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매진작 best 8아시아 최대 영화축제인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축제라고 해서 즐거운 일만 넘쳐날까. 축제의 이면에는 여러 전쟁이 도사리고 있다. 예컨대 사진기자들은 조금 더 좋은 각도에서 배우를 찍기 위해 자리 전쟁을 벌이고, 길거리 노점상들은 더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관람객 유치경쟁을 하며, 영화 마케터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더 알리기 위해 홍보 전쟁을 치른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박매치. 바로 매표전쟁이다. 이미 온라인 예매와 동시에 인기 작품들이 줄줄이 매진됐다. 낙심하기엔 이르다. 전체 티켓의 20%가 현장 표로 배정됐으니 말이다. 시간표를 확인하고, 현장 티켓을 사수하시라!
1. ‘다이빙벨’ The Truth Shall Not Sink with Sewol [와이드앵글]
감독: 이상호, 안해룡 / 다큐멘터리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뜨거운 감자’다. ‘다이빙벨’은 안해룡 감독과 MBC 해직기자 출신인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가 공동 연출한 작품으로 세월호 참사 구조 작업 중 보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희망의 끈으로 진실의 벨이 되길 바랐던 다이빙벨이 정부와 언론에 의해 왜곡, 해체되는 과정을 현재진행형으로 표현한 영화는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온라인 예매 시작과 동시에 표가 동났다. 이 가운데 부산시가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못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지난 29일 영화인 연대가 “‘다이빙벨’ 상영취소 압력을 중단하라”는 서명을 발효한 상태. 하지만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까지 지난 1일 영화의 상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다이빙벨’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과연 우리는 부산에서 그날의 진실 혹은 거짓을 목도할 수 있을까.
매진, why: 밝혀진 것 보다, 밝혀야 할 게 많은 그 날의 기록들
2. ‘투 데이즈 원 나잇’ Two Days One Night [월드 시네마]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 출연 마리옹 코티아르 │ 드라마
‘투 데이즈 원 나잇’은 해고될 위기에 처한 여인 산드라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주말 동안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보너스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적 연출로 대표되는 다르덴 형제의 스타일은 살리되 전작인 ‘자전거 탄 소년’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희망적인 느낌을 살린 수작이라는 평가다. 지난 5월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서 해외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황금종려상의 유력 후보로 꼽혔던 영화는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역시, 다른덴 형제!’라는 평가를 받으며 감독의 명성을 증명했다. 주연을 맡은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마리옹 꼬띠아르는 완전히 산드라 역에 녹아들어 불가분의 연기를 선보인다”고 전했고 영국 매체 ‘가디언’은 “마리옹 꼬띠아르의 훌륭한 연기는 단연 눈에 띈다”고 언급했다
매진, why: 다르덴 형제라는 이름의 묵직함
3. ‘킬 미 쓰리 타임즈’ Kill Me Three Times [월드시네마]감독: 크리프 스탠더스 / 출연: 테레사 팔머, 사이몬 페그 / 스릴러, 범죄 코미디
‘뜨거운 녀석들’의 사이먼 페그와 ‘웜바디스’의 테레사 팔머 팬이라면 ‘킬 미 쓰리 타임즈’를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영문도 모른 채 살해 위기에 빠진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남편과 정부, 그리고 이들을 오가는 살인 청부업자. 그 사이의 음모와 배신, 그리고 복수가 세 가지 다른 관점에서 관찰된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레드 독’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크리프 스탠더스 감독의 엉뚱하고도 잔혹한 영화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면, 주목하시라! 특히 테레사 팔머가 이 영화를 들고 직접 부산을 찾는다고 하니, 금상첨화다.
매진, why: 사이먼 페그 팬들 모여라~
4. ‘황금시대’ The golden era[갈라 프리젠테이션]
감독: 허안화 / 출연: 탕웨이, 풍소붕 / 드라마
영화 팬들은 물론, 언론에서도 주목하는 영화. 그 중심에 탕웨이가 있다. 많은 팬들이 이젠 ‘한국 며느리(?)’라고 부르는 그 탕웨이 말이다. 물론 이 영화에 쏟아지는 관심은 탕웨이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는 이미 베니스와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을 거치며 KS마크 인증을 받았다. 영화를 미리 관람한, 영화제 자막팀이 추천하는 영화로 선정됐다고 하니 기대는 더욱 배가된다. ‘황금시대’는 1930년대 혼란 속의 중국을 배경으로, 여성작가 샤오홍의 일대기를 그린다. 샤오홍이 어린 시절 가출해 만주로 와서 격변의 시기를 거치며 작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영상미로 1930년대 중국의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완벽 재현 했다느 후문이다.
