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하고 있으면 두려워요. 너무 행복해서.”

송일국은 ‘슈퍼맨’이다. 배우보다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의 아빠가 더 익숙하다. KBS2 주말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 배우로서 존재감이 옅어졌지만, 서운함은 전혀 없다. ‘삼둥이’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그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행복하다.

‘삼둥이’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텐아시아와 만난 송일국은 “아이가 준 선물”이라며 지금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먼저 농담을 건네며 웃음 짓고, “과거 겉멋이 들었었다” “연기를 못해서” 등 스스로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릴 정도다. 그는 “나도 모르는 사이 많이 풀어졌다는 걸 느꼈다”며 “아이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송일국은 6일 개봉된 영화 ‘현기증’을 시작으로 배우로서 다시 기지개를 켠다. “삼둥이를 먹여 살리려면 들어오는 대로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내 “몸을 사리지 않고 뭐가 됐던 잘할 자신이 있으니 작품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속내가 드러난다. ‘슈퍼맨’으로 거듭난 송일국은 어느덧 친근한 배우로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와 있었다.

Q.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큰 화제다. 그런데 처음에는 고민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송일국 :
고민 많았다. 나는 반반이었고, 아내는 반대를 많이 했다. 지금은 잘했다 싶다. 아이들하고 많은 걸 하고 싶은데, 정말 셋은 집 앞에 있는 식당에 가기도 힘들다. 그래서 방송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못 했다. 방송을 통해 아이들하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 같다. 앨범에 사진 한 장씩 끼워 넣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나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또 아이들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힘든 경우는 많지 않더라.

Q. 본인이 미디어에 노출된 사람이라서 그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런데 아직 어린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된다는 것, 그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송일국 :
그 고민을 왜 안 했겠나. 근데 아직 그걸 인지하지 못할 나이다. 방송 출연한다는 개념이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전혀 모른다.

Q. 실제 ‘삼둥이’를 보는 시간은 어떻게 되나. 아직 어린아이들인데 엄마 없이 종일, 그것도 셋을 본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송일국 :
주말에는 아내와 둘이서 본다. 주중에는 일하니까. 그리고 가급적이면 아이랑 많이 있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돌 될 때까지는 아내가 인정할 정도로 많이 봤다.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 날 아내가 빙판길 넘어져서 골절됐고, 31일에는 아내가 넘어진 그곳에서 장모님이 넘어져 골절됐다. 날짜도 안 잊어버린다. 육아의 양대 축이 그렇게 돼서 3개월은 죽다 살아났다. (웃음) 그러면서 달인이 된 것 같다.

Q. 아이 잘 보는 남편, 아내가 가장 좋아할 것 같다.
송일국 :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내 없이 아빠가 육아를 보는 거다. 주중에 촬영하면 아내가 쉬는 게 아니니까 3주에 한 번, 주말에 촬영한다. 촬영할 때 아내와 영상통화 하면 정말 좋은데 티는 못 내겠고, 그런 게 보인다. 지금 제일 좋아한다. 아내한테 3주에 한 번 휴가 주는 거다.


Q.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고 나서 한층 부드러워진 것 같다.
송일국 :
나도 놀랐다. 내 이미지가 안 좋은지 처음 알았다. (웃음) 이걸 통해 다시 깨달았다. 물론 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안 좋은 이미지 없어지고,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Q. 혹시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진 않나. 예전에 만났던 송일국은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조심스럽고 신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농담도 던지고, 한층 편해진 것 같다.
송일국 :
아이가 저한테 준 선물이다. 결혼하고 바뀌었고, 아이가 태어나고 많이 바뀌었다. 나는 몰랐는데, 주위에서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

Q. 한동안 활동이 뜸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렇게 활동하지 않고, 육아에만 집중하다 보면 흔히 말하는 산후 우울증을 경험할 것 같은데.
송일국 :
돌 될 때쯤 그런 게 오긴 했다. 그런데 돌잔치하고 나니까 거짓말처럼 일이 들어오더라. 처음 들어온 게 ‘현기증’이었다. 더욱이 ‘현기증’은 몸을 만들 부담이 없었다. 감독님이 주문한 게 더 찌라고. 그래서 아이들과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준비했다.

