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준최태준은 최근 만난 이들 중 가장 의외의 사람이었다. TV라는 매체가 그를 비추는 모습과 실제 모습의 간극이 꽤 컸기 때문이다. 반듯하고 다정하여 냉담해보이던 이 미남은 실제로는 싱글싱글 웃음을 잘 흘리는 살가운 이웃집 소년과도 같았다.
이런 의외성은 그가 연기를 통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최근 MBC 드라마 ‘엄마의 정원’을 끝마친 최태준. 극중 집안이 반대하는 여자와의 결혼 그리고 불임으로 인해 벌어진 고부갈등을 경험하다 끝내 이혼을 택하고 마는 기준의 인생을 연기했던 그는 말로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인생이라 힘들었다”고 하지만, 의외의 얼굴 속에 고단한 인생을 차츰차츰 채워나가는 것에 성공했다.
잠깐의 휴식기에 들어간 최태준을 만났다. 그에게서 20대들만의 전유물, 열정과 긍정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Q. 실제로는 스물 네 살 나이인데 이혼남을 연기해야 했다. 사실 그 나이면 결혼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에도 이른 나이 아닌가.
최태준 : 그렇다. 결혼에 이혼에 불임까지 고민하는 역할이었으니 정말 쉽지는 않았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 결혼이 단순히 사랑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란 현실적인 생각을 특히 했다. 알고보니 주변에서도 고부갈등이 꽤 민감한 문제더라. 우리 드라마가 시청률이 잘 나오는 이유도 그런 부분에 대한 공감 때문 아니었을까? (한참 갸우뚱하더니) 정말이지 부모님과 사랑하는 여자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기란 쉽지 않은 듯 하다. 기준은 정말 힘들었을거야.
Q. 실제 당신의 삶에 이입해서 생각해봤을텐데, 어떤 선택을 하게 됐을까.
최태준 :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할 것 같다. 20년 넘게 키워준 부모님과 목숨같은 사람 사이에서 과연 지혜로운 해답은 무엇일까. 현실이라면 애초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최선일 듯 하다.
Q. 상대역 정유미와는 7세 차이 연하인데, 사실 그렇게 차이가 나보이진 않더라(웃음).
최태준 : 오히려 내가 더 늙어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웃음). 실제 유미 누나가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거의 붙는 신들이 정유미 씨와 함께 하는 것이었는데 편안했기에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원래 남자배우가 끌어야하는데 동생인데다 경험도 누나가 더 많으니 도움도 많이 받았다.
Q. 꽤 절친한 정준영 씨와 정유미 씨가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인연이 있었는데.
최태준 : 안 그래도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정준영 씨한테 물어봤었다. 준영 씨는 ‘(정유미는) 착하니까 걱정마’라고 말해주더라. 우리끼리 ‘아니, 어쩜 너랑 나랑 한 번씩 다 결혼하네’라는 말도 했었다. 그런데 누나라는 점 때문에 걱정이 되지는 않았던 것이, 예전에는 6세 차이 나는 신소율 누나와도 연기를 했었으니까.
Q. 정준영 씨와의 인연 때문에 MBC 라디오 ‘정준영의 심심타파’에도 출연했었다. 둘이 꽤 가까운 사이인가보다.
최태준 : 재미있는 것이 우리는 게임으로 맺어진 인연이다. 게임을 잘 한다는 소문을 서로의 주변 사람을 통해 듣다가 한 번 붙게 됐다. 그러면서 친해졌다. 이제는 워낙 친하니까 내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 ‘오글거린다’고도 말한다. 워낙 우리가 평소에 장난을 많이 치니까 정극에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일 낯설 것 같다(웃음). 분야는 다르지만, 의지가 되는 지인이다.
Q. 그런가하면 이번 드라마에서는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도 연을 맺을 수 있었다.
최태준 : 박근형 선생님, 고두심 선생님, 나영희 선배님과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이번에 기준을 연기하면서 나보다 더 오랜 삶을 살았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는데 선생님들께서 큰 도움을 주셨다. 사실 그분들로부터 받게 된 에너지가 무궁무진했다. 어떤 신에서 선생님들이 에너지가 꽉 채워진 신으로 만드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기도 했다.
Q. 현장에서 막내급인 당신의 역할은 어떤 것이었나.
최태준 : 내가 분위기를 주도할 수는 없었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니까 늘 배우는 자세로 임하려 애썼다. 허울없이 지내고 장난치면서 스태프와도 가까워졌다. 스태프 형이 ‘넌 배우인데, 좀 왜 그러냐?’라고 말할 정도로(웃음).
Q. 선배 배우들은 최태준이라는 배우를 어떻게 평가하던가.
최태준 : 글쎄, 주로 ‘너 참 좋을 때다. 너 나이면 하늘을 다 품을 수 있을 정도야’라고 말씀하셨기에 새삼 내 나이에 감사함을 느꼈다. 기회가 많다는 것이니 말이다. 기회들을 일찍 얻었다는 것에서 늘 감사한 마음이지만, 그것이 내가 잘나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복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쉬지 않고 자기개발에도 힘써 이 복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한단 마음이 크다.
Q. 긍정적인 마음을 이야기하니 물어보고 싶어졌다. 삶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인가.
최태준 :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큰 시련을 겪지는 않았다. 하지만 잠깐동안 일을 못 하게 됐던 적이 있는데, 그 때 ‘내가 생각보다 연기를 더 좋아하는구나’라는 마음을 절감하게 됐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1~2년 정도는 학업에 열중하며 20대를 채워가야지라는 마음도 있었는데, 일을 연달아 하지 못하고 쉬는 기간이 길어지니 마음이 조급해지더라. 앞으로 살면서 이보다 더 힘든 일이 닥치리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세운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Q. 앞으로 도전하고픈 역할이 있다면.
최태준 : 내 나이에 맡는 통통 튀는 배역도 하고 싶다. 워낙 내 얼굴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냉철하다보니 배역이 좀 한정적인 편인데, 아직 젊은 나이에 학원물도 해보고 싶다. 교복을 입혀달라!
Q. 배우는 그러나 선택을 당하는 직업이지 않나. 혹시 캐스팅 관계자들이 당신을 평가하는 목소리를 직접 들은 적 있나.
최태준 : 캐스팅 전 대부분 눈빛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내 입으로 말하기 굉장히 쑥스러우나 ‘정우성의 눈빛과 닮았다’는 말도 들었다(웃음). 그런데 정말 멋있으신 분이더라.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를 같이 했는데, 일상도 화보같은 분이었다. 남자인 내가 봐도 설?을 정도다.
Q. 끝으로 당신만이 아는 당신의 의외성은?
최태준 : 나만이 아는 것은 아니고 주변 모두가 아는 것이지만 나는 생각보다 활달하고 웃긴 사람이다. 그러니 연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예능 역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물론 아직은 내 본업에 출실하고 싶지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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