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심청전’을 치정멜로로 비튼 ‘마담 뺑덕’은 정우성과 이솜의 파격 멜로에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두 배우 못지않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면, 그건 바로 ‘청이’일 게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한, 그 익숙한 이름 심청이 말이다. 그리고 그 청이 자리를 꿰찬 이는 신예 박소영이다. 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삼총사’, 영화 ‘열한시’ 등의 작품에서 주로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 왔던 그녀는 ‘마담 뺑덕’에서, 그것도 청이 역을 맡아 영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 물론 아쉽게도 많은 부분 편집됐다. 더욱이 미성년자인 탓에 자신의 출연작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마담 뺑덕’은 그녀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서운해할 법도 하지만,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경험을 원 없이 해본 작품”이라는 말로 의미를 찾았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인 박소영에게 ‘마담 뺑덕’은 그렇게 기억됐다.

Q. 지금 시험기간이라고 들었다. 학업과 연기 활동을 병행하는 게 만만치 않겠다. 그리고 고2면 입시 스트레스가 점점 피부로 전해질 때다.
박소영 : 최대한 학교에 있다가 일정을 소화하러 가는 편이다. 어떨 땐 일정 마치고, 학교에 가서 ‘야자’(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입시는. 음…. 일단 작품 열심히 찍을 거고, 입시에 대한 것은 정보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진로도) 아직은 유동적이다.

Q. 미성년자라서 정작 자신의 출연작인 ‘마담 뺑덕’을 보지 못했다고 했는데, 정말 보지 못했나.
박소영 :
진짜 못 봤다. 작품을 하고 나면 그걸 보고 단점이 뭔지 알아내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질 못하니까. 후시 녹음할 때 본 몇몇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주위에 많이 물어보고 있다. 연기 이상한지 말해달라고 하는데 대부분 조금 나온다는 말을 위주로 하더라. (정말 캐나다를 가야 하는 거 아니냐. 웃음) 편집본이라고 구해보려고 한다. (‘마담 뺑덕’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정우성은 캐나다에서는 15세 관람등급이라며 영화를 보지 못하는 박소영에게 캐나다에서는 볼 수 있다는 말을 했다.)

Q. ‘마담 뺑덕’에는 어떻게 합류했나. 그리고 심청이 역할로 선택된 건데, 그 이유에 대해 혹시 들었나.
박소영 :
당연히 오디션을 봤다. 청이 부분이 있는 종이를 받고 리딩했던 것 같다. 촬영을 다 마치고 감독님께 여쭤 봤다. 감독님께서 오디션 대본을 읽을 때 어떤 코멘트를 해주면 곧바로 바꿔서 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라.


Q. 아무리 현대적으로 재해석을 하고, 치정멜로로 탈바꿈했다고 해도 이야기의 원형은 고전 ‘심청전’이다. 그리고 맡은 역할이 다름 아닌 청이다. 분명 그 점에서 기대한 바가 있었을 것 같다.
박소영 :
사실 분량이 많았기 때문에 기대하긴 했다. (웃음) 근데 이 작품을 통해 ‘뭐가 될 거야’가 아니라 연기를 어떻게 하지 싶었다.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이걸 풀어나가야 한다는 고민이 더 많았다. 다행인 건 감독님께서 디렉션을 상세하게 주셨고,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시간도, 설명도 충분히 해주셨다.

Q. 정말 그렇겠다. 분량만 많다고 좋아할 건 아니었겠다. 프로필을 봤을 때 청이처럼 중심 역할은 처음인 것 같다.
박소영 :
맞다. 극 중 중요한 역할은 처음이었고, 현장에서 제일 막내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들 정말 잘해주셨다. 또 어떤 작품을 통해 모티브를 얻고 싶은데 그럴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온종일 청이를 찍고 있는 나를 상상한 것 같다. 어떤 작품이든 하게 되면, 버릇처럼 그 작품만을 생각하고, 상상한다. 내가 하는 역할, 장면을 머릿속에서 계속 상상해 본다.

