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스크린 첫 출연이자, 주연이다. 드라마와는 다른 기분일 것 같다.
불과 1년이다. 정확히 말해 아직 1년도 안 된 풋내기다. 하지만 그의 성장세는 놀랍다. 벌써 주연 한 자리를 꿰찰 정도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처음 연기에 발을 담근 안재현이다. 짧은 분량이었음에도, 자신만의 매력을 드러냈다. 그리고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영화 ‘패션왕’까지 연이어 대중과 만났다. (촬영 순서는 ‘패션왕’, ‘너희들은 포위됐다’ 순이다.) 특히 6일 개봉된 ‘패션왕’에서는 주원과 대립하는 주연으로 나서 스크린을 꽉 채운다. 이렇게 쉼 없이 달리면서 ‘연기’의 재미를 알았다. 처음 연기 제안에 “실력이 없어 연기를 못 하겠다”고 했던 그에게 연기는 이제 “하고 싶은 것”으로 바뀌었다. “기억되고 기대되는 배우”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채찍질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패션왕’ 개봉에 맞춰 직접 만나본 안재현, 훨씬 더 매력이 넘친 배우였다.
안재현 : 드라마도 매회 떨리긴 마찬가지다. 다만 드라마는 즉각 반응을 알 수 있는데, 영화는 정말 하나의 결과로만 보여주는 거라서. 흥행도 흥행이지만, 나에 대해 어떻게 봤을지 가장 떨린다.
Q. ‘별에서 온 그대’로 연기를 시작하기 이전, 안재현은 모델이었다. 모델 활동을 하게 된 이유부터 듣고 싶다.
안재현 : 22살 때였는데 교통사고가 심하게 나서 4개월가량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단순하게 모델이란 직업적인 측면에서 다가갔다. 그래서 (모델) 아카데미를 갔고, 프로필 사진을 찍고, 대회에 참여해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렇게 계속 두드렸던 것 같다.
Q.교통사고로 4개월 치료받았으면 크게 사고가 났다는 건데, 그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 같다. 지금은 괜찮은 건가.
안재현 : 당시 사고로 부분 기억 상실이 조금 있었다. 그리고 4번, 6번 갈비뼈, 골반 치골에 금, 폐기흉도 같이 오고. 지금도 삐걱거림이 있다. (웃음) 좀 더 완전히 치료를 받고 퇴원했어야 했는데, 어린 나이에 빨리 퇴원하고 싶어서. 지금도 저릴 때가 있다. 그리고 심하면 힘이 안 들어갈 때도 있다. (사고 후유증을 말하면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음을 보였다.)
Q. 그런데 왜 모델이었나. 직업적 측면에서 모델에 접근했다는 말은 어려서부터 모델을 동경했다거나 열정을 지녔던 게 아니었다는 의미로 들린다.
안재현 : 단순히 키가 컸다. 회사 입사할 때 토익 점수 등 스펙이 있지 않나. 모델도 마찬가지다. 키가 컸고, 그게 모델 조건이라 생각했다. 또 잡지 등에 얼굴이 나오니까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단순하게 접근했다. (웃음)
Q. 연기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안재현 : ‘별에서 온 그대’ 장태유 감독님과 박지은 작가님이 나를 좋게 보셨다. 특히 작가님께서 평소 내 사진을 많이 보셨다고 하더라. 그런데 사실 연기에 자신이 없었다. 해본 게 아니라 또 다른 영역이니까. 그래서 레벨이 ‘0’입니다, 배움이 필요한 시점이고, 정말 (연기를) 못해서 (작품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모습을 또 좋게 보셨나 보더라.
Q. 감독과 작가는 왜 안재현을 좋게 봤을까, 혹시 물어봤나.
안재현 : 교보문고와 인터뷰한 게 있는데, 그걸 보고 나서 어떤 친구인지 궁금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회사로 연락이 왔고, 미팅을 갔는데 그날이 윤재(‘별에서 온 그대’에서 안재현이 맡은 역할 이름) 오디션 현장이었다.
Q. 연기에 자신이 없었다고 했는데, 벌써 세 작품을 마쳤다. 이제는 할 만한가.
안재현 :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하고 싶다. 무엇이든 처음 배우게 되면 어렵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게 재밌으면 또 해보고 싶지 않나. 연기가 그렇다. (어려움은) 처음에 겪는 자연스러운 거로 생각한다.
