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이 정도면 가히 이상은에 버금가는 역대 급이다. 그동안 미미시스터즈의 대중적 이미지는 새빨간 립스틱에 선글라스와 복고풍의 의상을 입고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기묘한 춤을 추는 웃기는 언니들이 전부였다. 공식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으니 그녀들의 진짜 얼굴을 본 적도 없고 본명이 무엇인지조차도 모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규 1집을 이미 발표했지만 ‘얼굴 없는 가수’라 해도 좋다. 최근 미미시스터즈는 3년 만에 정규 2집 ‘어머, 사람 잘못 보셨어요’fmf 발표하며 체질개선을 했다. 단순히 흥미와 재미를 안겨주는 퍼포머에서 멜로디와 가사를 직접 창작하는 뮤지션으로 변신한 점은 솔직히 의외다. 미미가 노래를 만들었다고? 설마? 놀랍게도 그 설마는 자신들의 캐릭터에 기막히게 부합되는 오리지널리티를 담보한 사람 잡는 재미난 노래들이다. 또한 미미시스터즈의 음악적 가능성을 일깨우는 흥미로운 노래들이다.
앨범에는 그 동안 어떻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인내했는지가 궁금할 정도로 연애에 관한 폭풍 수다가 담겨있다. 놀만큼 놀아보고, 알만큼 아는 것 같은 언니들이 쏟아내는 공감 100배의 연애 이야기는 그동안 구축한 그녀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생각하면 자연스런 소재이긴 하다. 총 10곡의 수록곡 중 ‘나랑 오늘’은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병훈, ‘잠복근무’은 나레이션으로 참여한 이기타의 곡이고 나머지는 미미의 창작곡이다. 그런 점에서 2집은 그동안 퍼포머로 각인된 정체성을 깨고 음악적으로 변신한 일종의 선언적인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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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시스터즈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린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장기하다. 2008년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클럽 공연에 코러스와 백댄서로 참여한 그녀들은 예상치 못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장기하와 더불어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짙은 화장과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치렁치렁한 금발의 가발을 쓰고 한마디 말도 없이 기묘한 춤을 추는 모습은 그때까지 국내 대중음악계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유니크한 캐릭터였다. 자연스럽게 그녀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그때 신상 털기를 시도한 누군가에 의해 맨 얼굴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또한 영화계에서 작가로 일했던 작은미미의 과거 정동진영화제 시상사진을 발굴한 기사가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했다 사라지는 황당 사건까지 뒤를 이었다. 당시 작은미미가 화가 났던 것은 사생활은 차지하고 실제로 프로 작가로 활동한 자신을 아마추어 학생쯤으로 표현한 폄하적인 시선에 있었다.
밴드에서 독립해 1집을 발표했을 때도 이름과 신상을 밝히지 않았다. 인사도 하지 않는 도도한 캐릭터는 라디오출연 때 선배가수 인순이와의 갈등을 불러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남장여자 의혹까지 감수하면서도 그녀들은 ‘뭘 좀 아는 야샤시한 언니들’이라는 자신들의 신비주의 정체성을 굳건하게 보존했다. 언론 인터뷰 때, 기자들이 ‘강력범도 나이와 성을 밝히는데 하나도 안 밝힐 거냐? 두 사람을 구분할 이름이라도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60-7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은방울자매는 나이로 큰방울, 작은방울로 자신들을 구분했었다. 큰미미, 작은미미는 어떤 구분으로 정했을까? 처음엔 무대에서 장기하를 기준으로 서는 위치에 따라 좌미미, 우미미로 정하려 했지만 즉흥적으로 신체의 특정부위 크기로 결정했다. “의상이 똑같아 한번은 제가 잘 못 가져갔는데 속옷까지 달려있는 큰미미 의상에 모자가 두 개나 달려 있는 줄 알았어요.”(작은미미) “굳이 측정할 필요가 없었죠. 작은미미가 저의 브래지어를 사이즈를 보고 모자냐고 놀렸을 정도니까요.(웃음)”(큰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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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에 대해 궁금한 것은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것은 밴드에서 느닷없이 독립한 진짜 이유다. 세간에는 장기하에 버금가는 엄청난 인기에 고무되어 스스로 이별통고를 했다는 설과 반대로 장기하가 “퍼포먼스를 걷어내고 음악에 집중하고 싶어 ‘발전적 헤어짐’을 제안했다는 설이 공존한다. 과연 그녀들은 음악적으로 독립할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1집의 결과를 보면 기획력은 뛰어나지만 음악적으로는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터뷰는 미미시스터즈에 관한 새롭고 구체적 정보가 공개되는 흥미로운 음악여정으로 기록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제공. 미미시스터즈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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