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가장 서글픈 그 말, 그리고 이 세상에 가장 비겁한 그 말 빨갱이, 넌 빨갱이14일, 안치환과 자유가 ‘빨갱이’를 노래하자 신세계문화홀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아직은 발표된 적이 없는 노래. 오직 안치환만이 쓰고 부를 수 있는 노랫말이다. 속이 다 시원해진다. 이 곡은 한결같이 동시대를 노래해온 안치환의 음악인생 25년이 고스란히 담긴 박스세트 ‘컴플리트 마이셀프(Complete Myself)’에 수록돼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 세상에 가장 왜곡된 그 말, 그리고 이 세상에 가장 무자비한 그 말 빨갱이, 넌 빨갱이
아무런 논리도 필요 없어, 누구도 책임질 필요 없어, 무조건 빨갱이라 몰아붙이기만 하면 돼, 빨갱이라 낙인찍어 버리기만 해 눈엣가시처럼 거슬리는 자 단숨에 쓸어버리고 싶을 땐
안치환은 1990년 1집 ‘첫 번째 노래모음’ 발표 후 왕성하게 활동해오며 한국을 대표하는 저항가수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박스세트에는 지난 25년간 발표한 97곡을 다시 녹음해 담았다. 안치환은 11집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제까지 발표한 10장의 정규앨범을 정리하고자 이번 박스세트를 기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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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세트는 ‘사랑(Love)’ ‘삶(Life)’ ‘저항(Resistance)’ 세 개의 주제로 분류됐다. 안치환은 “곡을 녹음을 거의 하고 나니 주제를 3개 정도로 나눌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삶과 사랑은 흔한 대중음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주제다. 하지만 ‘저항’을 노래하는 경우는 드물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노래를 민중가요, 운동권가요로 부르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단어들이 시간이 지나니 별 의미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런 단어는 필요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고요. 전 그냥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마땅히 이 세상에 있어야 할 노래 말이죠.”
‘저항’에는 ‘빨갱이’ ‘카오스’ ‘솔아 푸르른 솔아’ ‘철의 노동자’ ‘광야에서’ 등이 담겼다. ‘빨갱이’에 대해 안치환은 “현대사에서 많은 이들에게 아픔을 준 단어이고, 지금도 그 아픔은 계속 되고 있다”며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반드시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하니까 내가 하게 되는 것 같다. 이 말을 하고 싶어서 노래가 돼 나온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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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자신의 곡을 다시 녹음해 박스세트를 발매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날 쇼케이스에 동석한 음악평론가 박은석 씨는 “한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박스세트를 발매하는 경우는 이제까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대한민국 음악계에 안치환만큼 음악적 퀄리티와 경력의 일관성을 가진 뮤지션이 드물다”며 “이번 박스세트는 안치환의 지난 25주년이 굉장히 풍성하고 의미 있었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글, 사진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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