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 ‘간서치열전'(왼쪽), ‘연애세포’ 포스터

소리 없이 강하다. 최근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웹드라마가 속속 출시되면서 방송가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스타들이 총출동한 웹드라마도 이미 방송 중이거나,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지난 27일 첫 전파를 탄 ‘꿈꾸는 대표님’은 배우 백성현과 그룹 포미닛의 멤버 전지윤이 출연했고, 28일 공개된 ‘최고의 미래’는 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민아와 배우 서강준 등 인기 스타를 섭외해 화제를 낳았다. 내달 3일 방송되는 ‘연애세포’도 마찬가지다. 배우 김유정, 박선호, 남지현, 백성현을 내세운 ‘연애세포’는 장혁, 김우빈, 박준형, 박희본, 오광록, 임형준, 허지원 등 특급 카메오의 출연을 예고하며 일찌감치 하반기 기대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KBS2 ‘드라마 스페셜-간서치열전’도 이례적으로 방송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자정 총 7편을 웹드라마를 공개했다. 첫 편 공개 이후 17일간(29일 오후 6시 기준) 기록한 누적 조회수만 해도 무려 127만 8,774건. ‘간서치열전’이 KBS가 최초로 시도한 웹드라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이처럼 주요 제작사는 물론 지상파 채널까지 웹드라마 제작에 뛰어든 데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주효했다. 최근 전국 시청률 10%가 넘는 지상파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든 시점에 케이블·종편 채널까지 합세하며 드라마 전쟁이 시작됐다. 십수 년 전만 해도 굳건했던 채널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것, 그야말로 ‘콘텐츠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셈이다.

하지만 몇몇 작품의 가시적인 성과만 놓고서 ‘웹드라마’의 성공을 점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본격적인 웹드라마 제작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상대적으로 여타 방송 채널과 비교해 콘텐츠 제작 노하우가 부족한 탓이다.

일례로 올 한해 시청자를 만난 웹드라마의 수는 10편 이상이지만, 그 중 혁혁한 성과를 거둔 작품은 몇 편이 되지 않는다. ‘후유증’, ‘어떤 안녕’, ‘러브 인 메모리2’, ‘뱀파이어의 꽃’, ‘모모살롱’, ‘꿈꾸는 대표님’ 등 다양한 작품이 전파를 탔으나 작품마다 조회수와 화제성의 편차가 컸다.

웹드라마 형식에 걸맞은 작품 스타일이 확실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작품의 품질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명 배우들을 웹드라마에 섭외하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일 터. 이후 웹드라마가 선택할 수 있는 답안지는 많지 않다. 연기에 욕심이 있는 일부 아이돌그룹의 멤버와 신인 배우들을 보유한 소속사를 중심으로 출연진을 꾸리는 것. 물론 이는 스타들의 팬덤을 작품에 유입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런 경향이 강해질수록 해당 작품은 모든 계층의 시청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결과물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방송을 앞둔 한 웹드라마의 관계자는 “도전하는 작품에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 예산도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한 소속사를 중심으로 같은 소속의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지만, 계속해서 콘텐츠를 만들며 품질을 높여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산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또 다른 어려움 중 하나다. 보통의 드라마는 광고와 작품 속 PPL(간접광고)를 통해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한다. 헌데 웹드라마는 이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포털사이트에서 콘텐츠를 재생할 때 앞뒤로 광고가 붙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분배해야 한다. 그 수익은 총 제작비와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웹드라마 제작이 본격화되면서 업계에서는 이런 수익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뒤따르고 있다. ‘연애세포’의 관계자는 “아직 협의 중인 부분이기는 하지만, 웹툰의 ‘미리보기’처럼 다음 회 방송분을 유료로 먼저 공개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며 “이와 함께 콘텐츠의 품질을 높여 더 많은 시청자에게 소구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웹드라마도 유료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웹드라마의 반응이 뜨거워짐에 따라 점차 이와 같은 콘텐츠 제작을 준비하는 이들의 수도 늘고 있다.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지만, 웹드라마 시장 자체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이제 태동한 웹드라마가 여러 난관을 넘어 ‘미디어 환경의 변화’라는 순풍을 타고 콘텐츠 유통의 새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웹드라마 열전① 드라마 시장이 변하고 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I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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