Q. 정말 영화는 오랜만이다. ‘작업의 정석’(2005) 이후 10년 만이다. 영화를 피해왔던 건가.
송일국 :
오히려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드라마만 들어왔다. 이 작품을 하면서 알았는데, 영화계에서 캐스팅 리스트를 작성할 때 나는 늘 논외였다고 하더라. 이 작품을 계기로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Q. 10년 만에 영화 출연인데, 비중이 작다는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나.
송일국 :
비중? 정말 고민 안 했다. 감독님의 전작을 보고 반해서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전작의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반했나.
송일국 :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라고 해서 봤는데 완성도가 높았다. 무엇보다 대부분 신인 연기자들이다. 그럴 경우 보다가 ‘저 뭐야’ 이런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런 거 전혀 없이 몰입해서 봤다. 그리고 주인공 맡은 친구가 극 중 역할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더라. 그렇게 뽑아낼 수 있다는 건 감독의 능력이다. 그리고 겨우 300만 원으로 만든 거다. 이 정도 열정과 능력을 갖춘 감독이라면 투자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Q. 일종의 미래를 위한 보험 같다. (웃음)
송일국 :
그렇다. (웃음) 벌써 투자 효과가 나오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 초청받아서 레드카펫도 밟아보고. 사실 부산영화제에 처음 가본 거다.

Q. 마치 다음 영화를 통해 칸 영화제처럼 유명 영화제 진출을 노리는 것 같다. ‘가시꽃’은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지 않았나.
송일국 :
부산영화제 간 것만으로도 투자한 건 다 뽑았다. 물론 다음 작품 캐스팅해 준다면 감사하다. ‘똥오줌’ 가릴 때가 아니다.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다. 나이가 들면서 연기에 원숙미는 생기지만, 기회는 줄어들게 돼 있다. ‘삼둥이’ 먹여 살리려면 들어오는 대로 해야 한다. (웃음)

Q. 직접 현장에서 겪어 본 이돈구 감독은 어떤가.
송일국 :
감독이 참 대단한 게 정말 처음에 봤을 땐 유약해 보였다. 김영애 도지원 그리고 나도 만만찮은 사람인데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으려나, 작품이 산으로 갈 텐데 싶었다. 그런데 장악 능력도 있고, 기에서도 밀리지 않더라. 역시 내가 투자하기 잘했구나, 크게 될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잊진 않겠지. (웃음) 이번 작품에도 ‘가시꽃’ 나왔던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작은 역할이라도 캐스팅하려고 노력하더라.

Q. 그런데 솔직히 이 시나리오를 보고 선뜻 마음이 갔나.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 아닌가. 아무리 시나리오가 좋더라도 영화 내용을 생각하면 거부감이 컸을 것 같다.
송일국 :
그런 것을 고민할 정도로 비중이 크진 않았다. 물론 찍고 나서 아이들 목욕시킬 때마다 아직도 겁나서 눈을 못 뗀다. 마지막 촬영 끝나고 잊히지 않는 게, 김영애 선생님이 하염없이 우시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 그만큼 모든 배우에게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Q. 그래도 촬영 기간에는 그 감정에 어느 정도 빠져서 지내지 않나.
송일국 :
안 그런 편이다. 김영애 선생님 보면서 반성 많이 했다. 선생님은 역할에 몰입한 정도가 일상생활까지 가더라. 난 그렇게까지 몰입하는 타입은 아니다.

Q. 극 중 맡은 역할도 이전과는 달라 보인다. 평범하고, 조금은 나약한 인물이다. 그런데 송일국을 떠올리면, 영웅의 느낌이 강하다.
송일국 :
그렇지 않은 역할도 많이 했다. 도지원 씨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세지 않은 역할을 많이 했음에도 ‘여인천하’를 기억한다고.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Q. 변신에 대한 갈망, 갈증도 있었나 보다.
송일국 :
그런 것도 있었다. ‘현기증’ 경우는 정말 편안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힘 빼고, 있는 그대로 하려고 했다.


