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오직 음악만 한다. 김동률 말이다. 그는 기본 보도자료 외에 방송 출연도, 매체 인터뷰도 없이 음반만 달랑 냈다. 이는 앨범을 내기 전 여러 공격적인 마케팅이 행해지는 요즘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새 앨범 ‘동행’은 발표되자마자 주요 음원사이트의 음원차트 정상을 비롯해 상위권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오직 음악의 힘으로 말이다.

김동률은 새 앨범 발매에 앞서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간간히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1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부로 다음 앨범에 수록될 곡선별 작업을 끝냈습니다”라며 “언제가 될 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가능한 올해 안에는 들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몇 년 전에 써 놓은 곡들부터 최근에 쓴 곡들까지를 모두 모아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맘이 오락가락 하곤 했습니다”라고 심경을 밝힌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그는 잊을 만하면 SNS를 통해 소통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김동률이 페이스북을 통해 오직 음악 작업 이야기만 했다는 것이다.(번외로 미술관에 간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가령, 기타리스트 이상순, 임헌일을 선택한 배경, 그들의 연주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 작곡가 황성제의 특기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했다. 글을 읽어보면 음악적으로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있어서 팬들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세심함이 그의 음악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점점 음악 이야기를 하기 힘든 세상이다. 음악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앨범을 내기 전에 온라인을 통해 음악 감상회를 하면서 음악에 대한 설명을 겻들이기도 한다. 좋은 음악을 찾아듣기도 바쁜 세상이 아닌가? 김동률도 이를 느꼈나보다. 그는 페이스북에 “학생 시절에는 나도 음악을 많이 들었었는데, 이제는 사는 게 바빠서 음악 들은 지도 참 오래다라고, 이제 우리 나이엔 들을 음악이 없다라고 체념하고 있는, 음악을 점점 잊고 사는 분들이 반겨주고 좋아하는, 다시 음악을 듣게 되는 계기가 되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음악적 실험을 하면 대중과 멀어진다. 하지만 음악적인 실험이 없다면 아티스트는 발전할 수 없다. 이번 김동률은 실험보다는 친숙함을 택했다. 원래 그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과거 전람회 시절의 ‘기억의 습작’ 그리고 이승환이 부른 ‘천일동안’은 기존 발라드의 어법을 넘어서려는 의지가 보이는 작품이기도 했다.

새 앨범 ‘동행’은 아티스트의 음악적 욕심보다는 청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동률은 페이스북에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에는 제가 더 발전하는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음악을 잘하고 싶었고,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한 장 한 장 앨범을 만들어 갈수록 그에 못지않게 제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래서 그는 청자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동행과 같은 앨범을 만들게 된 것이다.



따듯한 기타 연주로 시작하는 첫 곡 ‘고백’부터 그런 배려가 느껴진다. ‘영영’이라고 되뇌는 노래는 우리의 귀를 통해 가슴으로 들어간다. 오랜만에 느끼는 음악의 감동이다. 음악 동료들과 함께 작업한 곡들에서 동행의 미덕은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청춘’에서 이상순의 기타 연주와 차분하게 깔리는 코러스는 김동률의 음색과 수평선을 이룬다. 존박이 노래로 참여한 ‘어드바이스(Advice)’는 오르간이 깔리며 존박의 소울풀한 음색을 잘 안아준다.(이 곡은 전람회 시절 서동욱과 함께 노래한 ‘우리’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타이틀곡 ‘그게 나야’는 노랫말을 넘기는 호흡 하나 하나가 매우 세심하게 진행된다. 감정적인 피아노 연주와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절묘한 전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김동률의 그 사운드다. 터질 듯하다가 절제의 미학을 들려주는 이상순의 기타는 앙상블의 미학을 선사한다. 여기서 곡에 대한 설명을 더 덧붙이는 것은 사족이리라.

김동률은 “어디서 우연히 제 노래를 듣게 될 때, 몇 분동안이라도 잠시 위로가 되고 힘이 돼 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했다. 이는 자신의 음악이 우리 일상의 BGM 역할만 해도 만족한다는 말일까? 하지만 이 앨범은 단지 BGM으로 머무르길 거부한다. 김동률의 말처럼 “단순히 어떤 일을 할 때의 배경음악이어도 좋지만, 때로는 오롯이 오감을 집중해서 이어폰을 꽂고 감상하고 싶어지는,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에게 전부가 될 수 있는 음악”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은 ‘동행’을 듣고 있지 않나?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뮤직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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