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아홉수 소년’ 방송 화면 캡처

tvN ‘아홉수 소년’ 10회 2014년 9월 27일 오후 8시 30분

다섯 줄 요약
아홉수에 놓인 네 남자에게도 핑크빛 사랑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진구(김영광)는 세영(경수진)의 마음이 자신에게 향했음을 눈치 채고 한 번 더 떨리는 고백을 감행한다. 민구(육성재)는 수아(박초롱)와의 ‘투투데이’를 맞아 특별한 데이트를 준비한다. 또 광수(오정세)는 다인(유다인)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동물원 데이트를 추진하고, 끝내 다인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한다. 한편 막내 동구(최로운)에게는 처음으로 연기에 욕심을 갖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리뷰
최고의 자리보다 주목받는 건 오직 유일한 존재뿐이 아닐까. 어느덧 반환점을 돌아선 ‘아홉수 소년’을 보다 보면 방송이 끝난 뒤에도 가슴속에 뭉클한 무엇인가를 남기는 이가 있다. 바로 서른아홉 살 노총각 PD 구광수 역을 맡은 배우 오정세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유학찬 PD는 “오정세는 실제로 30대 후반으로, 동년배 남자들이 감정이입 하기에 가장 좋은 배우”라는 말로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좀 더 면밀히 작품을 들여다보자면, 오히려 극 중 캐릭터와 비슷한 나이보다도 눈길을 끄는 건 그의 캐릭터 해석 능력이다. 한마디로 말해, 오정세의 연기에는 결이 살아 있었다.

쉽게 묘사된 캐릭터일수록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사실 설정만 놓고 보면 광수는 배우가 그려낼 연기 폭이 크지 않은 캐릭터다. 결혼에 절박하거나, 혹은 체념의 단계에 접어들었을 30대 후반의 나이도 그렇고, PD라는 직업이 자아내는 성격적 특성도 전형적이다. 여기에는 작품 속 이야기 또한 한몫한다. 한때 사랑했던 여인이 어느덧 이혼모가 돼 자신의 윗집에 산다는 것. 연기하는 이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정형화된 캐릭터와 흔한 멜로 구도 속에 배우가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내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초반부만 해도 이런 우려는 크게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헌데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광수와 다인의 관계에서는 묘한 ‘아픔의 정서’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오정세의 강점은 탁월한 생활 연기 속에 녹아든 디테일한 감정 표현에 있었다. 잘 짜인 대본 속에 만들어진 상황보다도 더 매력적이었던 건, 툭툭 내던지는 대사 한 줄이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하네, 오빠라는 말”이라든지, “뭐 어떠냐, 십 년을 기다렸는데. 하루 이틀이 대수냐”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광수 입장에서는 지난했을 세월의 흔적이 압축적으로 다가온다.

그간 배역의 크고 작음과 관계없이 자신만의 연기를 펼쳐온 그였으나, 이번 작품은 조금 더 느낌이 남다르다. 젊고 경쟁력 있는 배우들 사이에서 깊은 감정선으로 극에 무게감을 더하는 모습은 가히 ‘오정세의 재발견’이라고 부를 만하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충분히 보여준 시점에 작품의 결말은 무슨 문제겠는가. 부디 이번 작품이 ‘오정세표 멜로’의 시발점이 되기만을 바라본다.

수다 포인트
- “그러지 마, 큰일 나. 돌 맞는다.” 손예진 씨를 닮았다는 말에 대한 경수진 씨의 대답. 정말 깨알 같네요.
- “내가 너에게 못 해준 거 지금이라도 다 해주고 싶어. 그래서 그러는데 내일 동물원 갈 거지? 살짝 웃은 거 같은데, 아닌가? 미안해. 근데 혹시라도 가게 되면 우리 10시쯤 가는 건 어떨까?” 대사 정말 차지네요. 애드리브인가요, 대본인가요.
- “아빠, 아빠, 어디가. 가지마. 흙흙흙.” 우리는 발연기 신동의 탄생을 목도했습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tvN ‘아홉수 소년’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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