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영은 한 작품 안에서 무려 14년의 세월을 뛰어넘으며 총 세 번에 걸친 변신을 했다. 김일리라는 한 인물의 풋풋한 고등학생 시절, 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여전히 꿈을 믿는 20대, 그리고 고단한 현실의 부담조차 일상화된 결혼 7년 차 30대 여인의 모습을 각각 제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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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은 사춘기 소녀의 싱그러움을 고스란히 화면으로 옮겨왔다는 평을 받았다. 좌충우돌 4차원이지만 누구보다 맑고 아름다운 내면을 가진 일리를 위해 이시영은 몸을 사리지 않았다. 고등학생 특유의 자세와 몸짓, 톡톡 쏘는 말투, 가방을 메고 살짝 웅크린 등까지 이시영은 그 시절에 살아 숨 쉬는 일리를 완벽히 소환하며 초반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짧은 장면으로 등장했던 20대 일리와 30대 일리의 모습 역시 완연히 달랐다. 불의의 사고 이후 7년 만에 우연히 조우한 희태(엄태웅) 앞에서 당연한 듯 청량한 미소를 쏟아낸 일리는 아직 운명을 믿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랑에 적극적인 당돌함은 마치 누구나의 첫사랑을 연상시키듯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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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감정으로 다가온 남자가 지친 자신을 먼저 알아보며 위로처럼 상처를 쓰다듬을 때, 흔들리는 마음을 감추려 애쓰다 악을 토해내고 결국 한 번도 말한 적 없던 ‘힘들다’는 말을 서럽게 쏟을 때까지 일리는 지쳐가는 자신을 외면했다. 스스로 단죄하듯 이혼 신고서 상 배우자 부정에 힘주어 체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극 중 일리와 비슷한 또래인 30대 여성들의 큰 공감을 이끌었다. 남모르게 소주 한 잔으로 위로 삼는 일리의 쓸쓸함을 긴 대사보다 강렬하게 표현한 이시영 덕이었다. 이시영의 원숙한 눈빛이야말로 바보 같기까지 했던 소녀 시절 꿈도 희망도 지운 채 현실에 휩쓸린 일리의 현재를 말하는 지표이자 스스로를 향한 일리의 연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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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은 감정의 진폭이 큰 김일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또 한 번 연기자로서 성장한 듯 보인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불륜이라는 주제를 풀어나가는 방식 역시 우직하다. 화면에 보이는 모습보다 매 순간 일리에 충실해 망가짐도 불사한 이시영의 선택이 반가운 이유다.
글. 임은정 인턴기자 el@tenasia.co.kr
사진제공. 제이와이드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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