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가 ‘퓨리’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지난 2011년 영화 ‘머니볼’로 첫 내한한 이후 ‘월드워Z’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지난 방문이 그에 대해 알려준 것은 ‘브래드 피트는 달변’이라는 사실. 그는 늘 기자들의 질문에 기대 이상의 답변을 내놓아 마음을 훔치곤 했다.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영화 ‘퓨리’ 기자회견에서도 브래드 피트의 화려한 ‘말(言)의 시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든 성공의 기반은 실패라고 생각한다. 실패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말하는 이 배우에게 진짜 반하게 되는 건, ‘섹시한 외모’가 아니라 ‘섹시한 뇌’라는 말씀.

1991년 ‘델마와 루이스’를 통해 섹시 스타로 발돋움한 브래드 피트는 이후 ‘파이트 클럽’ ‘가을의 전설’ ‘오션스 일레븐’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등의 대중영화들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와중에 ‘바벨’ ‘트리 오브 라이프’ 등을 작품들로 영화와 깊게 소통해 온 그는, 흑인 노예들의 삶을 다룬 영화 ‘노예12년’을 제작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퓨리’는 ‘월드워Z’ ‘킬링 소프틀리’ ‘마이티 하트’ ‘디파티드’ 등에 이어 그가 다시 한 번 제작에 이름을 올린 작품들이다. 아래는 기자간담회에서 오고 간 말들이다.

Q.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브래드 피트: 3번째 방문인데 매번 이렇게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
로건 레먼: 부산국제영화제 때 왔었는데, 이번엔 서울을 방문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Q. ‘퓨리’는 연기 뿐 아니라 제작을 맡은 작품이다. 배우로서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겠지만, 제작자로서의 보람도 있을 것 같다.
브래드 피트:
제작에 참여하는 건 영광이다. 하지만 이번엔 명예제작이라 생각한다. 힘든 건 대부분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담당하고 나는 조력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제작의 매력은 콘셉트와 아이디어 구성 등 시작 단계부터 팀을 짜고, 편집 끝 단계까지 참여할 수 있다는데 있다. 특히 연말이 되면 대작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작품들 사이에 내가 참여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Q. ‘퓨리’는 할리우드의 세대별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서 인상적인 작품이다. 선후배 간의 연기 호흡이은 어땠나.
브래드 피트:
촬영을 하면서 배우들과 매우 친해졌다. 매일 아침 복싱을 하는 등 4개월 전부터 함께 훈련을 했기 때문에 가족 같은 느낌이 있다. 반면 로건은 힘든 부분이 있었을 거다. 극중 부대원이 한 명 죽으면서 신참으로 들어오는 역이라, 뒤늦게 적응하느라 힘든 부분이 있었을 거다.
로건 레먼: 이 작품을 하면서 배운 것이 굉장히 많다. 매우 극한의 작업이여서 내 한계를 알 수 있었다. 훌륭한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것을 얻었는데, 브래드 피트에게는 어떻게 하면 사람을 아프게 잘 때릴 수 있는지를 배웠다.(일동 웃음) 브래드 피트은 성실하다. 또 많은 것을 주면서도 돌려받길 바라지 않는데, 그런 면에서 존경할 만한 선배라고 생각했다.

Q. 사실 ‘퓨리’는 트랜디한 장르의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로 관객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브래드 피트:
트렌드에 따라가는 것 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쟁의 끔찍함과 흉측함을 말하고 싶었다. 어느 날은 죽일 듯 싸우다가 다음 날은 맥주 한 잔하고 얘기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가 싶었다. 또 군인으로서 얼마나 많은 심리적 부담 안고 그 것을 극복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잔인한 시대인 만큼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다.

Q. ‘머니볼’ 이후에 한국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영화 성장에 따른 스튜디오의 전략적 선택인지, 브래드 피트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 궁금하다.
브래드 피트:
한국을 좋아해 자주 오기도 하지만, 한국 시장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한국의 영화와 음악 시장이 굉장히 크게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 영화시장은 세계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Q. 제작자로서 한국 영화와 합작을 해 볼 생각은 없나.
브래드 피트:
1년에 1~2편밖에 하지 못하기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 하지만 한국엔 많은 재능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하게 되면 즐거울 것 같다.


Q. 로건 레먼은 이번 한국 방문을 위해 맛 집과 먹고 싶은 음식을 정리해 왔다고 들었다.
로건 레먼:
나는 여행할 때 다양한 체험을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식도락 탐험을 즐긴다. 누군가 내게 불고기와 김치볶음밥을 추천해 줘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소주도 매우 좋아한다.(웃음)

Q. 6명의 아버지로서 연기에 도움이 된 부분이 있는가.
브래드 피트:
이번 영화에서 탱크 안에 성인 남성 5명 안에 들어가 전쟁을 맞이하는데 그것은 하나의 파탄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로서의 내 모습이 탱크 안에서 지휘자로서 전쟁을 맞서는 워 대디를 연기함에 있어 도움이 된 것 같다. 지휘자로서의 책임을 잘 표현하고자 했다. 탱크 안의 사기를 북돋아야했고 내외부 분위기까지 책임져야 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Q. 데뷔 때와 비교해서 내적 외적으로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느끼나. 그리고 배우로서 어떤 걸 지향하는지 궁금하다.
브래드 피트:
지난 20년과 돌아봤을 때, 나는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다. 시골에서 자란 내게 영화는 세상을 보는 창이었다. 영화로부터 내가 받았던 것들을 연기할 때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항상 새롭게 도전하고 훌륭한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려고 했다. 그런 것들이 내가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Q. 한국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아는데, 한국 영화도 알고 있는지.
로건 레먼: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님을 좋아한다.
브래드 피트: 나는 봉준호 감독.(웃음)
로건 레먼: 한국 영화들이 굉장히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 생각한다.

Q. 20년 동안 활동하면서 매너리즘이나 슬럼프를 겪을 때가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브래드 피트:
슬럼프 역시 내 자신의 일부인 것 같다. 슬럼프의 순간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것이 그 다음에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릴지 영향을 주고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더 분명하게 해준다. 모든 성공의 기반이 실패 아닌가. 실패가 있어야 성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의사 결정을 내렸을 때 도움이 됐다.

Q 제작자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제작자로서의 신념이 궁금하다.브
래드 피트:
내가 있는 제작사는 직원이 세 명 있는 조그마한 회사다. 할리우드를 보면 상업적이 대작 위주로 작품이 개발되고 있는데, 우리의 모토는 조금 더 작고, 복잡하고, 심오한 작품을 더 지원하고 만들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늘 존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제작을 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우리가 아니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작품들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자부심을 느낀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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