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소정을 떠올리면 항상 따라오는 수식어가 있다. ‘슈퍼스타K2’ TOP11 출신과 명문대 카이스트 졸업한 수재라는 것. 김소정이 ‘슈퍼스타K2’에 출연한 지 4년이 지났고, 카이스트도 2년 전에 졸업했지만, 데뷔 3년차 가수 김소정은 여전히 가수가 아닌 수식어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수식어를 뛰어 넘은 성과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김소정은 초조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소정이 초조할 것이다’고 생각한 건 수식어에 갇힌 사람들의 선입견이었다. 김소정은 특유의 예쁜 미소로 긍정 에너지를 발산했고, 자신만의 뚝심도 있었다.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최근 케이블채널 MBC뮤직 ‘I’m 김소정’을 통해 자신의 일상과 일본에서의 모습을 공개한 김소정은 인간 김소정의 모습도 공개하며 대중에게 한 발짝 다가가고 있다. 평생 음악을 하고 싶다는 김소정에게 있어 ‘슈퍼스타K2’와 카이스트는 수식어가 아닌 극복해야 할 꼬리표였다.

Q. ‘I’m 김소정’을 보니 혼자서 참 잘 노는 것 같더라.
김소정 : 한국에서 드문드문 촬영했으면 어색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일본에서 제작진들과 24시간 함께 있으니 빨리 친해지고, 편해졌다. 여행 분위기도 느끼면서 친구들과 놀던 모습이 편하게 나온 것 같다.

Q. ‘I’m 김소정’에서 ‘가수보다는 카이스트 출신이라 불리는 3년째 라이징 스타’라는 소개 타이틀이 인상 깊었다.
김소정 : 인터뷰에서 계속 했던 이야기들이었고, 현실이지 않나. 사실이라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이 그런 이야기를 꺼려하는 것은 알면서도 내가 기분 나쁠까봐 쉬쉬하는 것일 뿐이다. 어떻게 하면 그 타이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내 몫이다.

Q. 아직 앨범 계획이 없는데 갑작스런 리얼리티여서 왜 지금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김소정 : 리얼리티와 앨범이 연결되면 기가 막힌 타이밍일 텐데 항상 모든 계획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더라. 하하. 처음에는 전체적인 앨범 제작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앨범 자체가 딜레이가 돼서 좀 더 내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Q. 1화에 나온 스테이크 먹방 같은 것?
김소정 : 맞다. 너무 잘 먹지 않았나? 하하. 정~말 맛있었다.

Q.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나?
김소정 :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많이 먹는다. 메뉴를 가리긴 한다. 맛있는 걸 많이 먹고, 맛있지 않는 건 적당히 먹는 스타일이다. 요즘 운동을 잘 하지 못하고 있어서 예전에 운동을 많이 한 걸로 버티고 있다. 격투기도 하고, 킥복싱을 했는데 근육이 조금 많은 체질이다. 여리여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 하하. 근육이 많아서인지 섹시한 춤이 은근히 어울리지 않는다.

Q. 하지만, 춤을 잘 추지 않나! 춤은 학교 다니면서 어떻게 계속 췄나? 동아리?
김소정 : 동아리는 스쿨밴드 같은 걸로 했었다. 춤은 혼자서 췄었다. 어렸을 때는 걸그룹이 많지 않았고, 보아 선배님이나 이효리 선배님을 따라 추는 걸 좋아해서 혼자 집에서 춤추고 연습했다.

Q. 혼자서 연습했다니.. 기본기가 있어 보이는데?
김소정 : 혼자 춰서 그런지 나만의 느낌이 있다고는 하시더라. 장단점이 있는데 솔로니까 장점이 된다. 그룹으로 활동할 때 누가 튀면 안 되는데 혼자니까 다행이다.



Q.’I’m 김소정’ 2화를 보니 일본에서 깜짝 버스킹을 하던데 보아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김소정 : 어렸을 때부터 롤모델이 보아 선배님이었다. 다 어렸을 때 췄던 춤이라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또 선배님이 일본에서 워낙 유명하시지 않나.

Q. 깜짝 버스킹이라 추억도 많았겠다.
김소정 : 급작스럽게 한 거였는데도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보고 팁도 줬다. 내 음악을 듣고 자발적으로 돈을 주는 것이니 기분이 묘했다. 나한테 이만큼의 시간을 내준 것도 감사한데 팁까지 주시다니… 또 내 음악을 통해 뭔가를 느끼셨고, 그래서 팁을 줬을 것이라 생각에 기분이 참 좋았다. 바람을 맞으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울컥하는 느낌도 들었다. 다시 시작하는 느낌도 들었고, 분위기에도 취했다. 일본 다녀와서 노래에 대한 태도가 바뀐 거 같다.

