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검색어, 이른바 실검은 확실히 오늘날 정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 포털, 검색사이트는 바로 이 ‘실검’으로 대중의 관심사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그러나 ‘실검’이라는 어휘 자체의 의미는 대중의 관심이 그만큼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이기도 한다.
‘실검’에 한 번 등극하려 몸부림치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그 한 번의 ‘실검’ 등극은 바로 1시간 후 또 다른 실검에 묻혀버리는 그런 시대인 것이다. 그렇지만 ‘실검’이 대중의 관심사를 반영한다는 것, 오늘날 대중이 어떤 부분에 열광하는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14년 8월 25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은 무명배우 정대용이다.
정대용 페이스북
30여년 무명배우로 살아왔던 정대용이 이름 석 자를 알리자마자 그 스스로 배우의 길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졌다.정대용은 드라마 ‘메이퀸’, ‘마의’, ‘전우치’ 등에도 출연했으나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배우. 하지만 40여일 째 단식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에 대해 “황제단식”이라며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떠올랐다.
20년 동안 보증금 100만원, 월세 10만원 습기차고 난방도 되지 않는 반지하에 살며 결혼도 포기하고 지켜온 배우의 길이라고 그 스스로 말했다. 가난하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배우라는 꿈을 지키기 위해 외길을 걸어오는 동안, 그는 얼마나 대중의 관심에 목말랐을까. 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순간 스스로 “가장 소중한 배우의 길을 포기하려 한다”고 선언해야 했다.
그가 극단적인 선언을 한 배경에는 영화 ‘해무’ 관람 보이콧 운동이 있다. 정대용이 현재 상영 중인 영화 ‘해무’에 단역으로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 사이 관람 보이콧 운동이 일어난 것. 이에 부담을 느끼고 SNS를 통해 사과글과 함께 배우의 길을 접겠다고 선언하게 된 것이다.
52년 세월을 살며 그 어떤 이보다 고단한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고단했다고 타인의 비극을 함부러 평가할 수는 없다. 정대용이라는 한 무명 배우는 그토록 힘겹게 지켜온 꿈을 SNS에 무심코 적은 글 한 줄로 허망하게 져버려야만 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정대용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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