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의 이야기다. 다이나믹듀오 개코의 솔로 앨범은 원래 계획되지 않았다. 지난 10년 이상 활동을 펼치며 개코가 차곡차곡 쌓아왔던 결과물을 앨범의 형태로 만들어진 것뿐이다. 2CD, 17트랙이라는 수록곡이 담긴 것도 개코의 방대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이나믹듀오의 음악은 개코와 최자가 서로 공감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개코의 솔로앨범 ‘레딘그레이(REDINGREY)’는 오로지 개코의 이야기가 담겼다.
빨간색(RED)와 회색(GREY)를 합친 레딘그레이(REDINGREY)로 앨범타이틀을 정한 것도 개코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앨범의 색깔을 표현한 것이다.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CGV에서 열린 음악감상회에서 개코는 “흑과 백을 나눌 수 없는 회색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을 표현했고, 빨간색은 앨범 전반적으로 흐르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다보니 생각이 났다”며 “회색 영역에 있는 남자의 욕망”이라고 앨범을 설명했다.
남자의 욕망이란, 개코의 욕망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프로듀싱과 함께 전곡을 작사한 개코는 “어떤 곡은 직설적인 것도 있고, 어떤 곡은 상상을 보태서 만든 것이다”고 말했다. 17트랙의 곡에는 서울의 야경, 페스티벌 관찰기, 주말 밤 클럽의 풍경 일상적인 소재에서 출발한 노래와 더불어 밀당남녀, 성형녀와 허세남, 권태기 커플 등 남녀의 다양한 모습, 가족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개코는 이날 음악감상회에서 더블타이틀곡 ‘화장 지웠어’와 ‘장미꽃’을 비롯해 ‘될 대로 되라고 해’, ‘동방예의지국’, ‘은색 소나타’를 들려주며 노래에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될 대로 되라고 해’는 지난해 발매됐던 싱글. 온전히 개코만의 열정과 영감으로 채운 트랙이다. 개코는 “가사의 언어유희같은 것을 이용해 랩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개코는 ‘될 대로 되라고 해’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솔로 싱글을 발표할 생각이었지만, 시기를 조율하다 완성된 노래가 점점 쌓여 모아서 앨범 형식으로 발표하게 됐다고 전했다. ‘될 대로 되라고 해’는 CD1의 1번 트랙인만큼 래퍼 개코의 제대로된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화장 지웠어’는 자이언티와 원더걸스 예은이 함께한 곡이다. ‘오빠, 나 화장 지웠어’라는 여자들의 흔한 말에서 출발한 곡이다. ‘자니?’란 비슷한 맥락으로 만들어진 노래로 남녀 사이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개코는 “여자의 ‘화장 지웠어’라는 말은 만나지 않겠다는 의미다”며 “남자가 용기를 냈지만, 여자는 이미 마음이 떠난 상황을 재미있게 음악으로 풀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개코는 원더걸스 예은과의 작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예은 씨가 핫펠트란 이름으로 자기만의 음악을 만드는 것을 보고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며 “빈지노를 통해 예은 씨께 직접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하고, 뮤직비디오에까지 참여해줘 정말 기분 좋게 작업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타이틀곡인 ‘장미꽃’은 개코 보컬의 매력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한 여성에 대한 평범하지 않은 세레나데를 표현한 것으로 개코는 “아내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밝혔다. 뮤직비디오에는 양동근이 출연해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선보인다. 개코는 “‘될 대로 되라고 해’ 작업 후 바로 완성된 노래로, 뮤직비디오도 오래 전에 제작됐는데 발표가 돼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화장 지웠어’와 ‘장미꽃’으로 더블 타이틀곡을 결정한 것은 2CD 앨범이기에 각 CD의 대표곡을 정하자는 마음과 계절을 고려했다. 개코는 “전곡이 타이틀이었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만들었지만, 2CD니까 1CD에 타이틀곡이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고, 가을과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은색 소나타’도 흥미로운 곡이다. 1절은 아버지가 느낀 가족과의 단절, 2절은 뒷바라지 하느라 자기 존재와 단절된 아머니, 3절은 경쟁에 지쳐 소통이 단절된 아들을 각각 표현한 곡. 소나타는 중산층 가족들이 선택하는 아주 보편적인 자동차며 은색은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색깔이라는 것에서 출발해 한 가족의 이야기가 탄생됐다. 개코는 “소통의 단절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시간이 지나면 서로 이해하게 될 것이란 희망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개코의 앨범에는 범키, 크러쉬, 도끼, 지구인, 에일리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에일리의 경우, ‘휑하다’에서 랩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개코는 “에일리가 랩도 잘한다. 나얼하고 작업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며 “저 사람은 재능, 노력 이런 것들이 어느 경지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음악에 대한 이해도라든지 리듬을 타는 것을 보며 놀랐다”며 에일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개코 앨범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 힙합 특유의 허세가 없다는 것이다. 개코는 “내가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게 무엇인가 고민하다 보니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을 트렌디한 사운드에 녹이고 싶었다”며 “내가 했을 때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은 여전히, 또 앞으로도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개코는 “잘 만든 앨범이라는 평가는 듣고 싶다”며 “거창한 평가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흐름을 고민하면서 만든 앨범이라는 것을 듣는 분들이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모두 일상적인 소재에서 찾아낸 이야기들이다. 공감을 주는 이야기를 즐겁게 엮은 하나의 산문집이 탄생된 듯한 느낌이다. 오히려 이런 점이 ‘내가 최고다’라는 말 없이도 개코가 최고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아메바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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