매진, why: ‘한국 며느리’ 탕웨이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5. ‘보이후드’ Boyhood [월드 시네마]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 출연: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 성장드라마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에단 호크가 만났다. ‘보이후드’는 메이슨이라는 소년의 성장 과정을 실제 12년이란 세월을 두고 묘사한 ‘인내의’ 영화다. 주인공 소년이 성장하는 모습과 12년이란 세월 동안 나이를 먹어가는 에단 호크의 모습이 흥미롭다. 부산국제영화제 박도신 프로그래머의 말을 빌리자면, 이 영화의 키워드는 ‘아빠와 육아’다. 그러니 예능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외국 버전이라고 표현하면 이상할까. 영화는 링클레이터 감독의 경이로운 도전 덕분에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기간 내내 뜨거운 화제를 불러 모으며 은곰상을 수상했다.
매진, why: 12년 동안 꾸준히 담아온 ‘진짜’ 성장담. 이것이 인내다!
6. ‘마미’ Mommy [월드 시네마]
감독: 자비에 돌란 / 출연: 앤 도벌, 안토니 올리버 피론 / 드라마
‘20대 천재 감독’ 그리고 ‘꽃미모’로 유명한 자비에 돌란에게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안긴 작품이다. ‘하트비트’ ‘로렌스 애니웨이’ ‘탐엣더팜’을 통해 이미 자비에 돌란의 포로가 된 시네필들에게 ‘마미’는 사수해야만 하는 영화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팬들은 젊은 거장의 영화를 만나기 위해 예매 전쟁에 뛰어들었고, ‘마미’는 예매 오픈 직후 전회차가 초고속 매진되는 저력을 발휘했다. ‘마미’는 ADHD 증후군을 앓는 아들과 엄마, 그리고 미스터리한 옆집 여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자비에 돌란이 연출과 각본은 물론이고 편집을 비롯한 프로듀서와 의상 디자인까지 직접 맡았다. 자비에 돌란을 보면 드는 생각! “신은 공평하지 않다!”
매진, why: 자비에 돌란의 노예들이 지나칠 수 없는 영화
7. ‘이별까지 7일’ Our Family [아시아영화의 창]
감독: 이시이 유야 /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하라다 미에코 / 드라마
‘이별까지 7일’은 일본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뒤를 잇는 영화계의 젊은 거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신작이다. 국내 팬들이 이 영화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바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눈물이 주룩주룩’의 츠마부키 사토시가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별까지 7일’은 죽음을 앞두고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남은 가족들의 간절한 일주일을 그린다. 엄마를 위해 눈물을 주룩주룩 흘린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가 물이 올랐다는 평이다. 한편 이시이 유야 감독이 직접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 관객과의 대화시간도 갖는다. GV가 예정돼 있는 10일 날의 현장 표를 얻기 위해서는 아침잠은 포기해야 한다.
매진, why: 츠마부키 사토시의 (어머니를 위한) ‘눈물이 주룩주룩’
8. ‘윈터 슬립’ Winter Sleep [월드 시네마]
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 / 출연: 할룩 빌기너, 멜리사 소젠 / 드라마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매진은 당연한 일이었다. 제한된 공간, 소수의 등장인물을 기반으로 하는 ‘윈터 슬립’은 폭설 탓에 호텔에 꼼짝없이 갇히게 된 이들의 미묘한 이야기를 다룬다. 칸영화제 시사회 당시 영화를 보던 기자들과 평론가들이 극장을 빠져나가면서도 박수를 쳤다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겐 낯선 터키 영화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단 세 차례. 4일 16:00, 8일 18:30, 11일 17:00 시간표를 확인하라!
매진, why: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작의 위엄!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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