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생’ 5회 2014년 10월 31일 오후 8시 30분
다섯 줄 요약
자원팀에서 실수로 빠뜨린 문서로 인해 오과장(이성민)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여직원은 의리가 없다’는 말이 듣기 무서워 자원팀 상사의 실수를 알고도 묵인했던 안영이(강소라)는 결국 양심에 따라 진실을 장그래(임시완)에게 털어 놓는다. 한편 안영이는 도시락 배달, 커피 심부름 등 선임들의 냉대에 힘들어하고, 현장감이 살아있는 한석율(변요한)은 현장이 아닌 사무실에는 여전히 적응하지 못한다. 엘리트지만 속을 모르겠는 장백기(강하늘) 역시 선배들의 푸대접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딘다.
리뷰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고(故)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 중
현실을 반영하는 드라마가 꼭 좋은 드라마는 아니지만, 좋은 드라마엔 시청자들이 고민을 대변하는 그 무언가가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미생’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그 속에 자기 자신, 혹은 부모나 형제 친구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그걸 쉬운 말로 ‘공감’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드라마에 ‘공감’을 심는다는 것은 굉장한 공력이 드는 일이다. 한마디로 ‘미생’은 오랜만에 나타난 ‘공력’ 강한 드라마다.
사회 초년생들의 고군분투기를 사실감 있게 담아내며 공감을 사 온 ‘미생’의 이번 편에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직장 내 성차별이 비중 있게 담겼다. 이렇다 할 사건이 일어나진 않지만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디테일하게 겹치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 미생’들의 고단한 삶의 단면들을 노출시켰다.
가령 셋째를 임신한 후 쓰러진 여직원을 보며 남자 직원들이 “어떻게 하려고 또 임신을 했대. 참 이기적이다. 첫째랑 둘째 낳았을 때도 우리가 얼마나 배려를 해줬냐”라고 말할 때, “그게 왜 성희롱이야. 파인 옷 입고 온 그 여자가 잘못이지. ‘숙일 때마다 그렇게 가릴 거면 뭐 하러 그런 옷 입고 왔니. 그냥 다 보이게 둬’라고 말한 게 성희롱이야?”라고 마부장이 뻔뻔하게 소리칠 때, 에이스로 입사한 안영이가 “진짜 여자들이 문제야. 기껏 교육시켜놓으면 육아에 남편에 핑계도 많아. 여자들이 의리가 없어서 그래”라고 남자 선배들의 견제를 받을 때, TV 앞에 앉아 “저건 내 얘기야!”를 외치며 ‘폭풍 눈물’ 흘리고 있을 여성 시청자들의 모습이 상상으로 그려진다.
한편 이번 편에서 제작진은 고(故)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을 배경음악으로 삽입해 눈길을 끌었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 뿐”이라는 가사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생’ 속 인물들의 모습과 어우러져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도 했지만, 훌륭한 음악인을 갑작스럽게 보내야 했던 팬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으로도 적절하게 기능했다. ‘미생’이 고인을 추모하는 방법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수다 포인트
- ‘미생’이 고(故) 신해철을 추모하는 법. 이토록 가슴 절절한 BGM이라니.
– ‘사과한다, 좀 많이!’ 오과장(이성민)이 사과하는 법. 사과문의 격이 다르다.
– 지금 이 순간에도 직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워킹맘, 워킹우먼들을 응원합니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미생’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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