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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대중음악계의 키워드는 ‘인내’였다. 올해는 ‘컴백의 해’로 회자될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돌아온 가수가 많아 팬들의 인내에 보답했다. 반면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음반 발매 및 페스티벌, 콘서트 등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돼 활동에 제약을 받은 뮤지션들이 인내해야 했다. 이 가운데 YG엔터테인먼트 등 특정 기획사의 뮤지션들이 음원차트를 휩쓸어 소외된 이들 역시 와신상담 인내의 쓴맛을 봐야 했다. 결국 버티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 인내는 쓰고, 그 열매가 달지만은 않았던 2014년 대중음악계의 중요한 흐름들을 돌아본다.

# 90년대에 바치다
올해 상반기 대중음악계 이슈의 중심은 바로 컴백 가수들에게 있었다. 새해 벽두부터 엠씨 더 맥스를 시작으로 김추자, 이선희, 왁스, 소찬휘, 조성모, 임창정, 이소라, 이승환, 이은미, 신해철, 박효신 등등 중견가수들이 줄줄이 컴백했다. 마치 가요계가 90년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 god,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 왕년의 아이돌그룹들도 오랜만에 컴백했다. 이와 함께 이규호, 오태호 등 왕년의 싱어송라이터들을 비롯해 인디 1세대 밴드인 황신혜 밴드 등 다양한 이들이 컴백했다. 하반기에는 서태지, 김동률, 토이 그리고 양희은 한영애 등이 차례로 돌아왔다.

김동률은 기본 보도자료 외에 방송 출연도, 매체 인터뷰도 없이 음반만 달랑 냈다. 이는 앨범을 내기 전 여러 공격적인 마케팅이 행해지는 요즘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새 앨범 ‘동행’은 발표되자마자 주요 음원사이트의 음원차트를 장악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동률은 기본 보도자료 외에 방송 출연도, 매체 인터뷰도 없이 음반만 달랑 냈다. 이는 앨범을 내기 전 여러 공격적인 마케팅이 행해지는 요즘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새 앨범 ‘동행’은 발표되자마자 주요 음원사이트의 음원차트를 장악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동률은 기본 보도자료 외에 방송 출연도, 매체 인터뷰도 없이 음반만 달랑 냈다. 이는 앨범을 내기 전 여러 공격적인 마케팅이 행해지는 요즘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새 앨범 ‘동행’은 발표되자마자 주요 음원사이트의 음원차트를 장악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의 컴백은 가요계를 풍성하게 했다. 약 10년 넘게 아이돌그룹들이 득세한 가요계에 오랜만에 중견 가수들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작년 가요계 이슈가 조용필의 컴백에 초점을 맞춰져 있었다면 올해는 그 폭이 넓어진 것이다. 물론 이들의 음악이 대중적으로 모두 히트한 것은 아니다. 이들 중 음원차트에서 강세를 보인 것은 김동률, 토이, 엠씨 더 맥스, 박효신, god,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정도다. 서태지마저 ‘차트 광탈’을 경험했을 정도였다.

김동률과 god, 박효신의 경우 방송 및 매체 인터뷰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요 프로그램, 음원차트 1위 등극 및 콘서트 매진 등의 진기록을 세웠다. 팬들의 그리움에 대한 보답이 맞물린 결과였다. 앨범의 완성도에 집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소라는 8집 ‘8’에서 록을 시도하는 파격을 선보였으며, 이승환은 MP3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새 앨범 ‘폴 투 플라이’의 음향에 막대한 투자를 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했다. 무려 15년 만에 컴백한 한영애와 이규호 역시 완성도 높은 새 앨범으로 출중한 음악성을 선보였다.