Q. 청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청이를 이해하는 게 우선되어야 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극 중 청이가 처한 상황이 쉽게 겪거나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박소영 :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 중 제일 어려웠다. 왜 이 말을, 이 행동을, 이 표정을 했을지 모든 게 어려웠다. 그래서 어렸을 때 이런 삶을 살았고, 이런 가정환경에서 살아왔고, 그래서 이런 성격일 거야, 이렇게 보고서 쓰듯 써 봤다. (구체적으로?) 청이는 바람기가 있는 아버지와 의부증이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 사랑받지 못해 애정결핍이 있다. 그렇게 커가면서 덕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 언니한테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실제 사랑도 있고. 근데 언니는 아빠를 더 사랑하고, 거기서부터 질투가 시작된다. 그리고 사랑했던 언니가 나를 일본에 팔고,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란 것도 알게 되고 나서 사랑의 깊이만큼 애증이 커졌다. 그래서 복수를 한다고 정리했다. 그랬더니 조금 이해됐다. 그런데 이해했다고 연기를 잘하는 건 아니라서. 너무 부족하다. 이해만 한 것 같다. (웃음) 어떻게 살았는지 적으면서도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디지’ 등 정체성의 혼란이 왔다. 그냥 청이를 이불 덮듯, 덮어쓰고 싶었다.

Q. 정우성과 부녀 호흡을 맞췄다. 언론시사회에서 “3살부터 엄마, 아빠한테 CF를 보면서 ‘우리 아빠는 왜 이런 아빠가 아니냐’고 물어봤다고 하더라”는 말이 상당히 재밌었다.
박소영 :
(웃음) 어려서부터 그런 말을 했다고 부모님께서 말해주셨다. 사실 걱정하긴 했다. 근데 정말 자상하고 친절했다. 촬영장에 가면 ‘청아’ 이렇게 불러준다. 나름대로 대화도 많이 했다. 그리고 연기에 대한 조언도 해주시고, 춤을 배우면 연기에 도움되겠다는 말도 해주셨다. (춤은 왜?) 물건을 건네거나 할 때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다. 힐을 신고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힐을 신고 잘 못 걷는다. 그런 것 때문에 춤을 배워보라고 한 것 같다. 그래서 정말 배울 거다.

Q. ‘우리 아빠는 왜 이런 아빠가 아니냐?’고 했던 그 생각은 변함이 없나.
박소영 :
아. 너무 어려운데. (웃음) 당연하지만, 아빠가 당연히 좋다. 3살 때 그런 이야기를 했던 거니까. 근데 아빠가 그 기사를 보고 약간 삐치셨다.


Q. 근데 환상을 가지고 있어도 막상 만나보면….
박소영 :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전혀 깨지지 않았다. 모든 상황에서 완벽함을 유지하고 계셨다. 다만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건 깨진 것 같다. 그리고 첫인상은 ‘와~ 저런 분을 사람이라 부른다면, 나는 사람이 아닌 건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Q. 정우성 말고 이솜과 호흡은 어땠나.
박소영 :
우연히도 언니 작품을 많이 봤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했다. 매 작품에서 매력적으로 나왔다. 그런데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싶었는데 그렇게 많진 않았다. 그게 아쉽다.

Q. ‘마담 뺑덕’이란 큰 작품을 마친 상황인데, 박소영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가.
박소영 :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경험을 원 없이 해본 작품이다. 한 번도 찍어본 적 없는 상황이나 감정도 그렇고, 촬영 기법 자체도 못 해본 게 많았다. 스턴트 해주시는 분이 오시고. 연기적인 면도 그렇지만, 촬영에 대한 노하우나 지식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Q. 앞으로 연기에 대한 필모그래프를 어떻게 만들어 가고 싶나.
박소영 :
다양한 역할을 해보면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다. 지금 당장은 ‘마담 뺑덕’에서 극한의 감정을 가진 아이를 했기 때문에 일상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긴 하다. 전형적인 악역은 아니지만, 연기하는 톤과 표정은 악역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밝은 아이를 하고 싶다.

Q. 프로필에는 2012년부터 작품 활동을 한 것으로 나온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박소영 :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초등학교 4~5학년 때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 나가서 당시 2등을 했다. 이후 별일 없이 1~2년 훌쩍 지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오디션을 보게 됐고, 우연히 드라마를 하게 됐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작품을 하게 됐다. 몇몇 드라마에 조금씩 나오다가 중학교 2학년이 됐고, ‘총각네 야채가게’에 나오게 됐다. 프로필에는 ‘총각네 야채가게’가 처음일 거다.


