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르는 법이 없었다. 오직, 직구뿐이었다. 8월 27일 수요일, 자신들을 ‘있는 그대로’ 거침없이 드러내던 방탄소년단을 만났다. ‘오늘의 비지엠(BGM)’으로 ‘웃음’ 사운드를 깔아 놓았나 싶을 정도로 줄곧 웃음을 잃지 않던 소년들. 순간순간의 감정에 따라 다채로운 표정을 지어 보인 그들은 순수했고, 솔직했으며, 반짝거렸다. ‘아, 이게 이들의 매력이구나’라고 느낄 무렵,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멤버들이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색이 다른 개개인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고, 소년이 아닌 남자의 얼굴이 조금씩 드러났다. “테스트 샷(test shot)이에요”라는 가벼운 말 한마디에도 스튜디오의 공기를 순식간에 진지하게 바꿔놓았던 그들은 소년이기도, 남자이기도, 프로이기도 했다.

# 흥 넘치는 이성적인 힙합몬스터
랩몬스터는 그 자체가 ‘힙합’이었다. 자신의 솔직함이 언제나 그를 멋있게 포장해주진 않더라도 절대 자신을 속이진 않았다. 그렇지만 결국 그 모습은 그만의 ‘멋’이 되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되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모든 감정을 실시간으로 얼굴 위에 드러냈던 그는 역동적인 제스처와 다양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생동감 넘치게 풀어냈다. 아무래도 그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 천부적인 자질을 지닌 게 분명했다. 또한, 자신과 관련된 주제가 아니더라도 멤버들의 이야기에 힘이 실릴 수 있게 어김없이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줬다. 추임새도 빼먹지 않았다. 그 덕분에 말소리가 랩처럼 느껴지던 순간이 여러 번 찾아왔다. 촬영 땐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콘셉트인지 명확하게 와 닿지 않았는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정확한 의미를 지닌 단어 몇 개로 예시를 들어주니 환하게 웃어 보이며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몰입했다. 이성과 감성이 시소 위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는 그였다.

# 잘생겼다, 잘생겼다, 잘생겼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다 마친 진이 스튜디오로 들어서자, 현장에 있던 모두 일제히 입을 모아 “잘생겼다!”를 외쳤다. 분명, 인터뷰 때 본 그 얼굴이 맞는데 어찌하여 이리도 느낌이 다른 건가 싶어 유심히 살펴보니, 그는 의상에 따라 자신의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바꿀 줄 아는 남자였다. 면 티셔츠를 입고 있을 때보다 말수는 조금 줄었고, 웃음은 옅어졌으며, 움직임 하나하나엔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단체 촬영 때, 생각보다 그림이 잘 나오지 않아 그의 자리를 이곳저곳으로 옮겨도 그는 묵묵히 몸을 움직여 이동할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창가에 서서 개인 촬영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방향에서 찍어도 잘생겼을 게 분명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굴) 왼쪽이 나아요, 오른쪽이 나아요?” 물으니 어디든 상관없다는 깔끔한 대답만 돌아왔다. 창문과 라디에이터 때문에 자세를 취하기 조금 어려워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촬영해야 했지만 그는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았다. 그는,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었다.

ADVERTISEMENT

# 슈가슈가, ‘귀여운?’을 보여줘
슈가의 영문명은 ‘SUGAR’가 아닌 ‘SUGA’다. R이 없기 때문일까. 그는 시크하고, 나른했으며, 굳이 분류하자면 ‘상남자’에 가까웠다. 차분하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남자였고, 툭툭 내뱉는 말 한마디에서조차 은근한 힘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사람이었다. 인터뷰 도중, 왁자지껄 떠드느라 웃음바다가 된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안정된 정서로 모든 것을 관망하던 이가 바로 그였다. 이런 슈가가 사진 촬영 때 보인 모습이 제법 흥미로웠다. 멤버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단체 촬영에서 그는 밝고 활기찬 에너지를 내뿜었다. 단 한 번도 ‘무기력?’을 꺼내지 않았다. 반대로, 개인 촬영 때의 그는 자신이 내보이고 싶은 얼굴이 있었던 듯, 내내 무표정이었다. 인상을 쓰면 얼굴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 “알겠습니다~”라며 표정을 풀긴 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귀여운?’을 꺼내줘요!”라고 말을 건넸고, 그는 이 말에 ‘피식’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이기 시작했다.