Q. 언제쯤 연기가 재밌게 느껴졌나.
안재현 : ‘별에서 온 그대’ ‘패션왕’ ‘너희들은 포위됐다’를 연속으로 했는데, ‘너희들은 포위됐다’ 끝나는 시점에 왔다. 큰 프로젝트를 끝낸 성취감이라고 할까. 큰 자극이 됐고, 빨리 이 사람들과 다른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별에서 온 그대’부터 ‘패션왕’까지, 짧은 시간에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좋은 일이지만, 그에 따라 부담도 많을 것 같다.
안재현 : 그만큼 좋은 모습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잠도 안 자고 열심히 했다. ‘실수하면 안 되고,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줘야 해 그런데 잠이 오니’라고 자신을 스스로 다그쳤다. 좋은 선물을 주신 걸 알기에 멋지게 활용하고 싶었다.
Q. 영화는 분명 드라마와 다른 점이 있다. ‘패션왕’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
안재현 : 감정선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드라마와는 조금 달랐다. 영화는 연기가 끝나도 5분이건 10분이건 그냥 지켜보더라. 뭔가 더, 더, 더 이런 느낌이다. 또 항상 감정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야 감정이 연결되니까.
Q. 그러면 가장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안재현 : 전체적으로 다 부족했던 것 같다. 특출나게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레벨업’이 필요하다.
Q.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데 영화와 드라마 현장을 오갔다.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안재현 :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졌다. 폐를 끼치면 안 됐고, 실수하면 안 됐다. 그게 더 명확해지면서 정신 집중이 됐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 안 했던 게 ‘별에서 온 그대’ 끝날 때쯤 ‘패션왕’ 촬영에 들어갔고, ‘패션왕’ 중간부터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들어갔다. 그래서 영화, 드라마가 아니라 그냥 다른 현장 느낌이었다.
Q. 패션이나 모델에 익숙하고, 그랬기 때문에 이번 영화 선택이 좀 더 수월했을 것 같다.
안재현 :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패션이란 친숙한 단어가 좋았다. 믿음을 주시는 감독님의 마음도 정말 감사했다. 그런 것들이 복합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모델은 모델이고, 연기는 연기다. 아무리 모델 생활을 했다고 해도 현장에서 오는 피드백은 다른 것 같다.
Q. 워킹이나 자세 등은 익숙하지 않나.
안재현 : 극 중 원호는 프로 모델이 아니다. 자신만만하게 걷는 게 오히려 맞지 않는 거다. 그래서 극 중 역할에 맞게 했다. 그리고 옷은 감독님, 의상 팀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Q. 촬영하면서 민망하진 않았나. 과도한 패션과 설정이 조금은 오글거리던데.
안재현 : 유쾌한 현장이어서 웃음이 넘쳤다. 그리고 그런 것을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웃길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촬영하면서는 오글거리지 않을까 걱정은 안 했던 것 같다.
Q.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느낌은 어땠나. 주원은 언론시사회 때 오글거린다고도 했는데.
안재현 : 오글거리긴 하는데, 그 오글거림이 ‘패션왕’의 매력 포인트가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론 좋았다.
Q. ‘패션왕’은 주원과 안재현의 대립구도가 명확하다. 이 때문에 두 배우 간 균형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재현 : 캐릭터를 분석할 때 상대 역할을 본다. 상대의 성격을 파악하면, 내가 어떻게 했을 때 (상대가) 돋보일 수 있는지가 보인다. 대립하는 구조라면 더더욱. 그래서 기명(주원)이 더 착하게 보일 방법을 생각했다. 물론 원호도 가엾게 느껴질 부분이 있다. 가족의 사랑을 바라는, 그걸 극대화한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했다.
Q. 옆에서 본 주원은 어떤 배우인가.
안재현 : 많이 이야기했던 부분인데 ‘라떼’ 같다. 달달한 건 아닌데 부드럽고, 그 부드러움 안에 진한 맛도 느껴진다. 그리고 라떼가 어떤 빵과도 잘 어울리는 커피다. 주원 역시 누구랑 붙여놔도 잘하는 친구다.
