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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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생’

공감가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드라마 ‘미생’이 안방극장을 떠난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 드라마 ‘미생’이 종영까지 2회만을 남겨뒀다. 방영 내내 직장인들을 웃고 울린 이 드라마는 어떤 결말을 맺든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전망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이 원작과는 또 다른 어떤 엔딩을 보여주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 상태이지만, ‘미생’이 궁극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한 조직을 구성한 조직원 개개인의 삶이 치열한 전투이며 가치있는 밥벌이라는 점이었다.

‘미생’은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뿐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이 고루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으며, 그 결과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고졸 출신으로 상사에 입사해 부딪히고 성장해 나가는 장그래를 통해 취준생이 희망을 얻었고, 안영이(강소라)를 통해서 많은 여대생이나 신입직원들이 용기를 냈다. 또 선배와 갈등을 빚은 한석율(변요한)과 장백기(강하늘)를 통해서는 신입직원들이 선배와 소통해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기도 했다.

이외에도 김대리(김대명) 등 대리급 직원들을 통해 중간자의 갈등과 역할을 돌아보게 했고, 모두가 원하는 워너비 상사로 그려진 오차장(이성민)을 통해서는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쉽도 반추해볼 수 있었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하나하나가 우리네 현실과 맞닿아 있었고, 이는 깊은 공감을 통해 보는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미생’ 속 대사들을 다시 되새겨 봤다.

#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1화)

장그래는 ‘버려졌다’는 표현을 썼다. 그의 말대로 그는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장그래는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는 말로 그 자신이 고작 환경 탓이나 하는 나약한 인간만큼은 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다. 장그래는 ‘버려졌기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던져진’ 낯선 환경에서도 무조건 살아남아보고자 열심히 하는 것에 매진한다. 어쩌면 또 한 번 버려지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그 때도 그는 “이번에도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며 씁쓸함을 삼켜야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열심히 버티어 보는 것이 그의 삶의 방식이다.

# “우리 애라고 불렀다.” (2화)

장그래(임시완)가 고졸 검정고시 학력에 최전무(이경영)의 낙하산이라는 걸 알아차린 오상식(이성민)은 처음부터 장그래가 마뜩치 않았다. 일할 기회조차 주지 않자 “기회를 주실 수 있잖아요”라고 항변하는 장그래 앞에서 오상식은 “기회에도 자격이 있는 거다”라는 매몰찬 답변만 했다. 영업3팀 기밀문서가 회사 로비에서 발견되는 작은 소동으로 그래는 오해를 받게 되고 이에 화가 난 상식은 장그래에게 호통을 쳤지만 옆팀 인턴의 실수로 인해 잘못을 덮어쓰게 된 것을 알게 된 상식은 술기운을 빌어 그래를 두둔한다. 옆팀 과장에게 “우리 애만 혼났다”고 항변하는 모습을 본 그래는 ‘우리 애’라고 불러준 상식의 모습을 되뇌이며 가만히 눈물지었다.

# “부끄럽지만 일단 내일은 살아남아야 하니까요.”(3화)

적응의 단계를 벗어나 첫 싸움이 장그래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2인 1조, 프레젠테이션이다. 상대를 선택하고 파악하여 이겨나가야 하는 이 싸움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그래는 어느 새 때로는 상대를 제압하기도 하고, 때로는 숨죽이며 기다리는 법을 몸소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의 싸움과 별도로 오상식은 실수로 징계위에 회부된 부하 직원을 위해 최전무(이경영)를 찾아가라는 동료의 조언에 고민하고, 이 와중에 파트너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그래의 모습을 우연히 보고 왠지 울화통이 치민다. 그런 오상식에게 장그래는 “부끄럽지만 일단은 내일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자존심과 오기만으로 넘어설 수 없는 차이란건 분명히 존재하니까요”라고 말한다. 장그래의 말에 오상식은 최전무를 찾아간다.