# 칭찬은 홉이를 춤추게 해요
제이홉을 마주했을 때, 강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초원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한 마리의 치타처럼, 생동감 넘치는 생명력이 흘러넘쳤다. 이건 꽤 오랫동안 몸을 써온, 춤을 추거나 운동을 하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서만 느껴지는 강렬한 에너지였다. 그랬기에 그는 자신을 설명할 때에도 말보단 몸으로,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이 더 익숙해 보였다. 인터뷰 때에도 촬영 때에도 그 모습은 줄곧 이어졌다. 단체 촬영 때, 여러 가지를 요구해도 바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고쳐 잡고 표정을 다시 지어 보였으며 이에 대해선 그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서 해내야 할 것을 행동으로 바로 보여주었다. 개인 촬영 땐 사진기자가 “웃을 때 예쁘네요”라고 한마디 건네자, “칭찬은 홉이를 춤추게 해요!”라며 스튜디오가 떠나갈 듯이 크게 웃으며 춤을 춰 보였다. 주변에 있던 스태프가 그렇게 좋으냐고 놀리듯 말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기쁨을 온몸으로 드러냈다.

# 너는 너, 나는 나, 뷔는 뷔
누군가 ‘뷔는 어떤 사람인가요?’ 묻는다면 아마도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착하고, 순하고, 똑똑하고, 꼼꼼하고, 독특하고, 엉뚱하고… 보통 한 인물을 머릿속에 떠올릴 때면 일관된 정서를 지닌 이미지들이 나열되곤 하는데, 뷔는 예외다. 뷔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그림은 없다. 뷔는 그냥 뷔. 인터뷰 때, 그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자신의 차례가 왔다고 판단될 때 꼭 해야 할 말만 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그저,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에 한해서만 아이처럼 꾸밈없이 답할 뿐이었다. 의상을 가장 먼저 갈아입고 스튜디오에서 홀로 30여 분을 대기했던 그는 의외로 자신이 먼저 어떤 콘셉트로 사진을 찍는지 물어왔다. 설명을 듣던 뷔의 눈을 보고 있자니, 그가 이해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표정만은 사뭇 진지했다. 촬영이 진행되던 중간, 뷔가 갑자기 다가와 사진이 잘 찍혔는지 물었다. 유일하게 사진을 체크한 멤버였다. 단체 촬영 때에도 개인 촬영 때에도 그는 어김없이 모니터링을 했다. 그게, 뷔였다.

ADVERTISEMENT

# 아이쿠 잘한다 우리 막내
정국에게 왜 ‘황금막내’란 별명이 붙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정말, 무엇이든 다 잘했다. 단체 촬영 때 랩몬스터의 다리 위에 얼굴을 둔 채 옆으로 누워야 했던 그는 당연히 자세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으악,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자신의 다리를 이리저리 옮기며 난감해하던 그는 촬영 내내 곤란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그의 목소리에만 묻어나는 감정이었다. 실제로 카메라에 비치던 그의 모습은 평온해 보일 뿐이었다. 개인 촬영에서도 그는 사진기자와 스태프들에게 “으하하,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아요? 이거, 어떻게 하지”라며 특유의 부산 사투리 말투로 계속 질문을 했다. 현장에 있던 모두 한목소리로 지금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정국은 스스로 계속 어색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역시나. 카메라 속 그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학창시절, 이거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모르겠어 라고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려운 수학 문제를 쓱쓱 풀어가던 전교 1등이 생각나던 촬영이었다.

# 안녕, 어린 브래드 피트
마지막 촬영은 지민이었다. 단체 촬영 때 장난기를 드러냈던 그는 홀로 있을 땐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소년과 남자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사진기자가 셔터를 몇 번 누르지 않았을 때였다. 지민을 쳐다보며 “혹시, 나이가 어떻게 돼요?”하고 물었다. 지민을 비롯한 주변에 있던 스태프들은 뭔가 잘못된 건가 싶어 얼른 “스물이요”하고 대답했는데, 의외의 말이 이어졌다. “이건 스무 살의 느낌이 아닌데… 뭐지?” 그리고는 움직임 하나, 눈빛 하나 놓칠세라 엄청난 속도로 셔터를 누르며 그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누군가를 닮았다는 말을 계속 하면서. 촬영 중간쯤 되었을 때, 드디어 그를 닮은 사람이 생각났다며 조금은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브래드 피트. 그래, 브래드 피트 어린 시절 느낌이 나요” 이에 다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듯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흐르는 강물처럼’ 이전의 브래드 피트의 분위기와 정말 비슷하다며 내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그날 지민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어린 브래드 피트로 불렸다.

방탄소년단, 성장의 가속도는 지금부터(인터뷰) 보러 가기

ADVERTISEMENT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