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에게서 이토록 풍요로운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또 언제던가.
tvN 드라마 ‘일리있는 사랑’의 희태가 그러했다. 희태는 배우 엄태웅이 연기한다. 사연있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진한 삶의 흔적이 엿보이는 엄태웅의 얼굴이 사랑의 모든 감정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다. 아직 서툰 감정에서 시작하여 온통 행복으로 꽉 찬 시간을 지나 이제는 안정적이라 믿었던 순간 뒤통수를 짓누르는 배신감까지. 엄태웅이 그리는 희태는 사랑에서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극 초반 희태가 선생이던 시절, 그는 학생 일리(이시영)에 가져서는 안 될 감정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그 시절의 희태도 어렸다. 애써 어른스럽게 굴려했지만 그 역시 아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자신을 보호하려다 다친 일리 앞에서 드러낼 수 없었던 감정을 남몰래 쏟아내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스스로와 마주하면서 생긴 상처도 있었다. 아직 영글지 않은 시절, 누구나 경험해봄직한 감정이다. 그러니 희태는 사랑에 빠진 젊은 남자의 보편적인 얼굴이기도 하다. 엄태웅은 이런 희태의 얼굴을 배시시 그려내었고, 그 덕분에 희태의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됐다.
희태와 일리가 결혼한 이후의 연기는 일상적이었으나 그래서 더 진득했다. 극성스러운 시어머니와 아픈 시동생, 철 없는 가족들 사이 씩씩하게 견디는 아내를 바라보는 희태. 안쓰러우나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지극히 보통의 남편이다. 엄태웅은 희태의 사소한 일상 가운데 아내에 대한 안쓰러움과 애정을 한가득 채워넣었다. 평범한 남자의 지극한 사랑이 더 없이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엄태웅이 들려주는 가운데, 이번에는 일리의 외도가 그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안정적 결혼이 어쩔 수 없이 감정을 무디게 만든 당연한 현실에 죄책감을 느끼는 남자의 마음을 파헤치고 만다. “너는 나를 보고 설렌 적 있냐”라고 단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천진한 아내의 마음에 자신의 상처를 퍼부어보고는 이내 다시 돌아와달라 애써 덤덤하게 호소도 한다. 속수무책인 남자의 더 없이 절박한 아픔을 엄태웅은 곧이곧대로 연기한다. 그 연기 방식이 일리를 향한 희태의 마음과 맞닿아있어 더 아프다.
엄태웅은 영화, 드라마, 심지어 예능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배우다. 그런데 묘하게 질리지 않는 이였다. 자극적이거나 힘을 꽉 준 연기보다는 늘 적당히 담백하여 멋스럽게 느껴지던 그런 배우였기 때문이다. ‘일리있는 사랑’ 속 희태 역시 그런 엄태웅의 필모그래피의 연장에 놓여있다. 여전히 그는 강렬하지 않다. 그러나 그가 전하는 감정은 여전히 울림이 있다.
‘일리있는 사랑’은 자주 봐왔던 엄태웅의 표정이 얼마나 깊은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남을 것이다. 이번에도 늘 하던대로 연기한 엄태웅이지만, 좋은 각본과 좋은 연출, 그리고 좋은 캐릭터를 만나 그가 전하는 감정은 더 진득해졌다. 엄태웅이 전한 희태의 이야기, 꽤 긴 여진을 남길 듯 하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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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일리있는 사랑’의 희태가 그러했다. 희태는 배우 엄태웅이 연기한다. 사연있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진한 삶의 흔적이 엿보이는 엄태웅의 얼굴이 사랑의 모든 감정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다. 아직 서툰 감정에서 시작하여 온통 행복으로 꽉 찬 시간을 지나 이제는 안정적이라 믿었던 순간 뒤통수를 짓누르는 배신감까지. 엄태웅이 그리는 희태는 사랑에서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극 초반 희태가 선생이던 시절, 그는 학생 일리(이시영)에 가져서는 안 될 감정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그 시절의 희태도 어렸다. 애써 어른스럽게 굴려했지만 그 역시 아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자신을 보호하려다 다친 일리 앞에서 드러낼 수 없었던 감정을 남몰래 쏟아내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스스로와 마주하면서 생긴 상처도 있었다. 아직 영글지 않은 시절, 누구나 경험해봄직한 감정이다. 그러니 희태는 사랑에 빠진 젊은 남자의 보편적인 얼굴이기도 하다. 엄태웅은 이런 희태의 얼굴을 배시시 그려내었고, 그 덕분에 희태의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됐다.
희태와 일리가 결혼한 이후의 연기는 일상적이었으나 그래서 더 진득했다. 극성스러운 시어머니와 아픈 시동생, 철 없는 가족들 사이 씩씩하게 견디는 아내를 바라보는 희태. 안쓰러우나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지극히 보통의 남편이다. 엄태웅은 희태의 사소한 일상 가운데 아내에 대한 안쓰러움과 애정을 한가득 채워넣었다. 평범한 남자의 지극한 사랑이 더 없이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엄태웅이 들려주는 가운데, 이번에는 일리의 외도가 그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안정적 결혼이 어쩔 수 없이 감정을 무디게 만든 당연한 현실에 죄책감을 느끼는 남자의 마음을 파헤치고 만다. “너는 나를 보고 설렌 적 있냐”라고 단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천진한 아내의 마음에 자신의 상처를 퍼부어보고는 이내 다시 돌아와달라 애써 덤덤하게 호소도 한다. 속수무책인 남자의 더 없이 절박한 아픔을 엄태웅은 곧이곧대로 연기한다. 그 연기 방식이 일리를 향한 희태의 마음과 맞닿아있어 더 아프다.
엄태웅은 영화, 드라마, 심지어 예능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배우다. 그런데 묘하게 질리지 않는 이였다. 자극적이거나 힘을 꽉 준 연기보다는 늘 적당히 담백하여 멋스럽게 느껴지던 그런 배우였기 때문이다. ‘일리있는 사랑’ 속 희태 역시 그런 엄태웅의 필모그래피의 연장에 놓여있다. 여전히 그는 강렬하지 않다. 그러나 그가 전하는 감정은 여전히 울림이 있다.
‘일리있는 사랑’은 자주 봐왔던 엄태웅의 표정이 얼마나 깊은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남을 것이다. 이번에도 늘 하던대로 연기한 엄태웅이지만, 좋은 각본과 좋은 연출, 그리고 좋은 캐릭터를 만나 그가 전하는 감정은 더 진득해졌다. 엄태웅이 전한 희태의 이야기, 꽤 긴 여진을 남길 듯 하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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