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설 곳 없는 사각의 링 위에서 펼치는 혈투.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한국 복싱 국가대표팀의 이야기가 MBC ‘다큐스페셜’을 통해 전해진다.

한국 복싱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는 전 체급을 싹쓸이하며 열 두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금메달은 나오지 않았다. 이후 12년 만에 금빛 도전에 나선 대한민국 복싱 국가대표팀. 진정한 금메달리스트를 만들겠다는 박시헌 감독과 주먹에 인생을 건 젊은 복서들은‘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긴다’는 각오로 경기에 덤벼들었다.

6일 방송되는 MBC ‘다큐스페셜’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들의 처절한 기록이 공개된다.

먼저 지난 10월 3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복싱 결승경기에서 신종훈(-49kg) 선수와 함상명(-56kg) 선수는 금메달을 따며 12년의 한을 풀었고, 임현철(-64kg) 선수와 김형규(-81kg) 선수는 8년 만에 소중한 은메달을 안겨주었다.

신종훈 선수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기대주로 꼽히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각각 8강, 16강에서 탈락하며 좌절을 맛봤다. 이후 모든 걸 놓고 방황하던 시절을 지나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만 19세 함상명 선수는 이번이 처음으로 출전한 성인 대회임에도 겁 없이 맞서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현철 선수는 맹렬한 인파이터 복서로 매 경기 KO승에 가까울 정도로 화끈한 경기를 펼쳤다. 결승에서 아쉽게 패하며 은메달을 땄지만, 쌍둥이 동생 임현석 선수와 함께할 세계대회를 기약한다. 김형규 선수는 유독 약했던 한국 중량급에서 발군의 기지를 보이며 값진 은메달을 안겼다.

이들 4명을 포함한 국가대표팀은 지난 1년간 한 길만을 바라보며 독일 전지훈련부터 태백 산악훈련, 인천 적응훈련을 지나 결전의 날까지 피와 땀과 눈물로 얼룩진 나날을 보냈다.

복싱은 글러브 외에 별다른 장비가 없다. 오로지 맨몸과 정신력만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만큼 훈련의 강도는 높다. 매일 새벽 6시면 일과가 시작된다.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인터벌 달리기 때는 바닥에 눕는 선수들도 속출한다. 하지만 쉴 틈도 없이 펀치력 강화를 위해 해머로 타이어를 내려치기로 이어진다. 힘과 속도를 고루 갖추기 위해 여러 운동 기구와 샌드백을 번갈아 하는 서킷 트레이닝에서는 악을 쓰며 자신의 한계를 넘는다. 선수들의 훈련은 밤 10시까지 이어진다. 실제 경기가 야간에도 진행되기 때문에 밤에 스파링하며 신체 리듬을 맞춰야만 경기 때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복싱은 예민하고 섬세한 운동이다. 상대 선수뿐만 아니라 경기 시간, 링, 음악, 조명 등 작은 것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를 위해 감독과 선수들은 일주일간 인천으로 적응훈련을 떠난다. 하지만 출발부터 쉽지 않다. 감독과 코치진 차에 나눠 타고 도착한 인천. 모텔에서 잠을 자고, 길바닥에서 체조하는 열악한 조건 속에 선수들은 경기를 치를 선학체육관을 둘러보며 각오를 다진다. 현실은 쉽지 않다. 한국 복싱은 아시아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녀 동메달 1개씩 단 2개에 그쳤다. 한국 권투는 몰락했다고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은 결국 자신과 싸워나가야만 한다. 최상돈(-52kg) 선수는 땀복과 패딩을 입고 혼자 남아 운동한다. 물도 먹지 못하고 잠시 머금었다 뱉는다. 체중조절을 위해서 종일 굶기까지 한다. 반면 박남형(-91kg) 선수는 체중이 모자란다. 가벼우면 다른 선수들에게 힘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체중을 맞춰야 한다. 체급 싸움 복싱에서 체중조절은 경기 전 선수들이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 중 하나다. 복싱 선수들은 체중조절 때문에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참여하지 않는다. 인천 선수촌에 들어가면서도 체중계는 따로 챙겨갈 정도. 선수들은 시합에 오르기 전 먼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지난 9월 24일 인천 선학체육관에 첫 종이 울리고, 선수들은 주어진 시간 9분에 모든 걸 쏟아 부었다. 8강, 4강을 지나 금메달에 다가갈수록 얼굴에는 상처와 멍이 늘어나지만, 아물 새도 없이 다시 링에 올라야 한다.

복싱이 인생이자 곧 꿈, 희망이라는 감독과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궈 12년의 한을 풀기까지 그 치열한 도전을 밀착 취재한 ‘다큐스페셜’은 6일 오후 11시 15분에 방송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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