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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은 열 아홉. 올해 10대의 마지막 해를 맞은 곽동연은 의젓하고 어른스러웠다. 때때로 보이는 장난기와 능청스러움은 흥이 많은 10대 소년의 모습을 엿보게 했지만 어린 나이에도 오롯이 스스로를 책임지고 있는 대견함이 묻어났다. 2012년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아역으로 데뷔,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감격시대’로 아역상을 거머쥐기도 한 그는 이제 성인 연기자의 길을 향해 뚜벅뚜벅 전진중이다. 이국적인 외모 이면에는 마음 속에 표현하고 싶은 슬픔과 외로움도 가득 안고 있다. 소년에서 남자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가 꿈꾸는 2015년은 어떤 빛깔일까.

Q. 장장 5개월간 경북 봉화를 오가며 촬영한 SBS ‘모던 파머’가 종영했다. 일정상 쉽지 않은 강행군이었겠다.
곽동연: 체력적으로는 힘들었다. 날씨 추운데 밭도 갈아야 하고(웃음) 기상악화 상황도 자꾸 빚어지더라. 10여년만에 폭설이 오거나 한파주의보로 휴대폰이 고장나기도 했었다. 외지(경북 봉화)에서 촬영하느라 배우들끼리도 더 똘똘 뭉쳤던 것 같다. 그래도 이전에 ‘감격시대’ 할 때 몸을 워낙 많이 써서 그런지 많이 힘들진 않았다.

Q. 극중 기준과 화란(한주현)의 로맨스 장면은 애틋함을 자아냈다.
곽동연: 두 사람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만나다 보니 서로에게 의지하고, 빠른 시간에 빠져든 것 같다. 화란은 불법체류자라 당장이라도 추방당할 수 있는 상황이고 기준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배추를 키우러 온 상황이라 더 극적인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Q. 로맨스 호흡은 잘 맞던가?
곽동연: 재미있는게, 둘이 촬영하면 꼭 무슨일이 나더라. 한번은 전남 나주까지 내려갔는데 시장에서 도망다니는 장면을 찍다 해가 져서 다 못 찍었다. 결국 서울 근교 시장으로 마저 찍으러 갔는데 상인회에서 신고가 들어와 촬영이 중단됐다. 이상하게 둘이 찍으면 뭔가 사건이 생겨 ‘우리 둘이 붙으면 안되나 보다’하고 서로 농담하기도 했다.

Q. 성인 연기는 ‘모던 파머’가 처음이나 나름대로 감회가 새롭겠다.
곽동연; 성인 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게 생각하진 않았다. 똑같이 어떤 사람의 일부를 연기하는 것이라 나이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진 않다. 다만 독립된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더 도전정신은 드는 것 같다.

Q.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의 장군이 역할이 불과 2년 반 전인데 그 사이 많이 성장한 느낌이다.
곽동연: 매너리즘이 느껴질 때 ‘넝굴당’을 한번씩 보는데 그때 모습을 보면 많이 늘었구나 싶다. 하하. 당시 “학교 다녀왔니?”하면 “네”하고 대답 한 마디 하는 장면을 스무 번 이상씩 찍고 그랬었다. 아직 멀었지만 그 때보단 많이 늘었다 싶고, 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단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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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던파머’는 정통 시트콤과 정극 사이를 오가는 새로운 시도를 한 극의 장르였다.

곽동연: 감독님이 항상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되는’이란 얘길 많이 하셨다. 흔히 말하는 ‘병맛코드’가 가미된 작품이었고, 개인적으론 시청률이 좀더 나왔다면 장르적 한계가 좀더 풀리지 않았을까란 생각은 한다. 그런데 처음엔 정말 어려웠다. 마치 여자옷을 입은 듯 어색하단 생각이 많았는데 받아들이는 기간이 지나가니 괜찮더라. 하고 나니 ‘이런 것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고, 언젠간 써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Q. 코믹 연기가 자연스러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실제로도 능청스러운 구석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곽동연: 밖에서는 많이 까불기도 하고 장난도 좋아하는 편인데 작품을 찍으면서 그런 면을 더 발견했다. 연기하면서 내 평소 모습이나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서 많이 힌트를 얻었다.

Q. 로맨스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좀 붙었나?
곽동연: 누군가를 사랑하고 굉장히 아껴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이별할 때의 아픔 같은 건 아직 잘 모르겠다. 연인과 이별했을 때의 느낌은 어떤걸까?

Q. 여자친구를 만나고 헤어져 본 적이 있지 않나?
곽동연: 있는데, 그렇게 안 힘들었었나보다.

Q. 해 보고 싶은 로맨스 연기도 생겼을 것 같다.
곽동연: 두 사람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장면을 찍어보고 싶다. KBS2 ‘사춘기 메들리’를 할 때는 한참 좋아지려고 하는데 전학가고, KBS2 ‘감격시대’ 때도 좋아지려는데 원수지간이 되고, 그런 연기를 주로 해봐서 그런지 이제는 서로 좋아하는 달달한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다.

Q. 같이 연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곽동연: 음…남지현 선배? 순수한 느낌이 정말 좋다.

Q. MBC ‘라디오 스타’에서는 또래 아역 배우들인 김유정, 김새론, 김소현 중 누가 좋은가란 질문에 김소현이라고 답해 화제가 됐었다.
곽동연: (김)소현이랑도 나중에 한번 꼭 같이 연기 해보고 싶다. 사실 방송 이후 정말 어색해졌다. 정말 친한데 이젠 못 친하겠다. 하하. 방송이 무섭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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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능 프로그램 얘기가 나와서 떠오르는데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홀로 열심히 사는 모습도 꽤 화제가 됐었다.

