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후’ 스틸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 방송되고 있는 SF 드라마라는 수식어만으로도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영국 BBC ‘닥터후’(Doctor Who)가 지난 달부터 국내에서도 방송 중인 가운데,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프레스 컨퍼런스 당시 이번 시즌부터 12대 닥터로 합류하게 된 주연배우 피터 카팔디를 비롯, 여주인공 제나 콜먼, 그리고 명성 높은 제작자 스티븐 모팻의 인터뷰 내용이 공개됐다.

24일 텐아시아를 통해 독점 공개된 이들의 인터뷰에는 전세계 후비안(‘닥터후’ 팬을 지칭하는 단어)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다.

Q. 피터에게 궁금하다 ‘닥터후’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 이제 닥터 역을 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다른 닥터에게선 볼 수 없었지만 당신이 이 캐릭터에 부여하고 싶었던 걸 부여할 수 있었나? 카메라 뒤에서만 드러내야 했던 것들이라든지, 자신 내면의 팬심이 작용했던 장면이라든지 그런 것 없었나? 닥터의 팬인 당신이 닥터에게 늘 있었으면 하는 점을 표현한 게 있나.
피터 카팔디: 글쎄요, 닥터에게 부여하고 싶었던 건 바로 내 자신이다.(웃음). 그런 점에서 행운이다. 매일 매일 촬영장에 나오면 매 순간, “와, 내가 닥터라니 놀랠 노자로군”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환기구를 통해 탈출할 때를 생각해 보면, 특별한 경험이었다.

스티븐 모팻 : 나도 기억난다. 피터가 그렇게 느꼈을 때를.

피터 카팔디 : 언제?

스티븐 모팻 : 당신이 “사이버맨!”이라고 외치며 내달릴때(웃음) 이 사람이 정말 행복해 하는 구나라고 느꼈다.

피터 카팔디: 또 달렉과 처음으로 대화하던 순간은 정말 특별했다. 달렉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고 어렸을 때부터 달렉을 봐 온 사람이기에 그랬다. 달렉 안에 사람이 있는 거라는 말을 들어도 내게 달렉은 달렉이다(웃음). 촬영장에는 작은 조종기를 들고 빛을 조종하는 사람이라든지 구석에 서서 목소리 연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실제로 달렉 안에는 바나비라는 친구가 들어 갔다. 최고의 달렉 맨이다. 괴물 분장을 하는 사람들 중엔 전에 댄서였던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어떤 고상함 같은 게 있다. “이 장면 촬영 시작할까요?”라고 바나비가 물으면 전 “좋아요, 근데 여기 달렉이 없군요” 그러면 그는 다시 “없죠. 그런데 제 눈 높이가 달렉 눈 높이랑 똑같아요. 제 눈을 보시면 달렉의 눈을 보는 겁니다.” 라고 한다. 그래서 촬영할 때 그의 눈을 보면서 연기했다. 나중에야 스태프가 소품을 가져왔고 분장을 하고 연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순식간에 주변 공기가 바뀌더라. 다들 “닥터!”라고 외치면서 달려나갔죠.
제나 콜먼 : 대단하다.

피터 카팔디: 말 그대로 끝내 줬다. 정말 굉장했다. 기뻐서 욕이 다 나왔다(웃음) 함께 연기할 때 정말 좋았다. 근데 얼마 안 가서 달렉은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웃음) 다 그런 거다.

스티븐 모팻 : 달렉이 삭제된 부분은 보고 싶지 않다.

피터 카팔디 : 물론이다.

제나 콜먼 : 장면들 기저에는 코미디가 깔려 있다.

피터 카팔디 : 맞다.

제나 콜먼 : 달렉을 뭐라고 부르면서 외계인에게 데려 간다. “주말에 뭐해?”이러시면서. 그 장면 너무 웃겼다.

스티븐 모팻 : 그 미라 기억나는지, 내가 다가가니까 “나쁘지 않았죠? 괜찮았어요? 흡족하시죠?”라더라. “원하시면 좀 더 그대로 있을 수도 있어요”라는 말도 했다(웃음).

피터 카팔디 : 키도 굉장히 크고 무시무시했던 괴물 역을 하는 사람인데, “최근에 뭐하면서 지냈어?”라고 묻자 “’왕좌의 게임’에서 행인 역할 하고 있어요.”라더라. 내가 놀라서 “그 얘기 좀 더 해봐요” 그랬다(웃음).

Q. 최근 몇 년 간 ‘닥터후’ 팬들 사이에서 온라인 토론이 한창이다. 미국에서 인기가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더 활발해진 것 같다. 이런 게 드라마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쳤는지. 또 시청자들의 반응과 상호작용한다거나 참조하는지 궁금하다.
스티븐 모팻 : 인터넷으로 신문을 읽을 때면 아래에 댓글란이 있다. 꽤나 타당한 뉴스 기사에도 어떤 나사 빠진 인간들은 “나는 태초부터 모든 사람이 싫었어 그리고 엄마도” 이런 댓글들을 단다. 개를 구조한 기사였는데 왜 화를 내는 걸까?(웃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닥터후’ 팬들과 만나는 것은 세상사를 신문에 달린 댓글을 통해 접근하려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게일 앤 허드와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 트위터에서 하는 말들을 시청자의 목소리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봐야 한다. 우리의 새로운 타이틀 시퀀스가 그 예다. 이 멋진 타이틀 시퀀스는 온라인 팬이 만든 것이다. 빌리 한쇼라는 사람인데 자기가 직접 타이틀 시퀀스를 만들어서 유투브에 올렸다. 우연히 그걸 보게 됐는데 정말 새로운 시도였다. 우린 그에게 연락을 취했고 “좋아, 이런 식으로 가지”라고 다들 입을 모았다.
닥터후’ 온라인 팬덤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이 얘길 꼭 해줘야 한다. 무분별한 광기나 증오로 가득 찬 비상식적인 행동들만 있는 게 아니라 ‘닥터 후’에 대한 놀랍도록 창의적인 반응도 있다는 것을. 우리가 만든 드라마를 보고 시청자들이 그걸 재창조해서 되돌려 주는 것이다. 가끔은 훨씬 나을 때도 있어다. ‘닥터후’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반응하고 싶어하고, 그런 걸 만들고 싶어 하고, 실제적으로 ‘닥터후’를 만들거나 다른 드라마를 만들고 싶게 만드는, 때로는 더 기괴하게 만들고싶어 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무언가가 있다는 게 놀라운 부분이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닥터후’에 대한 굉장히 창의적인 반응들은 ‘닥터후’ 특유의 반응들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을 배우로 만들고, 작가로 만들고, 과학자로 만드는데,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피터 카팔디 : 맞는 말이다. 창의력이 정말 대단하다. 클립을 사용하고 적절하게 조합하고 다른 음악을 넣어서 자신만의 버전을 만든다. 다들 감독을 해도 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시켜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스티븐 모팻 : 차세대 창조성의 요람이다. 어떤 면에서는 기괴한 과학자들이고(웃음)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우리 드라마를 가지고 무엇을 시도하고 무엇을 만들지에 대해 생각하기는 싫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제나 콜먼 : 놀라운 예술작품도 있다.

스티븐 모팻 : 깜짝 놀랄 정도다.

제나 콜먼 : 정말로 놀라운 예술작품들이다. 이런 반응들로 이어지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 ‘닥터후’시즌8은 지난 달 24일 오후 8시 30분 부터 BBC 엔터테인먼트 채널(SK BTV 98번, CJ 헬로 비전 채널 427번, HCN 422번에서 방송)을 통해 방영 중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BBC Worldwide

[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