀스를 더 좋아했다. 윤상, 이승환도 좋았지만 특히 김현철은 너무 좋아해 잡지에 나온 사진을 모으는 사춘기 병을 앓았을 정도. 중3이 되면서 라디오를 덕후처럼 듣기 시작했다. “처음 듣기 시작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푸른하늘 유영석이 진행하던 프로의 마지막 방송이었어요. 그후 미스코리아 출신배우 이승연이 진행하는 프로도 들었습니다. 그때 대구에서 열린 입장료가 몇 만원하는 신승훈 콘서트에 가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다 가는데 형편이 어려워 가질 못해 서러워서 엉엉 울었던 아픈 추억이 생각납니다.”(정밀아)
정밀아 피쳐사진9
정밀아 피쳐사진9
중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포항으로 이사와 중앙여고에 진학했다. 반 친구들과 무리지어 다니는 걸 싫어했던 정밀아는 음악을 몰입해 듣는 다른 반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다. “학교 4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좋아하는 음악을 가져와 서로에게 들려주었죠. 그때 친구들이 가져온 CD로 시크릿 가든, 엔야 등 뉴에이지 음악을 처음 들었습니다. 이은미, 이승환, 이문세 음악을 달달 외울 정도였지만 가사가 없는 연주음악의 악기 소리 구성이 참 신선하게 들려오더군요.”(정밀아) 고1때부터 본격적으로 김현철이 진행하는 방송을 즐겨 들으며 노래를 녹음했다. “김현철은 처음엔 교회 밴드에서 기타를 쳤던 제 첫사랑 오빠랑 닮아서 좋아했는데 2집 음악을 처음 듣고 너무 좋아 5집 때까지 무지 좋아했어요. 나중에 1집을 들어보곤 깜짝 놀랐을 정도로 음악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정밀아)
정밀아 피쳐사진56
정밀아 피쳐사진56
고2때 MBC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이 포항 시민체육관에서 열렸다. “그때 김현철이 온다고 해 학원 땡땡이 치고 가서 미술학원 선생님에게 혼났습니다(웃음). 그후 윤도현밴드, 지니 신성우도 와 또 학원 까고 공연을 갔었죠.”(정밀아) 라디오에서 들은 바흐의 음악을 실제로 클래식 악기연주로 들으면 어떨까 궁금해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던 96 한일문화교류 기념 신춘음악회에 혼자서 갔다. “혼자 교복을 입고 객석에 앉아 연주자들의 튜닝모습을 보고 머리카락이 쭈빗 서는 것 같은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바순, 오보에 소리가 너무 좋았고 처음으로 라이브 음악을 들으니 가슴이 쿵당쿵당 뛰더군요.”(정밀아)(PART3로 계속)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제공. 정밀아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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