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나는 남자다’ 스틸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프로그램. 그러나, 그래서, 그럴 수밖에 없어서 여자들이 더 열광했던 바로 그 무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남자라서 꾹꾹 담아왔던 당신의 비밀을 이제 남자들의 비밀클럽 ‘나는 남자다’에서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당신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지난 4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선을 보인 KBS2 ‘나는 남자다’의 운영자 유재석이 예비 방청객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나는 남자다’의 타이틀이 품고 있는 ‘남자’라는 단어의 뜻은 꽤 복합적이다. 남성으로 태어났으며, 사내다운 사내에, 한 여자의 남편이나 애인을 이르는 말. 이처럼 ‘남자’는 생물학적인 성 구분보다는 좀 더 사회적인 의미를 담는다.
이는 ‘나는 남자다’의 정체성과도 직결된다. 파일럿 방송 때 다뤘던 주제 ‘남중&남고&공대 나온 남자 특집’ 편을 제외한다면, 정규 편성 이후 ‘나는 남자다’가 다룬 주제들은 일상적이고도, 보편적인 주제들이 대부분이었다. 앞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상경남 특집’, ‘특이한 이름을 가진 남자 특집’, ‘취업준비생남 특집’ 편 등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나는 남자다’는 ‘남자’라는 수식 때문에 사회 속에서는 쉬이 털어 놓을 수 없었던 남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을 살아가는 남자들의 속내를 조명한다.
같은 고민을 공통분모로 모인 남자 방청객 100명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요즘 또 하나의 소통의 창구로 자리 잡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성 역할 구분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게 조심스러워진 상황 속에 온라인상에는 같은 주제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들이 늘고 있고, 꽤 안정적으로 제 기능을 하고 있다. ‘나는 남자다’는 생면부지인 남자들을 초대하되, 이들에게 ‘이름’이 아닌 ‘닉네임’을 부여한다. 같은 고민과 함께 닉네임 부여받은 이들의 이야기가 좀 더 깊고 개인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KBS2 ‘나는 남자다’ 방송 화면 캡처
공감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역설적이게도 ‘남자’뿐만이 아닌 ‘여자’ 시청자들에게도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녀시청자별 시청률 분포를 살펴보면 꽤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8월 8일 방송된 ‘나는 남자다’ 1회부터 최근 방송된 10회까지의 시청률을 보면 모든 방송분에서 여성 시청자의 시청비율이 더 높게 기록됐다. 가장 큰 폭의 차이를 보인 연령대는 20~30대. 이 두 연령대에서는 여성 시청자 비율이 남성 시청자와 비교해 최대 1.9% 포인트 높게 집계됐다.근래에 방송 중인 토크쇼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중은 더는 스타들의 판타지가 담긴 이야기에 열광하지 않는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이로 인해 고립되는 개인이 늘어갈수록, 시청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고민, 일상을 담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원한다. ‘나는 남자다’가 파편화된 개인(남자 방청객)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시즌1의 반환점을 돌아선 ‘나는 남자다’가 최근의 상승세에 힘입어 동어반복만 남은 예능판에 지각 변동을 불러올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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