곽동연: 회사에서 하라고 얘길 들었을 땐 처음엔 정말 하기 싫다고 했었다. 자신도 없었고, 내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데도 겁이 났었다. 실수할까봐 두렵기도 했었고. 방송 이후 반응이 무척 좋게 나와서 놀랐다. 반응이 안 나왔으면 회사에서도 안 시켰을텐데(웃음)

Q. 출연 이후 달라진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곽동연: 회사로 팬 분들이 선물을 보내주시더라. 바퀴벌레 살충제, 1인분씩 포장된 쌀, 천연 조미료 등이 배달돼왔다. 고마우면서도 재밌었다. 구호물품같기도 하고(웃음) 맛있게 다 먹었다. 쌀을 보내준 학생은 나보다 어린 친구였다 ‘설거지해서 부모님께 용돈 받아 보냈다’는 편지를 함께 보냈는데 뭉클했다. 나는 어찌됐든 남일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마음을 주실까, 하는 생각에 정말 신기했다.

Q. 올해 고등학교 3학년, 십대의 마지막 해를 맞았다. 연예인이 아닌 학생 곽동연은 어떤 모습인가?
곽동연: 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방송을 좀 하고 있던 상황이라 ‘쟤는 연예인이야’하는 시각이 있었다. 그래서 연기가 아닌 기타로 시험을 보고 실용음악과에 들어갔었다. 그런데도 애들이 좀 어려워하는 것 같아 일부러 학교에 안 씻고 가기도 했다. 노력하다보니 서서히 친해지더라. 학교와 일은 완전히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할 때만 배우일 뿐 일상에서는 빠져나오는 게 맞는 것 같다.

Q.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도 조금씩 하고 있나?
곽동연: 대학생에 대한 로망은 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선배”라고 여자 후배들이 수줍게 부르면 멋있게 “안녕”하고 지나가는 꿈 같은 거? 하하.
하지만 대학에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지금 난 연기 선생님도 계시고 현장에서도 배우는 게 정말 많다. 대학은 공부하러 가는 곳인데 충실하게 할 수 없다면 나중에 가는 걸 생각해봐도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사진학과와 심리학과에 관심이 있다. 혼자 심리학 책을 사서 공부도 좀 했다. 어려운 말이 잔뜩 있더라.

Q. 사진도 좋아하나보다.
곽동연: 이전엔 정말 화가 나면 주변에 있는 걸 부수기도 했었다. 지금은 사진을 찍는다. 남들이 보면 되게 웃길 텐데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Q. 주로 화가 나면 뭘 찍나?
곽동연: 보이는 것들을 찍는다. 같은 공간을 봐도 사람마다 시점이 다르지 않나. 남들은 지나치는데 내가 봤을 때 의미를 담고 있는 것들. 한번은 녹슨 드럼통을 보고 있는데 ‘저기서 홀로 많은 일을 겪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감정이입이 되더라.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꽃도 좋아하고. 그런 게 잘 보인다. 언젠간 전시회도 해 보고 싶다.

Q. 마음 속에 남들은 잘 눈치채지 못하는 어떤 외로움같은 부분이 있나 보다.
곽동연: 맞다. 작품도 ‘아메리칸 사이코’ 처럼 간의 보여지지 않은 심리를 드러내는 영화를 좋아한다.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악이나 억압된 심리 같은 걸 다룬 작품이 매력있다. 내 안에 외로움이나 한 같은게 있어서 그런가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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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를 들면 어떤 ‘한’이나 외로움인가?

곽동연: 음…나이가 어리다보니 가끔 현장에서 부당하게 대우받거나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말하자면 남들에겐 말 못한 서러움같은 부분인데, 요즘엔 그냥 ‘아 내가 나이들고 선배가 되면 그러지 말아야지’하고 넘긴다.

Q. 반대로 현장에서 ‘아 저런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영감을 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곽동연: 이번에 ‘모던 파머’하면서 이하늬 선배한테 많이 배웠다. 촬영 내내 다른 배우들에게도 잘 해주셨지만 작품이 끝난 후 스태프들에게 손편지를 하나하나 써서 장갑과 함께 선물하시더라. 그 사람에 대한 기억,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아서. 지금은 내가 장갑 몇십개를 한꺼번에 살 돈이 없지만, ‘나중엔 나도 꼭 그래야지’하고 감명 받았었다.

Q. 원래 가수 연습생으로 출발해서 악기도 꽤 다룬다고 들었다.
곽동연: 기타는 일렉트릭 기타를 배웠고 요즘에는 색소폰을 독학으로 배우고 있다. 원래 우연한 계기에 꽂히는 편인데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선가 입으로 색소폰 소리를 내는 분을 보고 정말 멋있어 보여서 바로 구입했다.

Q. 지난해 KBS2 ‘감격시대’ ‘드라마스페셜’ SBS ‘감격시대’까지 세 작품을 하면서 이제는 조금씩 팬들도 생겼겠다.
곽동연: 아직은 연예인인지 잘 몰라보신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 후 알아보시는 분들이 좀 늘긴 했다. 사인이나 사진 요청을 하시면 해드렸는데 어느 순간 내가 거만해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요즘엔 밖에서 개인적인 일을 볼 때면 정중하게 거절하는 편이다. 내가 너무 들뜰 것 같아서.

Q. 스스로를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엄격하게 하나보다.
곽동연: 까딱하면 흔들릴 수 있는 직업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난 위로와 힘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 조금이나마 성공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연기를 열심히 봐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늘 그런 마음 잊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Q. 10대의 마지막 해를 맞아 특별한 계획이 있을 것 같다.
곽동연: 올해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색소폰으로 세 곡을 완주해서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사진 100장 찍기, 면허 따기도 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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