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충돌을 빚는 요제프 황제와 루돌프 황태자(임태경).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선 자유주의세력을 결코 용납해선 안된다는 황제의 주장에 대해 자유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황태자가 맞선 것이다. 그러나 루돌프의 반론은 단지 의견일 뿐, 국가 정책은 황제의 명을 충실히 실행하는 타페수상(최민철)에 의해 진행된다. 결국 신문에 필명으로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글을 기고하는 루돌프. 그리고 곧 이어 운명적인 연인 마리(안시하)를 만나게 되었으니. (중략)

2012년 초연 당시, 흥행몰이를 했던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가 다시금 무대에 올랐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뛰어난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뮤지컬의 가장 큰 특성은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점. 소위 세기적인 사랑이야기라 할 만한 이 극이 관객의 마음을 한층 감성적으로 만드는 이유는 현실적으론 이루어지기 어려운 두 연인이 영원한 사랑의 수단으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혹자는 이 사건을 두고 ‘죽음을 넘어선 위대한 사랑’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영화 그 이상의 매력

사랑하는 남녀가 자살을 선택한다는 소재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해 많은 작품에서 등장한다. 더욱이 황태자 루돌프와 마리 베체라의 실제 사랑이야기도 소설과 영화로도 등장했다. 우리에게 알려진 영화로는 아나톨레 리트바크 감독의 ‘비우’(悲雨)(1936년 개봉)와 007시리즈로 유명한 테렌스 영 감독의 ‘마이엘링’(1967년 개봉)이 있다. 특히 ‘마이엘링’은 오마 샤리프(루돌프 역), 카뜨린느 드누브(마리 역), 제임스 메이슨(요제프 역), 에바 가드너(엘리자벳 역: 루돌프의 어머니) 등 당대 톱스타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마이엘링’의 극적 구성은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역사적 사실을 그리 각색하지 않았다. 주요 인물 캐릭터 역시 영화와 뮤지컬이 유사하다.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영화 속 루돌프가 뮤지컬보다는 상대적으로 진지한 내면 연기를 보여준 반면, 마리 역은 뮤지컬이 영화보다 활달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정도.

한편 영화와 뮤지컬에서 표현된 루돌프의 품성을 보면,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을 이끌어갈 만한 역량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지도자는 필요에 따라서는 서슴없이 냉혹한 결단도 해야 하는데 반해, 황태자 루돌프는 그러한 정치적 감각과는 거리가 먼 감성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황제의 정책에 노골적인 반기를 제기함으로써, 고립되는 우(愚)를 범했다. 따라서 설사 마리를 만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루돌프는 비운의 황태자로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의 특색으로 무대장치와 의상을 꼽을 수 있다. 비엔나에서 직접 공수한 가구는 합스부르크 왕실의 화려함을, 칸막이 혹은 벽으로 보이는 소품은 왕실 대(對) 서민층의 극명한 대립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 간의 연기 호흡도 매끄럽다. 주인공 루돌프역의 임태경은 호소력 짙은 고음으로 자신이 처한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서 오는 좌절감을 잘 표현했다. 그리고 타페 역을 맡은 최민철의 냉혹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가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끝으로 애정 전선에 적신호가 온 연인이나 열렬한 사랑을 꿈꾸는 관객에게 이 뮤지컬을 ‘강추’하고 싶다. 더욱이 이 극이 실제 역사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꿈같은 사랑이 현실로 될 수도 있다는 기분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연동원 문화평론가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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