음원차트 성적으로만 따지면 MC몽은 성공적인 컴백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대중이 음원차트를 통해 반감의 메시지를 드러낸 최초의 사례를 남겼다는 오명도 안았다
음원차트 성적으로만 따지면 MC몽은 성공적인 컴백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대중이 음원차트를 통해 반감의 메시지를 드러낸 최초의 사례를 남겼다는 오명도 안았다
음원차트 성적으로만 따지면 MC몽은 성공적인 컴백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대중이 음원차트를 통해 반감의 메시지를 드러낸 최초의 사례를 남겼다는 오명도 안았다

물론 모든 컴백이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MC몽은 정규 6집 ‘미스 미 오어 디스 미?(Miss Me or Diss Me)’로 음원차트를 장악했지만, 이를 언짢게 여긴 네티즌들의 합심으로 ‘멸공의 횃불’이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 1위에 오르고 멜론 실시간차트 70위권까지 진입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대중이 음원차트를 통해 특정 뮤지션에게 반감의 메시지를 드러낸 최초의 사례였다.

# ‘썸’ 열풍, 콜라보 유행으로 이어져
2014년 최고의 히트곡은 ‘썸’이었다. 이 곡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울 보컬리스트 정기고가 씨스타 소유와 함께 부른 듀엣 곡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적당한 템포에 달콤한 멜로디, 그리고 깊게 들어가지 않은 R&B 풍의 보컬의 이 담긴 ‘썸’이 초유의 히트를 기록하자 이러한 공식을 따른 정인 개리의 ‘사람냄새’, 레이나 산이의 ‘한 여름밤의 꿀’ 등 듀엣 곡들이 연거푸 나왔다. 물론 이러한 콜라보레션 열풍을 쫓은 가수들이 모두 히트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아이유는 앞으로도 수많은 콜라보레이션 제의를 뿌리쳐야 할 것이다
아이유는 앞으로도 수많은 콜라보레이션 제의를 뿌리쳐야 할 것이다
아이유는 앞으로도 수많은 콜라보레이션 제의를 뿌리쳐야 할 것이다

정기고, 범키, 크러쉬, 자이언티 등 비슷한 계열의 소울 싱어송라이터들이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음원계의 강자로 떠오른 것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가장 많은 콜라보를 한 가수는 아이유였다. 아이유는 김창완, 서태지, god, 윤현상, 하이포 등과 콜라보를 벌여 음원차트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는 스타성을 증명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미지가 과도하게 소비되는 느낌도 줬다.

# 걸그룹의 승리
2014년에는 보이그룹에 비해 걸그룹이 강세를 보인 것도 특징이다. 소녀시대, 투애니원 등 선배들부터 수많은 신인 걸그룹들이 등장해 걸그룹 춘추전국시대의 양상을 보였다. 새해 벽두부터 걸스데이를 필두로 달샤벳, 에이오에이, 레인보우 블랙 등이 데뷔 후 가장 농도 짙은 섹시 코드를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이러한 섹시코드는 비난의 대상이 됐지만, 동시에 음원차트에서 강세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까탈레나’는 오렌지캬라멜이 오랜 시간 다져온 경험치가 낳은 결과물이다. 뮤직비디오는 ‘오렌지처럼 상큼하고 캬라멜처럼 달콤한’ 팀 이름처럼 미각을 자극하는 콘셉트이면서 동시에 걸그룹을 음식에 비유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까탈레나’는 오렌지캬라멜이 오랜 시간 다져온 경험치가 낳은 결과물이다. 뮤직비디오는 ‘오렌지처럼 상큼하고 캬라멜처럼 달콤한’ 팀 이름처럼 미각을 자극하는 콘셉트이면서 동시에 걸그룹을 음식에 비유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까탈레나’는 오렌지캬라멜이 오랜 시간 다져온 경험치가 낳은 결과물이다. 뮤직비디오는 ‘오렌지처럼 상큼하고 캬라멜처럼 달콤한’ 팀 이름처럼 미각을 자극하는 콘셉트이면서 동시에 걸그룹을 음식에 비유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기존의 섹시 코드만으로는 대중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 농도는 더욱 대담해졌다. 섹시 콘셉트로 가장 덕을 본 것은 걸스데이와 AOA였다. 이들은 무조건 야한 콘셉트를 시도하기보다는 노래가 뒷받침이 돼야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반면 섹시한 안무가 화제를 모으자 스텔라의 ‘마리오네트’ 무조건 벗고 보자는 식의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선정적이기만 한 퍼포먼스는 빠르게 잊혀졌다.

