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매력적인 배우다. ‘하이힐’에서 요염한 매력을 드러내더니 ‘산타바바라’에선 풋풋한 철부지다. 그래서 ‘마담 뺑덕’이 기대됐다. 더욱이 순수와 섹시를 넘나든다고 하니,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다. 적어도 전작을 본 대중이라면. 이처럼 이솜은 매 작품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쏟아냈다. 그리고 ‘마담 뺑덕’에서는 노출과 베드신은 물론 다양한 사랑의 감정까지. 이솜은 덕이를 만나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개봉 후 영화의 흥행 성적은 아쉽지만, 이솜은 ‘기대’라는 크나큰 자산을 획득했다. 오늘보다 내일이, 지금보다 앞으로 보여줄 그녀의 모습이 무척 궁금하다.

Q. ‘하이힐’ ‘산타바바라’ 그리고 ‘마담 뺑덕’까지. 올 한해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3편의 영화를 통해 관객과 만났다. 이솜 개인에게 남다른 한해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이솜 : ‘산타바바라’ ‘하이힐’은 작년에 찍었다. 올해는 ‘마담 뺑덕’만 했는데, 개봉이 연이어 됐다. 올해 초의 목표는 진짜 남달랐다. ‘마담 뺑덕’을 결정하게 된 것도 그렇고, 큰 도전을 하고 싶었다.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새로운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이런 다짐을 하려고 한겨울에 친구들과 한라산 정상을 찍고 내려왔다. (웃음)

Q. 올해 큰 도전과 남다른 목표를 세운 이유가 있나.
이솜 :
그간 비슷한 역할을 주로 해 왔다. 순수하고, 청수하고, 발랄하고, 신비로운 느낌. 그래서 ‘마담 뺑덕’이 매력적이지 않았나 싶다. 내가 해보지 않은 감정들이 진짜 힘들었지만. (한숨과 웃음) 그게 진짜 욕심인 것 같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과 꼭 하고 싶었다. 고민은 물론 많았지만, 결정하고 나서 후회하진 않았다.

Q.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방금 말처럼, 기존에 해왔던 것과 다른 역할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노출이란 부담감도 있지 않나.
이솜 :
그건 큰 게 아니다. 작은 부분이다. 덕이의 감정신 중 한 장면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게 김치찌개를 끓여주는 장면인데, 애증의 감정들이 섞여 있다. 그게 흥미로웠다. 그리고 어떤 배우라도 욕심났을 거다. 나는 운이 좋았던 거다.


Q. 노출이 작은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부담은 있었을 것 같다. 전라 노출을 하는 건데, 이에 임하는 각오나 마음가짐이 있었을 것 같다.
이솜 :
노출이 부담되긴 했다. 동시에 그 안에 들어 있는 감정들도 중요했고, 또 학규가 그걸 바라보고 ‘헉’하는 느낌들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자칫 노출 때문에 영화가 묻힐 수도 있다. 혹시라도 그럴까 싶어 더 열심히 했다. 중요한 장면이다.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에 복수하는 거고, 애증이 되는 거다.

Q.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단단히 마음먹었어도 막상 촬영에 임할 때 느낌은 또 다르지 않나.
이솜 :
현장은 정말 편했다. 그런 부분에선 누구나 힘들어할 거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스태프들이 배려를 잘 해주셨다. 나뿐만 아니라 선배님도 힘들었을 거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나를 배려해주셔서 힘든 티를 낼 수 없었다. 괜히 누가 될까 봐.

Q. 정우성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화다. 실제 나이로나, 연기 경력으로나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솜 :
어려워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더 챙겨주셨던 것 같다. 어려워할수록.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다독여주시고. 감독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촬영하면서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거의 순서대로 찍으려고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쌓아가는 감정들도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 사실 아무리 선배님이 잘해주시고 해도 선배님이니까 무작정 편하게 생각해선 안 되는 거고. 지금도 아직 어려운 게 있다.

Q. ‘마담 뺑덕’에서 덕이 역은 굉장히 중요하다. 임필성 감독이 뭔가 이솜에게도 남다른 매력을 찾았나 보다.
이솜 :
매표소 장면에 딱 어울리는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셨다. 감독님께서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 할 때 나를 처음 보셨는 데 강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 어리지만 접근할 수 없는 무서운 느낌이 있었다고. 그런 기억들 때문에 먼저 시나리오를 보내준 것 같다. 고민했던 건 8년 후에 변화된 모습이다.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더 많이 덕이를 이해하려고 했다.


Q. 풋풋했던 시골의 처녀 그리고 8년 후 도발적인 여자,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게 더 수월했나.
이솜 :
내 나름대로는 1막, 2막, 3막으로 나눴다. 8년 전 덕이는 1막, 8년 후는 2막 그리고 마지막 6개월 후는 3막이다. 개인적으로 애증의 감정이 섞여 있는 3막이 가장 재밌었다. 1막도 재밌었지만, 2막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살짝 잊힌 게 없잖아 있다. 그리고 2막은 3막을 위한 감정들인 것 같다. 복수뿐만 아니라 3막은 애증이다.