Q. ‘별에서 온 그대’나 ‘패션왕’에서 맡은 역할을 보면, 다소 반항기 있는 학생 역할이다.
안재현 : 윤재는 10대의 터질 듯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던 거고, 원호는 냉정하고 차가운 인물이다. 미묘하게 다름이 있다. 그래도 둘 다 내 모습 같다.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유들유들한 성격도 있고. 전부 내 안에서 나오는 거니까 내 것이지 않을까.
Q. 안재현의 고등학교 시절이 궁금하다. 극 중 원호처럼, 한 인기 했을 것 같다.
안재현 : 평범한 친구였다. 인기는 잘 모르겠다. 동창생 중에 2AM 임슬옹이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인기가 좋았다. 고등학교 때가 공부하는 시기인데 나한테는 관심 안 주고 공부하더라. (웃음)
Q. 혹시 연기 수업을 받아 본 적은 없나.
안재현 : ‘별에서 온 그대’가 확정되고 연기 선생님을 찾아가긴 했다. 그런데 일정이 쉽지 않았다. 그 대신 현장에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 같다. 조언도 듣고. 조금 아쉽긴 하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달라졌을까 생각도 들고.
Q. 그렇다면 현장에서 배우고, 조언을 들었을 것 같은데.
안재현 : 개인적으로는 동갑내기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 수현 씨의 눈빛, 승기 군의 똑똑함, 박정민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애드리브 등. 그리고 주원은 부드럽지만, 연기에 푹 빠져 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의 열정과 포용력을 지녔다. 그런 것들이 모두 자극이 됐고, 큰 조언이었다.
Q. 모델을 하다 이제는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각각 매력이 다를 텐데, 경험자로서 모델과 배우를 비교한다면.
안재현 : 단순하게 보면 된다. 배우는 드라마와 영화를 하고, 모델은 런웨이에 서고, 광고 잡지 화보촬영을 한다. (웃음) 다른 과목인 거다. 쉽게 비유하자면 수학 100점 받았을 때와 영어 100점 맞았을 때 그 기분이 다르지 않나. 어느 한쪽이 1,000점이고, 다른 한쪽이 100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델 할 때는 결과물이 빨리빨리 나온다면, 연기는 많은 인원이 최소 3개월 같이 해서 나오는 거다. 그래서 연기는 뭔가를 수확하는 기분이라면, 모델은 수확한 쌀로 밥을 하는 느낌이다. 어쨌든 두 가지 만족스럽다.
Q. 현재 쥬얼리 브랜드 사업도 하고 있다. 이건 또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안재현 : 인연의 고리를 만들고 싶었다. 쥬얼리 사업을 하면서 그 모델이 직접 될 수도 있으니까. 현재 백화점에 입점 돼 있는 나만의 브랜드다. 직접 디자인도 한다. 핸드메이드로 작업하는 거라 조금 비싸다.
Q. 다른 인터뷰 보니까 모델 수명이 짧아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 같던데.
안재현 : 남자 모델이 수명이 짧지 않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걸 바꾸고 싶었다. 처음 연기 제안이 왔을 때도 ‘모델로 이룬 게 없는데,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고 말했던 것도 있고. 그리고 개인적으로 모델을 패션으로 봤고, 그 패션계에 오래 남고 싶었던 거다.
Q. 그래도 디자인적인 감각이 있으니까 사업도 하는 거 아닌가. 직접 디자인을 할 정도면 말이다.
안재현 : 관심이 있을 뿐이다. (웃음) 그리고 예쁠 때까지 반복적으로 무작정 하는 거다. 밥도 해봐야 밥물을 잘 맞추는 거니까.
Q.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굉장히 치밀한 성격 같다. 또 뭔가에 꽂히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안재현 : 어설픈 거 싫어한다. 알아봐 주신 거에 대해 고마움을 생각하면 그게 맞는 것 같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고, 만족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는 주의다.
Q. 당장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안재현 : 한량 캐릭터 하고 싶다. 지금과 반대되는 이미지를 하면 어떨까. 무엇보다 자신을 깨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잘되면 다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봐주지 않을까.
Q. 배우로서 욕심이 있다면.
안재현 :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거다. 갑자기 연기파 배우가 될 순 없는 거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뭔가 하려고 하는구나, 노력한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을 것 같다.
Q. 훗날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안재현 : 기억되고 기대되는 배우. 기억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고, 기대되는 건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기대되고 기억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에서 얼마나 놀라게 해줄지, 이런 기대가 내 어깨를 무겁게 하고, 채찍질해서 더욱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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