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토토가’
MBC ‘무한도전-토토가’
MBC ‘무한도전-토토가’

“자 봐라! 매스컴이 얼마나 문화를, 음악을 가지고 놀 수 있는지.”

‘무한도전 –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를 본 한 가수의 말이다. ‘무한도전’이 또 한 번 가요를 가지고 제대로 놀았다. 90년대 가수를 소환한 ‘토토가’ 27일 방송은 올해 ‘무한도전’ 최고 시청률인 19.8%를 기록했다. 또 방송에 출연한 터보의 ‘러브 이즈’, S.E.S.의 ‘아임 유어 걸’, 김현정의 ‘그녀와의 이별’ 등은 온라인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정상을 비롯해 상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속편 제작을 바라고 있다.

‘무한도전’이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무한도전’이 가수들을 데려다 참신한 쇼를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를 시작으로 ‘서해안 고속도로가요제’ ‘자유로 가요제’ 등을 통해 중견가수, 아이돌, 인디뮤지션들을 가리지 않고 데려다 판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히트곡이 나왔고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TV, 아니 ‘무한도전’의 힘은 대단했다.

‘토토가’가 90년대 가수를 어떤 방식으로 연출했는지는 주의 깊게 볼만하다. TV에서 옛 가수를 반기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였다. ‘나는 가수다’와 같은 대형 쇼를 만드는 것, 아니면 아침 마당에서 구구절절한 사연을 늘어놓는 것. ‘토토가’는 이 두 가지를 합치고 여기에 90년대의 향수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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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은 자연스럽게 깔렸다. 김정남이 홀로 터보로 행사를 뛰고 다닌 것부터 슈가 아기 엄마가 된 모습 등을 솔직하고 재밌게 다뤘다. 가수들의 변한 모습, 변하지 않은 모습들이 모두 정겨웠고, 이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판을 깔아주니 우리는 본 무대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된 27일 방송은 그야말로 ‘백 투 더 90’였다. 출연 가수들의 의상, 동작, 그리고 카메라 워킹에 이르기까지 90년대 그때 그 모습이었다. 여기에 무대가 고팠던 가수들의 진심이 더해졌고,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여기서 빛을 발한 것이 바로 연출의 힘이었다. ‘나는 가수다’와 같은 편곡 등의 억지스런 장치를 가하지도 않았다. 그저 출연진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무대, 이야기와 이를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의 열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둘을 이어준 것이다. 이게 바로 TV의 역할이다. 시청률, 음원차트 상으로 드러난 것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때 그 가수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은 꽤 놀라운 사실이다. 비단 90년대를 경험한 이들만 ‘토토가’에 열광한 것은 아니다. 90년대에 태어난 이들도 ‘토토가’에 열광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에서 가수들의 음악을 가지고 TV 쇼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순위 프로그램들은 아이돌 일색이라고 비난을 산지도 십수 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라이브를 방송하는 수많은 음악프로그램이 시청률 저조로 사라진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대체제로 생겼던 것이 ‘슈퍼스타K’ ‘나는 가수다’ ‘탑밴드’ ‘밴드의 시대’ ‘쇼 미더 머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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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 가요계가 해외에서 케이팝으로 돈을 벌면서도 국내 시장이 취약한 것에는 특정 장르에 치우친 TV의 책임이 매우 크다. 카메라 워킹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내 지상파의 음악방송 카메라 워킹을 보면 다년간의 훈련을 통해 아이돌그룹의 퍼포먼스는 멋지게 잡아내는 편이다. 댄스그룹에 익숙해진 TV는 밴드 음악에 박하다. 밴드에 음향시스템을 갖추기도 힘들고, 이제는 멋지게 연출하는 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다. 대중은 TV에 나오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때문에 록을 비롯해 포크, 재즈 등 밴드의 음악은 ‘닥치고 인디’가 돼버렸다. 이 기형적인 현상은 바로 TV의 책임인 것이다. 참고로 록부터 EDM 등까지 대중음악이 고르게 발전한 팝의 종주국 영국의 BBC의 경우 TV 카메라가 밴드를 기가 막히게 멋지게 잡아낸다. BBC의 장수 음악 토크쇼 ‘레이러… 위드 줄스 홀랜드(Later… With Jools Holland)’와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토토가’는 해석하는 바에 따라서 하나의 해프닝이 될 수도 있고, 또는 교훈이 될 수도 있다. TV는 대중이 원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슈퍼스타K’ ‘나는 가수다’ ‘탑밴드’ ‘밴드의 시대’ ‘쇼 미더 머니’ 그리고 ‘토토가’ 등을 통해 TV와 시청자들은 나름의 경험치를 쌓았다. 이제는 그것을 바탕으로 TV가 먼저 변화할 때다. 더 다양한 뮤지션들에게 채널을 열고, 대중이 선택하게끔 하는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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