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슬기의 뜨거운 눈물과 감동의 수상 소감이 보는 이의 가슴을 괜스레 울렸다.

박슬기는 지난 29일 밤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2014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9년 동안 MBC ‘섹션 TV 연예통신’ 리포터로 활약 중이다. 이날도 추운 날씨에 레드카펫에서 출연자들을 마중하며 일일이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수상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지 호명되는 순간부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무대에 오른 뒤, 공동 수상인 규현이 수상 소감을 말하는 내내 먹먹한 표정으로 할 말을 잃은 듯 보였다.

수상 직후, 박슬기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고백하는데, 그의 수상이 누구보다 기쁜 사람 중 하나였다. 현장에서 만나는 박슬기는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건 그렇지 않건 상관없이 자그마한 몸짓으로 누구보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이다. 힘들 법한 순간에도 표정 한 번 구기지 않고 웃으며 예의를 갖추는 박슬기를 남몰래 존경한 적도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고백한다.

박슬기가 2014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박슬기가 2014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박슬기가 2014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음은 박슬기와 나눈 수상 직후 인터뷰다.
Q. 일단 너무나 축하한다.
박슬기 : 고맙다. 깜짝 놀란 것이 오늘까지도 내 이름이 네이버 검색어에 올랐다고 친구가 캡처해서 보내줬다.

Q. 정작 본인은 예상 못한 것 같은데, 사실 사람들은 오래 얼굴을 봐온 당신의 수상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것 같다.
박슬기 : 어제 진짜 예상을 너무 못했다. ‘섹션TV 연예통신’ 때문에 매해 연예대상에 초대받는다. 올해 역시도 가벼운 마음으로 가야지 하며 왔다. 또 ‘섹션’ PD님이 올해 연예대상 연출을 맡게 되셔서 레드카펫 진행을 부탁하시기에 인터뷰를 마치고 앉아있었다. ‘연예인 구경해야지’하며 앉아있는데 내 이름을 부르시더라. 너무 복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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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야말로 펑펑 울었다.
박슬기 : 에잉, 다들 울지도 않고 멋있게 (상을) 받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Q. 하지만 소감의 마지막 ‘허세 멘트’였던 ‘키가 150cm인데 늘 낮은 자세에서 열심히 리포팅 하는 그런 박슬기, 리포터계의 송해가 되겠다’는 몇 년 전부터 준비한 것 아닌가라는 의혹도 제기해볼 만 하다(웃음).
박슬기: 아니다, 진짜 아니다(웃음). 하지만 황정민 선배의 밥상 소감같은 멋진 느낌의 멘트를 하나 던질까 라는 생각이 소감을 두서없이 말하는 와중에 들었다. 사실 그 전부터 발이 계속 아파서 앉아있을 때도 신발을 벗고 있었는데 불연듯 그 생각이 나서 벗고 말했다. 그야말로 임기응변이었다(웃음).

Q. 유재석을 보면서 ‘선배를 보면 눈물이 난다’는 소감이 큰 화제가 됐다.
박슬기 : 그 부분을 많이 궁금해하시는 것 같더라. 사실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요즘에는 연예대상이나 여러 시상식 인터뷰에 잘 안 가는데 3~4년전 만 해도 열심히 다녔다. 2009년인가 ‘무한도전’의 인기가 최고조일 때 여섯 멤버가 다 상을 받았었다. 그 때 인터뷰를 해야만 했다. 무대 뒤에서 서너 시간이 넘는 시상식이 끝나길 기다리며 괜히 씁쓸했다. 마음 한 켠에는 ‘나도 저 무대에 오르고 싶다’랄는 마음도 들었고, 그렇게 조금은 지쳐있는 와중에 인터뷰를 해야하는 순간 아침방송이나 케이블 등에 밀려나있게 됐더라. 그 때 유재석 선배가 내 손을 붙잡고 ‘여기 섹션 자리 좀 마련해주세요’라고 해주셨다. 뜨거운 감정이 올라오더라. 함께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마음과 지쳐있는 마음에 그야말로 유느님이 손길을 내밀어주신 것이니까. 인터뷰를 하면서는 눈물을 꾹꾹 참다가 나중에 화장실 가서 영화에서처럼 꺼이꺼이 울었다. 이런 내 마음을 유재석 선배도 알고 계실 것이다. 그 날 이후로도 유재석 선배는 나를 보면 ‘밥 먹었니’라고 물어보시며 따듯하게 한 마디를 건네시는데 어김없이 울컥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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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가하면 인터뷰어로서는 굉장히 공감할 만한 소감도 있었다. ‘아빠가 남에게 피해주지 말라고 했는데 인터뷰 하면서 혹여나 누군가를 방해하는 것 아닌가 싶어 고민도 했다’는 말 말이다.
박슬기 : 아빠가 유언을 남기셨는데 유언장을 성경에 꽂아두고 가끔 본다. ‘큰 딸에게 큰 짐을 줘서 미안하지만 막내 잘 부탁한다’ 뭐 그런 이야기들이 쓰여있는데 항상 가슴 속에 새기고 다닌다. 그 중에 포함된 말인데 사실 현장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그 사람들이 내게 시간을 내줘야 하는 거고 물론 그들의 필요에 의해 불렀으나 그럼에도 무보수로 시간을 내서 열심히 재미있게 해주려고 노력해주는 거니까 늘 마음이 불편했었다. 그래서 소감을 말하다가 그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이 난 것 같다. 사실 정작 나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해서 아침에 다시 봤다.

Q. 올 해가 힘들었다고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게 마무리 한 셈이다. 내년에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박슬기 : 2014년에 아프기도 했고, 개편의 칼부림을 정통으로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큰 일 없이 크게 아픈 것 없이 큰 고통 없이 지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자 했는데, 이렇게나 큰 행복과 선물이 마지막에 왔다. 이 기운을 받아 2015년에는 다른 사람한테 더 좋은 기운을 전할 수 있는 예능인 박슬기가 되겠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a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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