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션왕’에서 신주환은 단연 눈에 띈다. 동명 웹툰 속 캐릭터가 그대로 튀어나온 것만 같다. 영화에 대한 갖가지 평가가 있겠지만, 신주환 만큼은 평가가 같다. 원작 웹툰 속 창주 캐릭터와 똑 닮았다는 것. 신주환 본인도, 가족들도, 주위의 선후배들도 모두 ‘닮았다’다고 한마디씩 건네는 게 당연해 보일 정도다. 어릴 때부터 배우의 꿈을 키워왔던 신주환의 출발은 성공적이다. ‘패션왕’을 통해 이름 석 자는 제대로 박았다. 이제 걸음마를 뗀 신주환,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신주환, 그가 직접 자신을 소개했다. 텐아시아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신주환은 자기소개서를 썼다. 배우란 막연한 꿈을 꾼 어린 시절부터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를. <인터뷰에 앞서 자기소개서를 쓰듯 말해달라는 요청에 신주환이 얘기한 것을 글로 옮김. 편집자주>

#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었던 어린 시절

지금까지 어떻게 왔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1986년 7월 28일 태어난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남 앞에 서는 걸 좋아했고, 박수 소리에 희열을 느꼈습니다. 또 어린 시절부터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를 많이 빌려보던 친구였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쯤 볼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지만, 어머니와 같이 ‘터미네이터2’를 봤습니다. 그 영화에서 빵빵 터지는 휘황찬란한 것들과 배우들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부러워했습니다. 그리고 나도 저기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강시’ 등을 보면서 영화에 나오는 아역을 만나고 싶고, 나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런 마음이 커지면서 가수든 뭐든,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이때만 해도 배우라기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 고등학교 때 경험한 연출과 연기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올라갈 때 예고를 보내 달라고 했는데, 거기 가면 놀 것 같아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뭔가 보이라 했고, 그게 곧 성적이었습니다. 중3 때 성적을 95점까지 올리고, 연합고사를 잘 봤습니다. 예고에 가도 놀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고 했더니 오히려 이 점수면 인문계를 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게 됐는데, 그곳에 공교롭게도 단편영화 제작 동아리가 있었습니다. 퀄리티는 부족하지만, 카메라를 가지고 놀면서 제 작품을 연출해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연기를 배우는 건 쉽지 않았고, 그래서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엑스트라를 경험했습니다. 연기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지만, 학생들과 있으면서 잘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 연기는 운명

대학은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었습니다. 수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부 연예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시를 준비했는데 나름 수능 성적이 대박이 터졌습니다. 그랬더니 이 점수로 입에 풀칠할 수 있는, 돈 벌 수 있는 데에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선생님도 우려하셨고, 아버지는 더 반대하셨습니다. 하지만 모두 연극영화과 지원을 감행했습니다. 당시에는 잘 생긴 사람만 들어간다는 루머도 있고, 안 될 거로 생각했습니다. 입시 선생님께서도 영화는 들어가는 자체가 힘들고, 연극은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면서 이 길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다 떨어지면 뒤돌아보지 말고 다른 길을 가라고 했는데 합격하면서 아버지도, 선생님도 운명인가보다 생각하셨습니다.

#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 그리고 좌절

대학에 들어갔더니 연기 잘하는 친구가 많았습니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연기는 ‘인기’ 때문에 시작한 거였는데, 실제 배워보니까 진지하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부분에서 더 매력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박수받는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출발해 상처와 고민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때 희열이 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24살이 됐을 때 슬슬 미래에 대한 걱정이 됐습니다. 졸업하고 나면 뭘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학교를 휴학했습니다. 그리고 1년 동안 할 수 있는 걸 찾았고, 그 과정에서 현실이 굉장히 암울하다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엑스트라 단역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가 한 분을 알게 되면서 이것저것 경험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 든 생각은 한국에서 연기를 제대로 하려면, 돈이나 배경 없이는 안 되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주위를 다시 돌아봤더니 동기들은 독립영화계에서 이름을 조금씩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독립영화계에서 이름을 알리면서 조금씩 발을 넓혀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계기가 돼서 만든 게 ‘섹스킹’입니다. 이 작품이 미쟝센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나서 여러 사람을 알게 됐고, 지금의 소속사인 심 엔터테인먼트와 계약까지 하게 됐습니다. 또 ‘섹스킹’이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됐고, ‘패션왕’ 창주 역할까지 캐스팅됐습니다. 이 모든 게 1년 안에 다 일어났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 순간 경험이 얼마나 값진 건지 잘 알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느껴지는, 배우로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만든 경험이었습니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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