Q. 어떻게 바뀐 것 같나?
김소정 : 예전에는 어떻게든 따라가서 만들려고 했다. 하나만 보고, 앞만 보고 그랬다. 이제는 내가 부르는 사람이니까 내가 주체가 되서 음악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더 보고, 영화도 많이 보고 견문을 넓히려고 한다.

Q. 가끔 국내에서 버스킹을 해도 되지 않을까?
김소정 : 한국에선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내 과거를 알고 지켜본다는 것을 내가 인식을 하게 된다. 나도 나를 보는 사람들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게 되니까 몸을 사렸던 것도 있다. 일본에서는 누가 알아보지도 않고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음도 편하게 더 자유자재로 버스킹을 즐긴 것 같다. 이제 한국에서도 그래야겠지.

Q. ‘슈퍼스타K2’ 출연 이후 4년이 지났다. 초조한 건 없나?
김소정 : 타고난 성향이 초조해하지 않는 것이다. 남이 말하는 것에 흔들리는 성격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다. ‘슈퍼스타K2’ 출연했을 때가 22세였다. 다시 그 나이로 갈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다. 하하. 초조하기보다 늦게 시작했으니까 남들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짧았다는 점이 아쉽다.

Q. 신생 기획사를 선택한 것도 의외였다.
김소정 : ‘슈퍼스타K2’ 이후 다양한 회사와 미팅을 했었을 때 모두 근시안적인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단타에 모든 걸 쏟아 붓는 게 아니라 평생 음악을 하고 싶어서 음악적 발전에 대해 지원받길 원했다. 학교도 그만두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소속사는 오히려 더 미래를 생각해 학교도 졸업하라고 하고 인간적으로 날 걱정해줬다.

Q. 근시안적인 느낌이라면?
김소정 : 나는 절실히 음악적인 트레이닝이 필요한데 ‘슈퍼스타K2’에서 쌓은 이슈가 잊히기 전에 당장 앨범을 내자는 회사들이 많았다.

Q. 그러고 보니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기타를 잘 치더라.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배운 것인가?
김소정 : 작년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I’m 김소정’ 1화에 나온 샤이니 ‘드림걸’은 기타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다. 샤이니 선배님들 노래가 너무 좋다.

Q. 원래 춤추면서 노래하는 것을 즐기지 않나. 기타를 치면서 바뀐 스타일도 있을 것 같다.
김소정 : 원래 리드미컬하고 펑키한 느낌을 좋아하는데 성향이 어쿠스틱으로 가는 것 같다. 하하. 악기를 배우는 게 확실히 음악적으로 도움이 된다. ‘슈퍼스타K2’가 끝나고, 연습생이 되기 전까지 발라드를 부른 적이 없다. 학교 밴드에서도 완전 신나는 펑크만 불러서 나한테서는 정적인 느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발라드를 부르면서 나도 모르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더라. 데뷔곡을 발라드로 활동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Q. 그래도 좋아하는 스타일이 따로 있는데 데뷔곡이 발라드라 아쉽지는 않았나?
김소정 : 처음엔 신나는 곡으로 데뷔할 줄 알았는데 웅장한 발라드로 하게 되서 반신반의하는 느낌도 들었다. 무조건 댄스를 해야 된다는 건 없었다.

Q.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은 무엇인가?
김소정 : 평소에는 발라드나 잔잔한 노래를 들을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자이언티나 프라이머리, 또 어떤 날은 씨엘, 투애니원 노래를 듣는다. 감정기복이 없지 않아 있는데 욱하지는 않지만 날마다 테마가 달라진다. 감성적일 때랑 하이퍼 상태랑 극명하게 나뉘는 거 같다.



Q. 음악에 소질이 있다는 것은 언제부터 알게 됐나?
김소정 : 춤은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잘한다고 해주니까..? 어렸을 때는 춤추는 애들이 많지 않았다. 난 늘 학예회나 축제 무대에 올라갔고, 또래보다 관심이 많아서 몸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음악에 대한 관심도 유달리 많았다. 어른들이 나보고 ‘이런 노래도 알아?’, ‘이 가수도 알아?’라고 놀랐을 정도다.

