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스틸
MBC ‘무한도전(이하 무도)’가 또다시 일을 벌였다. 이번에는 라디오다.지난 11일 ‘무도’는 여섯 명의 멤버들이 라디오 DJ로 나서는 ‘라디오 데이’ 특집 편을 꾸몄다. 각 멤버들은 각각 자신에 꼭 맞는 프로그램을 만나 청취자를 만났다. 박명수는 오전 7시 ‘굿모닝FM 박명수입니다’, 정준하는 낮 12시 ‘정오의 희망곡 정준하입니다’를, 노홍철은 오후 2시 ‘두시의 데이트’를 진행했다. 정형돈은 오후 6시 ‘정형돈의 음악 캠프’, 유재석은 오후 10시 ‘유재석과 꿈꾸는 라디오’, 마지막으로 하하는 밤 12시 ‘푸른밤 하하입니다’를 맡았다.
전에 본 적 없는 독특한 특집 편은 곧바로 화제가 됐다. 각 멤버들이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MBC 라디오 어플리케이션은 한때 접속자 폭주로 접속장애를 겪기도 했다. 온라인상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주요 온라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무한도전’과 멤버들의 이름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무도’가 야심차게 내놓은 ‘라디오 데이’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화제성 때문만은 아니다. 아직 방송되지 않은 부분이지만, 방송으로서의 재미를 떠나 이번 특집 편으로 인해 웃음 지었을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MBC ‘무한도전’ 스틸
먼저 ‘라디오’라는 플랫폼을 방송과 결합한 시도가 신선했다. 근 십여 년 사이에 라디오가 이토록 주목받았던 적이 또 있었을까. 라디오가, 그 중에서도 특히 MBC 라디오가 일회성 특집 편을 통해 이 정도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는 점은 근 9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무도’의 파급력을 증명하는 효과도 거뒀다. 또 사실상 라디오계의 강자로 군림 중인 SBS를 화제성으로 압도했다는 점은 MBC 측에서 쾌재를 부를 만 한 일이다. ‘라디오 데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부 누리꾼들은 “처음으로 MBC 라디오 프로그램명을 다 외우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여기에는 여느 장기 프로젝트 못지않은 진지한 태도로 일일 DJ의 중책을 받아든 멤버들의 공도 컸다. 박명수, 하하, 노홍철 등 멤버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라디오 경험이 없었음에도 자신만의 캐릭터와 진정성으로 방송을 채워나갔다. 방송 직후 정형돈은 ‘웃음기 쏙 뺀’ 정통 진행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실수도 잦았지만, 진정성이 담기자 되레 ‘무도’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다년간의 ‘무도’ 방송을 통해 성장한 멤버들의 면면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MBC ‘무한도전 더 레전드(무한도展 The legend)’
MBC가 상암 신사옥으로 이전하며 ‘상암시대 개막’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는 시기라는 점도 절묘하다. 앞서 MBC는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 등 각계 대표인사가 모두 참석한 ‘상암시대 개막 기념식’을 연데 이어, 라디오 공개방송 ‘크게 라디오를 켜고’와 ‘터닝포인트’ 등 ‘상암시대 특집극’을 편성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무도’ 또한 사진전을 개최하며, 지난달 방송된 ‘도둑들’ 특집 편부터 상암 신사옥을 의도적으로 노출시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번 ‘라디오 데이’ 특집 편도 본 방송이 시작되면 상당한 홍보 효과를 불러올 것이 틀림없다. 그야말로 기막힌 한 수다.‘무도’ 이전에도 각 방송사 주요 예능프로그램은 일정 부분 새 프로그램의 홍보 창구 역할을 해왔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닌 ‘홍보 경쟁’에서 유독 ‘무도’가 눈길을 끄는 건, 프로그램의 특성을 무마시키지 않는 선에서 ‘메시지’와 ‘홍보’를 결합하는 영리한 기획이 빛났기 때문이다. ‘무도’의 자사 홍보 능력도 이 정도면 선수급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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