소녀시대와 투애니원은 비슷한 시기에 음반을 발표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걸그룹 화제몰이를 이어갔다. 또한 콘셉트 돌의 대표주자 오렌지캬라멜은 걸그룹이 무려 초밥이 되는 경천동지할 모습을 보이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에이핑크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미스터츄’ ‘러브’를 음원차트 1위에 올리며 씨스타에 이어 차트의 강자로 급부상했다. 작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크레용팝은 국내 가수 중 최초로 레이디 가가의 투어에 오프닝을 서며 흥미로운 행보를 이어갔다.

2014년에 YG의 기세는 대단했다. 양현석의 ‘촉’은 내년에도 유효할까?
2014년에 YG의 기세는 대단했다. 양현석의 ‘촉’은 내년에도 유효할까?
2014년에 YG의 기세는 대단했다. 양현석의 ‘촉’은 내년에도 유효할까?

# YG 월드
올 한해 YG엔터테인먼트의 활약은 대단했다. 음원 최강자로 군림한 악동뮤지션을 필두로, 태양, 투애니원, 에픽하이, 위너 등 올해 나온 정규앨범들이 일제히 음원차트를 장악했다. 이외에도 하이수현, 지디태양 등 자사 아티스트의 콜라보레이션 곡들이 역시 음원차트 1위에 올랐고, 바비, 비아이 등 아직 데뷔하지 않은 이들까지 인기를 얻었다. 하나의 기획사가 이런 식으로 가요계를 장악했던 사례는 거의 없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차트 강세를 보이며 단순히 훈육된 가수를 내세우는 아이돌 기획사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악동뮤지션과 에픽하이의 경우 자신들이 직접 만든 음악을 통해 대중을 사로잡았다. 악동뮤지션은 올해 최고의 데뷔, 그리고 에픽하이는 올해 최고의 컴백을 이뤄냈다. YG의 이러한 강세가 대표선수인 빅뱅의 앨범 발표 없이 가능했다는 것은 특기할만한 사항이다. 한편으로 YG는 올해 수많은 스캔들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제대로 해명을 하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그의 음악을 듣고, 그를 추억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S병원의 만행을
우리는 언제까지나 그의 음악을 듣고, 그를 추억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S병원의 만행을
우리는 언제까지나 그의 음악을 듣고, 그를 추억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S병원의 만행을

# 그리고 안타까운 죽음들
올해처럼 가수들의 죽음이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긴 적은 없었을 것이다. 서울 S병원에서 장 협착증 수술을 받은 후 가슴과 복부 통증으로 인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숨진 신해철의 사망은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팬들에게 커다란 슬픔과 동시에 분노를 안겨줬다. 교통사고로 숨진 레이디스코드는 아직 다 꽃을 피우지 못한 걸그룹의 사망이라는 점에서 아픔이 더욱 컸다. 죠앤 역시 로스앤젤레스 근교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을 거둬 세인을 안타깝게 했다.

암으로 인한 사망도 이어졌다. 한국 재즈계의 큰 별인 정성조는 암 투병 중 사망해 음악계를 안타깝게 했다. 재즈 밴드 외에 ‘영자의 전성시대’ ‘겨울여자’ 등 영화음악 40여 편을 작곡하는 등 영화음악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했고, 1988년에는 서울예대에 국내 최초로 실용음악과를 창설해 한국 대중음악 교육에 크게 이바지한 정성조는 최근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했던 터라 더욱 아쉬움이 컸다. 1995년 이태원에 국내 최초로 블루스 전문 라이브클럽 ‘저스트 블루스’를 열고 꾸준히 공연 활동을 펼쳐온 한국을 대표하는 블루스맨 채수영 씨도 암으로 별세했다. 유채영은 위암 투병 끝에 향년 4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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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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