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경비원의 죽음으로 바라 본 우리나라 비정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제도적 문제점을 살펴본다.
지난, 10월 7일 오전 9시 10분경,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이 모씨가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돼 목숨은 구했지만 그는 전신의 60%에 3도 화상을 입은 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그는 왜 근무지에서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동료 경비원들은 이 씨가 분신을 한 이유로 한 ‘사모님’을 지목했다. 동료 경비원들은 ‘평소 사모님이 폭언을 하고, 5층에서 떡을 던지며 먹으라고 하는 등 경비원들에게 모멸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날 아침에도 사모님이 이 씨에게 잔소리하는 것을 목격한 경비원도 있다고 했다. 사건은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고 쏟아지는 기사들은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그런데, 경찰과 아파트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것과 진실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주변 CCTV화면을 근거로, 문제의 ‘입주민 여성’이 당일 아침 문제의 초소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며, 그녀에 대한 기사는 오보라고 전했다. 취재 도중 만난 주민들 역시 그 ‘사모님’이 그런 분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그녀가 던진 떡을 받고 모욕감을 느꼈다고 했던 동료 경비원이 갑자기 자신은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다며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어찌된 걸까? 우리는진술을 번복한 동료경비원을 만나 그 속사정을 들어보았다.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입주민 여성을 어렵게 만나, 그녀로부터 사건 당일 아침에 대한 상황을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모님’과 동료 경비원, 주민들의 말이 모두 엇갈리는 상황.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이며, 이 씨가 분신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 발생 9일 후, 드디어 사경을 헤매던 이 씨가 의식을 찾고 사건 당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의 말을 통해 그날의 진실에 더 접근할 수 있었다. 100도가 훨씬 넘는 화염 속에서 이 씨가 외치려 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2010년 10월, 창원에서는 놀이터 소음 문제로 입주민이 경비원을 폭언, 폭행했다. 모멸감을 느낀 경비원이 투신자살을 했다. 가해자는 여전히 자신은 뉘우칠 게 없다고 했다. 반면 유가족들은 산재처리조차 받지 못하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우리가 만난 다른 경비원들이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주민으로부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받기도 하고, 반말과 무시하는 언행을 듣기도 하는 등 인격적 모욕감을 느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한 경비원은 한 입주민이 오랫동안 찾지 않는 음식물 택배를 버렸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기도 했다. 경비원들은 스스로를 하인, 현대판 노예라고 했지만, 주민들의 민원과 그로 인한 해고의 두려움 때문에 모든 부당함에 침묵할 수 밖에 없는 게 엄혹한 현실이라고 했다.
분신자살을 시도했던 이 씨의 가족은 현재 병원비 문제로 걱정하고 있다. 과연 이 씨는 산재보험을 받을 수 있을까? 또 대한민국 경비원들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한 경비원의 분신자살시도 사건을 통해, 경비원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제도적 문제점을 살펴본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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