#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4화)

장그래가 신입사원으로 합격해 원인터내셔널 영업3팀으로 배치를 받게 된 날, 일당백으로 일할 인재로 안영이를 점찍어뒀던 오상식은 실망한 기색을 내비치는 듯 하면서도 “이왕 들어 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 봐라”고 그래를 격려한다.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라는 말에 놀란 그래에게 상식은 “넌 모르겠지만 바둑에 이런 말이 있어. 미생, 완생”이라며,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라는 대사를 흘리듯이 툭 던진다. 그 말의 여운은 빌딩숲을 물들이는 노을 속에 번져 이 시대의 미생들에게 깊은 울림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 “당신들이 술 맛을 알아?” (7화)

직장인 뿐만 아니라, 직장인을 가족으로 둔 아내, 자녀들도 공감하면서 볼 수 있도록 시청층을 넓히는 데에도 주력했다는 정윤정 작가는 “왜 남편이, 아버지가 그렇게 술을 마시고 들어올 수밖에 없는지를 공감했으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들여 준비한 사업 아이템을 권력에 의해 빼앗기고 난 후 쓰린 속을 술로 달래야만 했던 상식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샐러리맨들의 비애를 전한다. 드라마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표현 기법으로 취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삶의 고단함을 시청자들에게 전해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 “내일 봅시다.” (9화)

철강팀 강대리(오민석)의 명대사인 “내일 봅시다”는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전하며 올해의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 중 하나로도 손꼽히고 있다. 엘리트 신입사원 장백기는 기본적인 업무의 연속으로 피로감을 느끼며 이직을 고민했지만 바로 그 업무의 기본과 태도가 돼있지 않아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 차가운 듯 보이지만 부족한 점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도운 강대리는 장백기에게 “내일 봅시다”라는 짧은 인사로 진한 여운을 남기며 이 시대의 사회 초년생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 “장그래, 더할 나위 없었다. 예스(YES)!”(13화)

수려한 문장이나 장문의 편지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장그래는 물론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그 어떤 문장보다 충분한 위로였다. 장그래는 오상식(이성민)과 영업 3팀 상사들 안에서 점점 자라고 있었다. 고졸 검정고시 출신에 빠릿빠릿하지도 않고 어딘가 어수룩한 그의 모습에 모두 무시를 했다. 하지만 장그래는 특유의 순수함과 근면함을 토대로 묵묵히 헤쳐 나갔다. 어느덧 장그래는 요르단 사업 승인을 성공시킨 장본인이 됐다. 그런 장그래에 보내는 오상식의 메시지는 장그래의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잃었던 청소년기, 아르바이트에 허덕이던 때, 원 인터내셔널에 처음으로 들어와 외국 바이어를 만났을 때 등 모든 순간에 희망의 나비처럼 그를 위로하고 다독였다.

# “대책 없는 그 한 마디가 절실한 사람이 더 많으니까요.”(15화)

연말을 앞두고 정규직 직원들의 연봉 협상이 한창인 사내 분위기. 오상식은 계약직인 장그래가 혹여나 희망을 품을까봐 “계약연장에 대한 희망을 갖지 말라”고 차갑게 말했지만, 마음이 무겁다. 과거 대리 시절 계약직 직원이 업무 책임을 홀로 짊어지고 떠난 뒤 죽음을 맞았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선차장(신은정)에게 “대책 없는 희망이, 무책임한 위로가 무슨 소용이야”라고 말하는 오상식에게 선차장은 오히려 “저는 그 대책 없는 희망, 무책임한 위로 한 마디 못 건네는 세상이라는 게 더 무섭네요. 대책 없는 그 한 마디라도 절실한 사람이 더 많으니까요”라고 대답했다.

# “돌을 잃어도 게임은 계속된다.” (16화)
신입사원들의 고군분투가 그려졌던 16화를 한 마디로 표현한 명대사다. 장그래는 계약직 사원이라는 이유로, 안영이는 사내 정치를 이유로 승인된 사업을 뺏기거나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한석율(변요한)은 제대로 된 멘토링 없이 선배의 업무을 도맡아 해야하는 상황에 지쳐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잃는다. 현장 업무를 중시했지만 사무직 신입사원으로는 현장직의 힘듦을 보듬어 안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 대사는 미생들의 씁쓸한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동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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