Q. 그럼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이솜 :
1막에서 2막 바뀔 때다. 그때는 나도 힘들었지만, 선배님들을 비롯해 스태프, 감독님도 다 예민해지셨다. 모두 덕이의 감정을 따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초반에 달달한 연애를 하면서 설레다가 중간에 예민해지고, 3막에서는 덕이 때문에 우시는 분도 있었다.

Q. 배우 이솜이 풋풋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초기에 덕이처럼 말이다.
이솜 :
나중에 보면 지금이 아닐까. 작품 안에서는 매점 앞에서 처음 학규를 보는 그 장면을 좋아한다. 그리고 또…. 다 기억나는데 어떡하지. (웃음) 1막에서는 처음 학규를 쳐다보는 것과 만두 먹는 장면은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2막에서는 학규의 우는 모습을 보고 웃는 것, 3막에서는 김치찌개와 병원 장면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그게 사랑이었느냐’라는 말을 하려고 이끌어 온 것 같은데, 그때는 덕이가 너무 불쌍했다.

Q. 한 작품 안에서 두 가지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사실 쉽지 않다.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나.
이솜 :
8년 전 덕이는 집착해야 하니까 더 설레고, 사랑하려고 했다. 2막이 가장 고민이었다. 화장하고, 옷 스타일도 달라지고, 말투나 눈빛 등이 달라졌던 거는 학규를 보여주기 위한 거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 그런 외적인 건 학규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관객들을 위함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학규는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목소리가 중요했다. 차분하게 이야기하려고 했고, 1막에서보다 더 또박또박했다. 그리고 보이진 않지만, 눈빛으로 많이 이야기하려했다. 잘 챙겨주고 자상함을 드러내는 가운데 요염함을 보여주려 했다. 마지막 애증에서까지는 덕이의 사랑을 전반적으로 다 이해하려고 했다.


Q. 시력을 잃은 정우성과 연기할 때 어떤 기분이었나. 상대 눈을 보고 연기하는데, 실제 정우성은 연기할 뿐이지 시력을 잃은 건 아니니까.
이솜 :
오히려 선배님이 정말 다 놓으신 것 같다. 진짜 안 보이는 것 같았다. 초점 없이 연기하는 게 힘들다고 하더라. 어지러워하긴 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계속 못 하면 안 되니까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Q. 듣기론 청이와 약간의 동성애 코드도 있다고 들었다.
이솜 :
그 장면도 재밌었다. 덕이와 청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신 분들이 계셔서 아쉽긴 하다. 영화 전체적으로 학규와 덕이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빠졌다. 청이와 덕이의 관계는 또 다른 사랑의 감정이다. 그러고 보면 사랑에 대한 모든 감정이 다 들어가 있다. 어쩔 수 없이 편집됐지만, 어떤 면에서는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Q. 대중의 반응이 궁금했을 텐데, 개봉 후 체감하고 있나.
이솜 :
주변 사람들이 얘기해주는데 반반인 것 같다. 이 영화가 새로운 도전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잘 받아들이시는 분들과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고. 그래도 덕이 학규 케미는 좋다고 하니까 기분은 좋다. ‘덕이 불쌍하다’, ‘덕이 마음 이해한다’ 등의 반응을 볼 때 재밌다.

Q. 분명 기대하는 바가 있었을 것 같다.
이솜 :
영화 안에서 안 예쁘게 나온 것 같다. 처음 볼 땐 나만 보니까. 못생긴 얼굴로 나왔다가 예쁜 얼굴로 나오기도 하고. 나만 아는 건데, 관객들이 못생긴 얼굴을 보면 어떡하지 이랬다. (웃음) 그런데 그 안에서 감정을 따라오니까 감사했다. 누구나 안 예쁜 얼굴이 있을 텐데, 그렇다고 예쁜 얼굴 각도로만 찍을 순 없다. 감정 잡을 때 예쁘게 하면서 못 잡겠더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울 때도 예쁘게 눈물 흘리는 배우들이 있는데 난 콧물 먼저 나온다. (웃음)


Q. 다음 행보가 무엇보다 궁금하다.
이솜 :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배우이지 않을까.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나. 다양한 경험도 해보고 싶다. 기존에 했던 거라도 재밌거나 매력 있다면 언제든 하고 싶다.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고, 몇 년 후에 돌아봤을 때 ‘그때 이렇게 내가 최선을 다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리고 당장은 ‘마담 뺑덕’이 끝났다는 느낌이 든 게 어제오늘이다. 이제 덕이를 보내야 한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다음 작품 정해졌어’라고 하는 게 나한테는 너무 이르다.

Q. 정우성 씨도 인터뷰 당시 잔향이 많이 남았다는 말을 하더라. 이솜 역시 마찬가지다.
이솜 :
그전까지는 몰랐다. 마지막 촬영 때도 누군가는 눈물을 보인다고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와~ 끝났다’ 이런 기분이었다. 그런데 서서히 우는 것 같다. 이제야. 그래서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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