Q. ‘현기증’ 외에도 ‘타투이스트’ ‘플라이 하이’ 등 아직 개봉 안한 두 편의 영화가 있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대규모 상업영화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송일국 :
‘현기증’이 계기가 됐다. ‘현기증’을 찍고, 이거 했던 관계자분이 소개를 해줘서 ‘타투이스트’를 하게 됐다. 그리고 ‘타투이스트’와 같은 영화사에서 ‘플라이 하이’를 제작하고. 두 작품 모두 신인감독이고, 영화 규모도 크지 않다. 오히려 운이 좋은 것 같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연이어 좋은 기회가 왔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현장 분위기나 퀄리티는 상업영화에 버금간다고 생각한다. ‘현기증’도 마찬가지고.

Q. 앞서 아이로 인해 많이 바뀌었다고 했는데, 연기도 마찬가지인가.
송일국 :
‘플라이 하이’ 하면서 나 자신도 놀랐다. 감독이 설정한 건 무거운 삼류건달인데 나는 코미디로 풀었다.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한 삼류 건달인데…. (웃음) 연기하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 많이 풀어졌다는 걸 느꼈다. 아이의 영향이 큰 것 같다.

Q. 다른 인터뷰를 봤더니 2010년에 슬럼프가 왔었다고.
송일국 :
드라마만 오래 하고, 주인공만 맡다 보니 겉멋이 들었던 것 같다. ‘신이라 불리는 사람’ 할 때 정점을 찍었다. 8개월 동안 ‘몸짱’ 만드는 것만 신경 썼었고. 그때 마음고생도 심했고, 힘들었다. 연극 ‘나는 너다’(2011)를 하면서 거의 두 달 가까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연기에 눈을 뜨게 됐다. 제대로 된 연극은 이게 처음이었다.

Q. 말 나온 김에, 연극 ‘나는 너다’는 어떻게 하게 됐나.
송일국 :
안중근 의사만 (연기) 하는 거였다면 안 했을 거다. 안중근 의사의 아들 안준생 때문에 선택한 작품이다. 이 연극은 안준생 시선으로 역사를 되돌아보는 작품이다. 독립운동이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어렵다는 걸 알려주는 연극이다.

Q. 오는 27일부터 재공연 되더라.
송일국 :
원래 ‘나는 너다’를 하려 했던 게 아니라 뮤지컬 ‘톱 햇’(Top Hat)을 하려고 했다. 일 년 넘게 탭댄스도 배웠는데, 그 작품이 여러 사정으로 무산됐다. 그래서 ‘나는 너다’를 다시 올리게 됐다. 근데 사실 이 작품이 배우로 거듭나게 한 것도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보통 무대에 오르기 전 기도를 한다. ‘공연 잘하게 해 달라’는 것도 있지만, ‘안 장군 아이 좀 갖게 해주세요’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마지막 지방 공연이 끝난 직후 아이가 생겼다. 기도가 얼마나 셌으면. (웃음) 미신을 믿지 않는데 그렇게 생각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다. 그런 의미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Q. 그럼 원래 하려고 했던 뮤지컬은 어떻게 되는 건가.
송일국 :
그건 대표님 상황에 따라서. 일단 (연극 ‘나는 너다’)이걸 성공해서 돈을 벌게 한 다음에 뮤지컬이 될 수 있도록 해야지 않을까. 사실 뮤지컬이 어려서부터 꿈이었다. 춤 노래 연기, 삼박자를 갖추기 쉽지 않은데, 뮤지컬 배우는 다 한다. 나는 갖춰져 있지 않은 사람이다. 춤하고, 노래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탑 햇’은 노력하면 가능하겠다 싶었다. 단지 이 뮤지컬만을 보기 위해 영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직접 봤더니 노래가 높이 안 올라가더라. (웃음) 쉽진 않지만, 노력하면 되겠더라. 춤도 아크로바틱 하지 않다. 탭댄스만 잘하면 되는 데 이것도 노력하면 가능하겠다 싶었다.

Q. 슬럼프를 겪고 나서 연기에 대한 욕심도 많아졌나 보다. 요즘 예능에서만 봐서 연기 욕심이 많을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연기에 목말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송일국 :
아이들 먹여 살리려면 해야 한다. (웃음) 그리고 내가 제작자도 아니고, 또 원한다고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뭐가 됐던 잘할 자신이 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할 테니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Q. 지금 슬럼프는 벗어난 건가.
송일국 :
그렇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들하고 있으면 두렵다. 너무 행복해서.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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