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매직’이 통하지 않고 있다. 10월 중순 9집 발매를 앞둔 서태지에 대한 여론이 좋지만은 않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이례적으로 토크쇼를 통한 컴백까지 마음먹었지만 이마저도 공격을 당하고 있다.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서 개그맨 유재석과 1대1 토크를 나눌 거라는 기사가 나간 뒤 기대감보다는 특혜라는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사면초가에 빠진 것일까?

당초 서태지 컴백이 알려진 후에는 이를 환영하는 기대감이 컸다. 방송으로 컴백할지, 아니면 콘서트, 록페스티벌로 돌아올 지에 대해 언론의 촉각이 집중됐다. 팬들을 넘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았다. 하지만 지난 11일 ‘힐링캠프’ 이지아 편이 방송된 후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 컴백을 앞둔 서태지로서는 뜻밖의 암초를 만난 것이다. 이후 서태지에 대한 기사가 나갈 때마다 그 내용에 상관없이 안티 성향의 댓글들이 달렸다. 이는 서태지가 여전히 슈퍼스타라는 방증이기도 하겠지만, 서태지 측에서는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해피투게더’의 형식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이 특혜라면 특혜다. 사실 특혜라면 예전에도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최고의 스타였던 90년대에 그들은 MBC를 통해 특별 컴백 방송을 편성 받아서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였다. 당시로서 서태지와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도 서태지는 MBC 가요프로그램 ‘음악캠프’(‘음악중심’의 전신)에 출연할 때 자신의 분량을 따로 촬영했다. 일종의 ‘문화권력’이었던 셈이다. 그만큼 서태지의 위세는 대단했다.

사실 그 전까지 가수는 방송국의 ‘을’에 불과했다. 이를 역전시킨 것이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서태지와 아이들은 방송과 대중음악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신호탄”이라며 “그들은 음반을 발표하고 텔레비전 무대를 종횡무진 하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곤 했다. 이는 텔레비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때까지 텔레비전이 가수를 연출했다면 서태지는 스스로를 연출했고, 텔레비전은 카메라를 열어두는 수동적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와 같은 서태지의 컴백이 가능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절대 팬덤, 그리고 두 번째는 그의 혁신적인 음악이었다. 서태지의 컴백 쇼는 충성도 높은 팬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가 가지고 나오는 음악은 팬이 아닌 일반인들도 궁금해 할 정도의 것이었다. 그만큼 그는 가요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다.



서태지는 더 이상 예전의 서태지는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통해 10대 팬덤이 거세졌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하자 그 빈자리는 아이돌가수들의 각축장이 됐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뒤를 이어 10대 팬덤을 쟁취한 H.O.T.를 시작으로 수많은 아이돌그룹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인기는 현재까지 가요계를 장악하고 있다. 가요계 판이 바뀐 것이다. 그 판이 바뀌는 것에 빌미를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서태지 본인이지만 말이다. 서태지는 이제 아이돌들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컴백을 앞둔 서태지도 슬슬 적응 중인 것 같다. 신비주의로 일관했던 그가 빵을 사는 장면을 파파라치에게 찍히는 등 대중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허나 기억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 지금의 서태지를 만든 것은 소소한 이슈거리가 아닌 그의 음악이다. 매 시기마다 그랬다. ‘난 알아요’가 세상을 흔든 것도 음악 때문이었고, ‘하여가’ ‘발해를 꿈꾸며’ ‘컴백홈’이 그것을 이어간 것도 팬들의 마음을 움직인 음악의 힘이었다. 솔로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서태지는 조바심을 내는 것 같다. 1998년 은퇴 후 약 2년간 잠적한 뒤 돌아온 서태지는 솔로 1집 ‘서태지(Seo Tai Ji)’를 아무런 활동 없이 100만 장 이상 팔아치우며 그해 상반기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위세나 팬덤은 당연히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서태지의 가장 열성적인 팬들이었던 ‘응답하라 1994 세대’는 이제 애기엄마가 됐다. 가수가 전성기가 지나면 팬덤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마이클 잭슨도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지금은 흘러간 세월에 여론의 악화까지 겹쳤다. 분명히 위기다.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서태지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은 음악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이다. 그게 가장 서태지답다. 음악이 마음을 움직인다면, 여론은 자연스레 돌아설 것이다. ‘노이즈’는 예전부터 있었다. 그것이 단지 댓글의 형식으로 표출되지 않았을 뿐이다. 서태지가 방송에 나와 변명을 하거나 설득하는 것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조바심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년 조용필의 ‘바운스’ 열풍이 큰 의미가 있었던 것은, 그것을 방송의 힘을 빌지 않고 순전히 음악으로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서태지도 그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이상 그가 ‘문화권력’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아티스트일 거라는 믿음에서 하는 말이다.

글, 사진.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서태지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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