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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에 재즈를 연주할 줄 아는 지원자가 나왔다. ‘K팝스타4’에 출연 중인 이진아 말이다. 이진아는 ‘시간아 천천히’ ‘마음대로’ 두 곡을 통해 심사를 맡은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에게서 연일 극찬을 받고 있다. 박진영은 “음악을 관둬야 할 것 같다. (이진아의 노래를 듣고) 정말 숨고 싶었다”라고까지 말해 과도한 찬사를 퍼부었다며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K팝스타’ 외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평이 논란이 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매회 심사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이 더 신기할 정도이니 말이다. 다만 이진아의 경우 여태껏 나온 아마추어 실력의 지원자들에 비해 음악적으로, 특히 이론적으로 정립이 돼 있는 지원자다. 때문에 음악적으로 보다 더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박진영은 이진아의 ‘마음대로’를 듣고 “이런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 도통 장르를 모르겠는 노래”라고 말했다. 박진영을 위해 이진아의 ‘마음대로’를 굳이 장르적으로 설명하자면, ‘재즈 피아노를 강조한 발라드’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진아의 피아노 보이싱(코드 구성음의 배열)을 듣고 미국의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빅밴드 리더인 칼라 블레이(Carla Bley)의 연주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재즈를 전공하는 이들이 공부하는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진아는 우리나라 실용음악과 중 가장 경쟁률이 치열한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재즈 피아노를 전공했다. 때문에 일종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칼라 블레이 등 다양한 재즈 피아니스트의 음악을 공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칼라 블레이를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서, 그리고 단지 재즈 화성만을 가지고 ‘마음대로’와 같은 노래를 만들기는 어렵다.

여태껏 ‘K팝스타’의 지원자들은 흑인음악을 기본으로 하는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가 어느 정도 설명 가능했다. 하지만 이진아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진아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도 있다. 재즈를 가르치는 한 실용음악과 교수는 “가요 쪽 종사자들은 재즈화성만 나오면 신기한가보다. 그렇다고 이진아의 곡이 재즈는 아니며 재즈화성을 사용한 가요라 함이 옳다”라고 말했다.

이어 “R&B는 재즈코드를 원래 자주 사용하기에 가요 쪽 분들도 재즈화성을 익힘이 그들 창작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어떤 음악을 하시던 재즈화성을 배우시라 권하고 싶다. 음악을 더욱 넓고 다양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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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진영은 이진아의 ‘마음대로’를 설명하면서 “화성이나 이런 것은 흑인음악의 반대, 소울 R&B의 정반대편에 있는 화성을 갖다 쓰는데 그 밑으로 끈적거리는 그루브가 흐른다”라고 말했다. 즉, 어떤 음악이 나오든 자기의 주력 장르인 R&B와 비교해 설명하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자신의 취향에 갇힌 평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찬사를 던져도 시청자들에 대한 설득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재즈를 알아야만 이진아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 곡에 대해 양현석은 “이게 바로 음악의 힘인 것 같다. 사람을 먹먹하고 멍청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시청자들도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마음대로’와 같이 난이도가 높은 곡이 음원차트를 휩쓸었을 것이다.

음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해당 뮤지션에게도, 그리고 불특정다수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홍대 신에는 이진아와 같이 재즈를 구사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 꽤 있다. 그들 중 여성 싱어송라이터 향니가 작년 7월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에 지원했을 때 심사를 맡은 재즈 비평가 김현준 씨는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다.

“2년 전 향니를 재즈 콩쿨에서 봤어요. 그때는 번지수를 잘못 찾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오늘은 제대로 찾아오셨네요. 향니 나이의 뮤지션에게 2년이란 세월은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긴 시간이죠. 그 사이의 변화가 궁금했어요. 향니가 만든 곡은 한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음악인데요. 그런데 6개월 후에도 가슴에 남을 지는 의문이 들기도 해요. 향니의 음악은 듣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측면이 있어요. 불안하게 하려면 완전히 불안에 빠지게, 미치게 만들면 어떨까요? ‘나를 따르라’는 마음으로 앞장서서 나아가는 거죠.”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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