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아이유 ‘소격동’ 뮤직비디오
서태지가 돌아오자 가요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매 앨범 혁신적인 노래로 가요계를 흔들었던 ‘문화대통령’ 서태지기에 이번에도 어떤 음악을 보여줄기 초미의 관심사였다. 게다가 신비주의를 벗고 ‘해피투게더3′ 출연부터 아이유와 콜라보레이션까지, 얼핏 초조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서태지로서는 파격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2일 선공개된 아이유 버전의 서태지의 노래 ‘소격동’은 음원 공개 직후 음원차트를 휩쓰며 일단 서태지와 아이유의 파워를 입증했다. 많은 언론과 평론가들이 앞다투어 서태지의 음악을 평가했다. ‘트렌드를 놓치지 않은 명민함’, ‘서태지 특유의 리듬감’, ‘트렌드의 문익점’, ‘국내에서의 과감한 시도’ 등 항상 새로움을 추구했던 서태지에게 어울리는 평가가 이어졌다. ‘아이유에게 걸맞은 옷을 입혔는지는 의문’, ‘반주와 보컬이 겉도는 느낌’ 등 아쉬운 평가로 잇따랐다. (‘10초점, 서태지 x 아이유 ‘소격동’, ‘우리들만의 추억’과 닮았다?‘에서 자세한 평가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서태지가 선보였던 메시지에 주목하는 이는 드문 것 같다. 서태지가 문화대통령으로 각광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파격적인 사운드뿐만 아니라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노래해 공감을 일으키는 힘이 있었다. 서태지는 정규 3집 수록곡 ‘발해를 꿈꾸며’, ‘교실 이데아’ 등을 통해 통일과 교육 현실에 대한 이야기했다. 정규 4집에는 가출 학생 이야기 다룬 ‘컴백홈’, 사회 부조리 비판한 ‘시대 유감’ 등이 수록돼 서태지의 사회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소격동’에서도 서태지의 사회 의식이 남아 있다. 소격동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행정구역으로 군사정권의 핵심인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소격동에 자리해 있었다.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은 대학생들을 강제징집해 이른바 ‘녹화사업’이라며 정신교육을 소격동에서 진행했다. ‘녹화사업’은 1981~1983년 사이 학생운동에 대한 탄압과 프락치 활도을 통한 정보 수집을 위해 당국이 ‘특별정훈교육’이란 이름으로 이뤄진 육체와 정신적 폭력이 수반된 정신교육이다.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자살하거나 타살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2005년에야 국방부 군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강제징집된 인원은 1,100여 명이 넘고, 6명이 의문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공개된 서태지 아이유 ‘소격동’ 뮤직비디오 추가 스틸컷
‘소격동’ 뮤직비디오도 1980년대를 배경으로해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소년과 소녀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은 뮤직비디오는 소격동과 얽힌 군사정권에 대한 정보는 적지만, 아련하게 자아내는 슬픔이 당시 학생들에게 가해졌던 탄압과 맞물린다. 3일 공개된 ‘소격동’ 뮤직비디오 추가 스틸컷 중 소년이 건넨 쪽지에도 ‘불빛이 모두 사라지는 밤에 만나’라며 감시를 피해야 한다는 암시가 담겨 있으며 그 쪽지의 뒤에 비친 글귀에서 ‘훈련’, ‘적극참여’ 등이 보이며 시대적 배경을 읽을 수 있다.‘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 ‘사진 한 장도 남아있지가 않죠’ 등 ‘소격동’ 가사에서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2014년, 서태지가 다시 ‘소격동’을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최근 검찰의 인터넷 공간 검열 강화 발표로 인해 국내 메신저에서 해외 메신저로 대규모 이용자 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소격동’은 이러한 시대적 메시지뿐만 아니라 서태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도 엿볼 수 있다. 서태지 컴백 콘서트의 제목은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을 합친 ‘크리스말로윈’. 우리나라사람들도 즐기는 세계적인 축제 크리스마스와 호러적인 느낌이 풍기는 마이너한 축제 할로윈의 결합이다. 극과 극에 있는 감성의 축제들로 마치 잔혹동화를 연상케한다. ‘소격동’ 가사도 소복히 쌓인 눈이 연상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서 후반분에 다 사라져버리는 극과 극의 대비가 눈에 띈다. 선공개곡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져 앞으로 서태지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사할 슬픈 공감의 메시지가 무엇일지 기대를 모은다.
서태지 측 관계자는 “정해진 답은 없다”며 대중에게 해석을 맡긴다”고 전했다. 이처럼 사운드, 메시지 모두 씹고 뜯고 맛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서태지다. 예전만큼의 혁신은 아니어도 여전히 날카로움은 살아 있다. 이것이 대통령의 내공이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아이유 ‘소격동’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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