Q. 그럼 애초 연기에 관심이 있었던 건가, 아니면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를 나가면서 우연히 기회가 닿은 건가.
박소영 :
어릴 적부터 배우가 꿈이긴 했다. 그런데 배우가 되는 길이라는 게 딱히 없기도 하고, 배우를 한다는 게 막연하지 않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냥 있다가 우연히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개인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뭔가를 찾아다니는 건 아닌데, 어쨌든 배우는 늘 새로운 환경이고, 매번 다른 역할이다. 그게 잘 맞는 것 같다. 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 부모님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신다. 대본 읽을 때 조언을 해주시기도 한다.

Q. 굉장히 호기심이 많은 아이 같다.
박소영 :
활달한 건 맞다. 호기심도 많은데, 사람한테는 쉽게 못 하는 것 같다. 수줍어하는 게 많다 보니 쉽게 친해지지 못해서 아쉽다. 특히 비슷한 나이 또래 배우들과 연기한 적 없어서 더 어려운 것 같다.

Q. 지금 인터뷰 마치고, 드라마 스페셜 리딩이 있다고 들었다. 그 작품에 대해 조금 소개해줄 수 있나. 공개할 수 있는 만큼만.
박소영 :
단막극인데 내년 4월 방영되는 걸로 알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아역으로 출연했던 조승현(박해진이 연기한 이휘경 아역)이라는 분과 호흡을 맞춘다. 자폐증을 지닌 시골학교에 다닌 학생이다. 그런 사람의 얼굴도 입힐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 그만큼 내 인상이 다양해질 수 있으니까. 나름 귀여운 아이다. 이를 위해 감독님과 특수학교를 직접 찾기도 했다. 또 관련 영화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근데 어렵긴 하다.

Q. 연기 연습은 주로 혼자 하나 보다. 그런데 혼자 준비하다 보면 막힐 때도 있고, 그 방향이 틀릴 수도 있다. 누군가의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할 순간이 있을 것 같다.
박소영 :
캐릭터에 대한 설정을 혼자 해 놓은 상태에서 감독님께 자문하는 편이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확실하게 잡고 들어가는 편이다. 리딩할 때도 나만의 것을 만들어간 뒤 여기에 감독님 의견을 추가하는 편이다. 또 소속사 언니한테 조언을 구할 때도 있다. 최근에도 ‘자폐아 역을 맡게 됐는데 어떻게 해야 진부하거나 부자연스럽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라고 소속사 언니에게 여쭤봤다. 기억에 남는 게 눈을 한 번 뜨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단순히 어떤 행동을 외워서 하지 말고 생각을 해보라고 하더라.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Q. 인터넷 자기 이름으로 검색 많이 하는 편인가? 코미디언 박소영과 동명이인인데, 이름을 검색했을 때 누구 이름이 먼저 나오는지 알고 있나.
박소영 :
하하. 그분 정말 좋아한다. ‘개그콘서트’도 즐겨본다. 또 그분이 예능프로그램 하시는데 그거 방송하면 그분이 앞에 계시고, 그렇지 않으면 때론 내가 앞에 있다. 유동적이다. (웃음) 그런데 상관없다. 아직 큰 작품 주인공을 한 것도 아니고, 신인이니까.

Q. 자신의 장단점을 꼽아 달라.
박소영 :
연기에 있어 장점은 아무리 찾아도 잘 못 찾겠다. 단점은 역시 몸 쓰는 연기를 못한다는 거다. 표정은 그래도 마음대로 콘트롤할 수 있는데, 몸은 아직 어색한 것 같다. 이번 겨울에 정말 춤을 배울 생각이다. (웃음)

Q. 롤모델이나 따라가고 싶은 길이 있나.
박소영 :
나탈리 포트먼이 롤모델이다. 지성미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연기 역시 재능이 뛰어나다. 정말 좋아하는 배우이자 롤모델이다. 그리고 이미지만 놓고 보면 손예진 선배님이다. 최근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영상 클립을 봤는데, 정말 예쁘더라. 반짝반짝 빛나는 눈의 이미지가 매우 좋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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