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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배우 박민우에게 기회와 시련을 함께 안겨준 해였다. 종합편성채널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SBS ‘모던파머’와 첫 영화 ‘그날의 분위기’에도 캐스팅되면서 승승장구했지만, 한편으로는 SBS 예능 프로그램 ‘룸메이트’에서 졸음운전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비판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종영한 SBS ‘모던파머’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스튜디오에 마주 않은 그에게서는 차분하면서도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이 읽혔다. 뜻하지 않은 고난을 잘 딛고 일어난 나무처럼 자신을 성장시켜 준 지난 한해에 “고맙다”는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Q. SBS ‘모던파머’는 지방(경북 봉화)에서 촬영이 이뤄져 몇 달간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적잖이 고생한 걸로 알고 있다. 끝나고 나니 어떤가?
박민우: 일주일에 3~4일 경북 봉화에 왔다 갔다 하며 촬영했다. 처음엔 여행가는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반복되다 보니 몸이 힘들긴하더라. 하하. 마지막에는 강혁은 동네 의사로 남았다. 사실 그것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끝나버렸다.(웃음) 짝사랑하던 강윤희(이하늬)를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론 아쉬웠다. 나같으면 애초에 그만 뒀겠지만… 그래도 거기까지 갔다면 뭔가 해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었다.

Q. 실제로 짝사랑은 좀 해 봤나?
박민우: 누가 날 좋아하는 건 잘 못 느낀다. 중고등학교땐 인기도 별로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가 제일 예뻤던 것 같다.(웃음) 누군가를 가장 길게 짝사랑했던 건 2년이었다. 감정은 컴퓨터처럼 계산되는 게 아니라 마음에 쌓이는 건데, 연기할 땐 그 상황이 이해되면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사실 ‘모던파머’ 할 때는 펑펑 우는 장면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누군가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마음 앓이하면 펑펑 울거나 소주 한잔 할 수도 있는 건데 그런 장면이 없어서 아쉬웠다.

Q. ‘모던파머’는 정극도 시트콤도 아닌 코믹이 가미된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라 연기하기 녹록지 않았겠다.
박민우: 생각보다 코믹 연기가 많아서 실수하거나 당황한 지점이 많았다.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는데 ‘이럴 때 내공이 필요하구나’란 점을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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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떨 때 가장 많이 내공이 필요하다고 느꼈나?
박민우: 연기하다 가끔 표정이 굳어질 때가 있다. 상황은 이해했는데 마음만큼 표현이 안 따라줄 때 그랬던 것 같다. 감독님도 매 장면마다 그렇게 고민하면 머리 터진다고 편하게 하라고 하셨었다. 이젠 슛 들어가기 전까지만 고민하고 들어가고 나면 놓아버리려고 한다.

Q. 원래 좀 생각 많은 스타일인가보다.
박민우: 맞다. 답을 빨리 못 찾고 홀로 생각에 꽂히면 답이 나올 때까지 또 생각하고 생각한다. 나를 좀 많이 괴롭히는 타입인 것 같다.

Q. 2014년에는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프로그램 ‘룸메이트’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박민우: ‘룸메이트’로 주목을 좋게도, 안 좋게도 받아서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좀 무서웠다. 사실 많이 놀랐었고, 반성했고, 그랬다. 반성하고 자책하는 마음에서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나. 한 달 전쯤까지도 좀 힘들었던 것 같다.(웃음)

Q. ‘룸메이트’에서 졸음운전하는 장면이 잠깐 나온 후 비판을 받았던 데 대한 이야기인가보다.
박민우: 맞다. 그 사건 이후 많이 위축됐던 것도 사실이다. 어찌됐든 나의 실수니까, 반성했다. 배우가 되려면 누구보다 인성이 뛰어나야 한다는 얘길 들었는데 ‘룸메이트’를 통해 더 넓은 사람이 된 것 같다. 더 많은 걸 생각하고, 보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드려야 할 것 같다. 졸음운전하는 모습은 내가 시청자 입장에서 봤더라도 ‘어이쿠, 저 녀석 큰일났네’하는 마음이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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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룸메이트’에서 가장 편한 사람은 누구인가?
박민우: 형, 누나들이 편하긴 하다. 동생들에게는 아직까지 내가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다. 형 누나들에게 혼나고 얘기 듣고 하는 게 내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박)준형이 형과도 많은 얘기를 한다. 새벽까지 맥주 마시면서 밤을 새기도 하고. 준형이 형에게 느낀건 정말 똑똑하고 인간적인 선배라는 지점이다. 형과 얘기하면서 울컥한 적이 몇 번 있다.