Q. 아, 교실 뒤에서 항상 춤을 추고 있는 그런 친구들 말하는 건가?
김소정 : 맞다. 하하. 자리가 있으면 자꾸 올라가고 싶다. 공부보다 그런 데 경쟁심이 더 있었다.

Q. 그러면 공부는 언제 했나?
김소정 : 노래나 춤으로 스트레스를 푸니까 공부가 그나마 할만 했다. 하하.

Q. 전산과인데 가수라는 진로를 생각하면 실용음악이나 신문방송학과를 진학할 수도 있었을 텐데.
김소정 : 맞다. 대학교를 가서 느낀 것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물론 취직에는 이과가 쉬울 수 있지만, 내가 하려는 일에는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뭐가 문제일까 생각을 하니까 전산과는 정말 논리적이고, 0 아니면 1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음악은 인간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느껴야 될 게 많은데 그런 걸 놓친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Q. 주변에서 ‘너 카이스트까지 나와서 왜 이런 걸 해?’라는 선인겹이 싫진 않나?
김소정 : 사실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난 남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장에 대해 욕심이 없었다.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학생일 때 공부를 한 것은 학생 신분에 다른 것을 못해서 공부를 한 것이다. 노력했는데 성과가 안 나오면 자존심이 상하니까 계속 공부한 거다. 대학 졸업할 때가 되니 좋은 회사를 가야 하는데 뭐가 좋은지 모르겠더라. 막상 내가 하고 싶은 걸 결정하니 정말 편했다. 내가 생각한 기준대로 살 수 있으니까. 대기업 가는 게 목표도 아니었고, 뒤에 돈이 따라온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수로 더 잘되고 싶은 것도 내가 무대를 섰을 때 만족감이 아직 없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남들을 감동시켰을 때 느낌이 너무 좋기 때문에 그 쾌감을 느끼고 싶다. 선입견을 극복하는 도전이라기보다 내 만족을 위한 일이다.

Q. 그렇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있을 것이고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도 있지 않나.
김소정 :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난 뭐든 하나를 시작하면 10년을 봐야 된다는 생각이다. 1~2년 안에 다 받아내려고 하면 도둑놈 심보다. 이 뜻이 ‘10년 후에 무조건 잘 되겠다’가 아니라 ‘10년 동안 해서 안 되면 안 되는 것이다’는 말이다. 솔직히 공부도 초등학교 때부터 10년 동안 했던 것이 성과를 본 것이지 않나. 내가 이제 시작한 노래도 지금 당장 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만 둔 뒤에 일을 시작한다면 30~40대에 후회할 것 같다. 그리고 20대는 고생해봐야 한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하하. 그리고 난 잘될 것이란 확신이 그만큼 있다.

Q. 요즘 ‘슈퍼스타K2’ 출신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특히 박보람, 강승윤 등 막내들이 잘되고 있는데.
김소정 : 걔네는 아직도 나에게 애기인데 성인이라니 적응이 안 된다. 하하. 연락을 하고 지켜보면서 고생도 많이 한 걸 알고 있으니까 기특하고, 참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난 초중고대학교 친구들 다 만나고 시작한 건데 그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타지생활을 한 것이지 않나. 힘들었을 텐데 굉장히 다행이다.

Q. ‘슈퍼스타K2’ 출신들이 이제는 다들 현직 가수다.
김소정 : 예전에는 ‘어디 회사 가지?’라는 애기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이젠 일 이야기도 하면서 음악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주변 사람들도 연예인이다 보니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Q. 지금 방송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김소정 : 정말 잘하시더라. 초창기 때는 아마추어나 원석을 뽑아 다듬는 느낌인데 지금은 프로들이 나오니까 느낌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누가 봐도 학생들 데리고 온 느낌이라 그 변신의 과정, 발전의 과정이 느껴지는데 지금은 이미 완성된 사람들이 참가한다. 내가 지금 나가면 아마 떨어지지 않았을까? 하하.



Q.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현실적인 목표를 세운다면?
김소정 : 음악적인 성장밖에 관심사가 없다. 남은 두 달이 짧다면 짧고 기다면 긴데 노래를 들었을 때 감동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고 싶다. 작곡 공부를 끼적이고 있는데 지금은 오로지 연습만 하고 있다. 겨울에 신곡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Q. 김소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김소정 : 노래로서 각인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지금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지만, 가장 메인은 음악이다. 부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냥 다 알 수 있고, 축제나 행사 같은 데서도 딱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의 사랑 받는 곡이 있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채찍질 한 마디 한다면?
김소정 : 정신 차려라. 하하. 내 멘탈이 긍정적이긴 한데 한 번 무너지면 완전 무너진다. 그걸 조심하려고 하는데 계절도 많이 타고, 가을도 타고면서 가을에 늘 무너졌다. 가을, 겨울이 힘들었는데 올해만은 벗어나자. 정신 좀 단단히 차렸으면 좋겠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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