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사랑하는 싱어송라이터 데미안 라이스가 8년 만의 새 앨범 ‘마이 페이보릿 페이디드 판타지(My Favourite Faded Fantasy)’를 오늘 발매한다.

데미안 라이스는 영화 ‘클로저’에 삽입된 ‘더 블로워스 도터(The Blower’s Daughter)’를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2012년 첫 내한한 라이스는 올해까지 3년 연속 내한공연을 가지며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신보가 나오기까지 왜 이리 시간이 오래 걸렸을까? 1집과 2집을 연달아 히트시킨 데미안 라이스는 공허함으로 앨범 작업의 시작과 중단을 반복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투어가 끝난 뒤 머문 아이슬란드에서 비로소 안정을 찾았고 새 앨범 작업에 돌입했다.

자신이 했던 모든 것을 비판하고 믿지 못하던 라이스에게 노장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은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고 그가 가만히 앉아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왔다. 라이스는 “내가 나를 미워하는 것을 끝냈을 때, 비로소 난 세상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번 앨범은 그 순간 시작됐다”고 말했다.

라이스는 지난 9월 미리 공개한 싱글 ‘마이 페이보릿 페이디드 판타지’과 공식 첫 싱글 ‘아이 돈 원 투 체인지 유(I Don`t Want To Change You)’의 섬세한 가사와 아름다운 사운드로 신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와 함께 신보에는 9분이 넘는 대곡 ‘잇 테익스 어 랏 투 노우 어 맨(It Takes a Lot To Know a Man)’, 올해 서울 재즈 페스티발에서 먼저 공개하기도 했던 ‘더 그레이티스트 바스타드(The Greatest Bastard)’, ‘O’를 연상시키는 ‘컬러 미 인(Colour Me In)’등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 대해 LA타임즈는 “예술, 개성 그리고 존재감의 완벽한 패키지”라고 평했다.



1973년 12월 7일 아일랜드 킬데어에서 태어난 데미안 라이스는 고교시절 결성한 교내 밴드 주니퍼(Juniper)를 통해 음악활동을 시작한다. 주니퍼로 폴리그램 레이블과 여섯 장의 앨범을 내기로 계약한 라이스는 몇 장의 싱글이 좋은 반응을 얻어 아일랜드 전국투어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레이블의 지나친 간섭에 회의를 느껴 밴드를 탈퇴한다.

이후 데미안 라이스는 이탈리아 투스카니에 머물며 농사를 짓고, 유럽여행을 다니며 거리공연을 펼치는 등 독자적인 행보를 모색한다. 그러다 고향으로 돌아와 만든 데모 싱글이 ‘더 블로워스 도터’다. 이 곡의 녹음에 도움을 준 이는 ‘퀀텀 오브 솔러스’ 등 다섯 편의 007 시리즈와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 ‘인디펜던스 데이’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라이스의 사촌형인 데이비드 아놀드이다.

2002년 ‘더 블로워스 도터’ 가 수록된 첫 솔로 데뷔앨범인 ‘O’를 발표한 데미안 라이스는 이 앨범을 97주 동안 영국 차트에 올려 놓으며, 포크 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O]는 아일랜드 앨범 차트 2위, 영국 앨범 차트에선 8위까지 올랐으며 미국에서는 114위에 그쳤지만 65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더 블로워스 도터’는 영화 ‘클로저’에 사용돼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고 ‘캐논볼’은 국내 드라마 ‘봄의 왈츠’에 쓰였다. 데미안 라이스는 이 앨범으로 2003년 ‘쇼트리스트 음악상(Shortlist Music Prize)’을 수상했으며, 음악 평론지 ‘올뮤직(Allmusic)’으로부터 “희망이 없이도 아름다운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 4년간의 침묵을 깨고 두 번째 앨범 ‘9’을 발표한 라이스는 전작보다 한층 깊어진 자신만의 감성을 밴드와 첼로 사운드에 담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루트레스 트리(Rootless Tree)’, ‘엘리펀트(Elephant)’, ‘9 크라임스(9 Crimes)’, ‘독스(Dogs)’ 등 여러 수록곡을 전 세계적으로 히트시켰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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