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괜찮아 사랑이야’ 방송화면 캡처
SBS ‘괜찮아 사랑이야’ 방송화면 캡처
SBS ‘괜찮아 사랑이야’ 방송화면 캡처

“내가 널 위로하면서, 실은 나 자신을 위로했던 거야”(SBS ‘괜찮아 사랑이야’ 마지막회 장재열의 대사 중)

제목처럼 방송 기간 내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 11일 막을 내렸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남자주인공 장재열(조인성)이 자신이 만든 환시인 한강우(도경수)를 떠나보내고, 모두의 삶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은 이 작품은 정신과를 소재로 인간의 심리를 심층적이면서도 세밀하게 묘사해 낸 수작으로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은 현대인들을 위한 ‘응원가’로 남기에 충분했다.

마지막회에서 환시인 강우를 떠나보내며 재열은 담담히 고백한다. “널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죄책감에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거래. 내가 널 위로하면서 실은 내 자신을 위로했던 거래. 고마웠다 강우야. 널 만나고야 알았어. 내가 강한 척 해도 의붓아버지의 폭력이, 형의 폭력이 정말 무서웠구나. 엄마가 맞는 걸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힘없는 내가 참 싫었구나. 맨발로 들판을 도망칠 때 울지 않아도 나는 너무 무서웠구나…”라고.

어린 시절 가정폭력과 의붓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험을 했던 재열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했고, 그런 강박에 짓눌린 잠재의식은 강우라는 환시를 만들어냈다. 재열의 말 속에는 정신과에서 칭하는 이른바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담겨 있다. 누구나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거치고, 그 경험 속에서 생존을 위해 스스로 방어기제를 만들기도 하고 자신을 더 강해보이도록 포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에는 힘들었던 스스로를 마주하고, 인정하고 안아주어야만이 다음 단계로의 성장이 가능하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
SBS ‘괜찮아, 사랑이야’
SBS ‘괜찮아, 사랑이야’

마침내 재열이 어리고 약했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괜찮다고 토닥여주면서 강우와 이별한 것처럼, 이 작품은 ‘어딘지 좀 이상해도 괜찮다’고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관계기피증을 지닌 정신과 의사 지해수(공효진), 수년간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한 그의 선배 조동민(성동일), 투렛증후군을 앓는 카페 종업원 박수광(이광수), 제멋대로인 불량 소녀 오소녀(이성경). 어딘지 모르게 한두 군데씩 이상하고 결함이 있어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실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그리고 작품은 이상한 것은 이들이 아닌, 일정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회에 있다고 얘기한다.

혹자들은 이 작품이 주제의식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듯한 측면이 있었다고도 평한다. 그렇다면 그 강요는 무엇에 대한 반작용이 내포돼 있는가도 돌아볼 일이다. 어쩌면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한 인격체가 아닌 자본주의 사회의 효율적인 ‘일꾼’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대해 온 사회에 대한 반기는 아니었을지.

작품이 시종일관 들려준 얘기는 오로지 하나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여리고 약하고 때론 상처받고 비틀거리기도 하는, 그러나 나만큼 완벽하고 소중한 인간이며, 우리 모두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진리말이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
SBS ‘괜찮아, 사랑이야’
SBS ‘괜찮아, 사랑이야’

확실히 전작 ‘그 겨울, 바람이 분다’부터 노희경 작가의 문제의식은 현대인들의 강퍅해진 정신세계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 이면에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수치를 함께 안고 있는 한국 사회를 바라보면서, 작가는 ‘서로를 보듬어줄 때 인생은 살만한 것’이라고 속삭인다.

소위 말하는 ‘시청률 대박’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이 작품이 방송 내내 화제를 모으며 특히 20~30대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린 데는 ‘성과’와 ‘효율’만을 강조하며 자꾸만 개인을 소외시키는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챙기며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같아질 것’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그래서 타인에게도 그토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었던 우리 스스로를 위한 응원가인 것이다.

마지막회, 정신분열증을 앓는 재열과의 사랑을 걱정스러워하는 어머니를 찾아간 지해수는 이렇게 얘기한다. “어떤 불행한 순간이 와도 나는 그 순간을 다시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애라는 걸 믿어달라”고. 작품이 얘기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한, 현 시대 한국사회 청춘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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