Q. 프로그램 자체도 부침을 겪었지만 ‘룸메이트’도 시즌 2로 접어들면서 안정기를 맞은 것 같다.
박민우: 처음부터 함께 해 온 데 대한 뿌듯함이 있다. 새로 들어온 멤버들이 모두 잘 하고 있어서 다행이도 싶고, 감사하다. 중화권에서도 반응이 오곤 하는데 신기할 따름이다. 준형이 형이나 (이)동욱이 형, (조)세호 형을 만나면서 요즘엔 정말 행복하다 싶다.

Q. 지난해 10월로 데뷔 3주년을 맞았다. 케이블TV tvN ‘꽃미남 라면가게’를 시작으로 드라마 여섯 편에 예능 프로그램, 최근 촬영중인 영화 ‘그날의 분위기’까지 탄탄대로로 빨리 성장한 것 같다.
박민우: 맞다. 데뷔한 지 이제 3년인데 좋은 기회를 많이 얻었다. 사실은 ‘꽃미남 라면가게’를 마치고 더 좋은 기회가 많았았었. 그런데 끝나고 단편영화, 독립영화부터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KBS 드라마 ‘선녀가 필요해’에 들어갔었는데 열심히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갈등이 많았다. 속이 메마르는 느낌이랄까? 연기로서 채워지지 못한 채 그냥 작품을 하다보니 내가 부족하단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나는 유명하고 돈을 많이 벌기보다 연기적인 목마름을 채우고 싶었는데 처음부터 다른 방향으로 나가 그 때는 혼자서 많이 울었다.

Q. 그런 목마름을 채워 준 작품이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였나?
박민우: 맞다. 당시 김윤철 감독님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맞다고 격려해주셔서 용기를 많이 얻었다. 연기할 때 오버하지 말라며 ‘어이 청년, 70년대 연기하지 마’ 하시며 많이 혼내기도 하셨다. 아무도 날 안 불러줄 때, 아무도 나를 그런 이미지로 찾지 않을 때 찾아주신 것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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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데 ‘꽃미남 라면가게’ 이후 여러 작품에 출연하게 된 또다른 이유가 있다고?

박민우: ‘꽃미남 라면가게’로 나를 데뷔시켜주신 오 보이 프로젝트의 박성혜 대표님을 실망시키기 싫어서 뭐든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 컸다. 감사한 마음에 뭐라도 빨리 해야한다는 생각이 컸었고, 그런 생각이 나중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모든 부분이 나를 많이 성장시켜줬다고 생각한다.

Q. 그래도 정말 해보고 싶은 연기는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의 최윤석 캐릭터같은 로맨틱 순정남인가?
박민우: 내가 지금 가릴 때는 아닌데…(웃음). 원래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럴 때 연기하기가 더 신날 것 같다. 예를 들어 난 친구가 한숨을 쉬고 나서 또 한번 쉬면 그게 무척 궁금하고 하루 종일 생각한다. 누군가 대화하다 공격적이거나 센 말투를 들었을 때는 종일 기분이 별로다. 말하자면 좀 섬세한 편인데 그런 연기를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은 늘 있다.

Q. 아, 연기에 대해 정말 고민이 많은 청년인 것이 느껴진다.
박민우: 아무리 신을 많이 생각해도 현장에 가면 상황이 많이 달라지곤 한다. 동선과 느낌, 카메라 등이 예상했던 것과 아주 다를 때가 많다. 그럴 때 ‘이 정도면 됐어’ 가 아니라 내가 생각할 때 눈 뜨고 못 볼 정도의 신이 많아서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 그럴땐 현장에서 조용해지는데 사람들이 기분이 안 좋냐고 묻곤 하더라.(웃음)

Q. 자신에게 엄격한 건 욕심도 많고 꿈도 커서인 것 같다
박민우: 맞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Q. 스무 살 겨울에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왔다고 들었다. 7년, 여덟 번째 겨울을 서울에서 맞은 소감은 어떤가?
박민우: 아, 피붙이 하나 없는 서울에서 7년간 적응하느라 정말 수고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앞으로 뭘 하든, 내게 주어지는 좋은 기회에 밝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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