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시작 시간인 밤 9시가 되자 오지 오스본이 무대 위로 단숨에 달려 나왔다. 등장부터 패기 넘쳤던 오지 오스본은 6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쩌렁쩌렁한 노래를 들려줬다. 첫 곡 ‘바크 앳 더 문(Bark At The Moon)’부터 마지막 앵콜곡 ‘파라노이드(Paranoid)’까지 역사적인 헤비메탈의 명곡들이 월드컵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존재감만으로도 위대한 록의 상징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오지 오스본은 9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록페스티벌 ‘시티브레이크’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오지 오스본은 올여름 록페스티벌 헤드라이너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무대였던 만큼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12년 전 첫 내한공연을 보고 실망했던 이들도 이번 공연만큼은 엄지를 들만큼 컨디션이 좋았다.

‘바크 앳 더 문’에 이어 두 번째 곡으로 ‘미스터 크로울리(Mr. Crowley)’가 흐르자 객석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장엄한 신디사이저에 맞춰 오지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특유의 ‘교주’ 포즈를 취하자 관객 모두가 ‘오지 교’ 신도가 돼 그를 맞이했다. 오지의 투어 기타리스트인 거스 G는 랜디 로즈의 아름다운 기타 솔로를 재현하며 감동을 더했다.



오지 오스본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계속 ‘고 크레이지(Go Crazy)’를 연발하며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기타솔로가 나올 때에는 장난스러운 꼬마아이 표정으로 관객들에게 호스로 물대포(맞은 사람에 의하면 물은 아니었다고)를 뿌려댔고 양동이게 가득 물을 담아 자신에게, 또 관객에게 마구 뿌려댔다. 오지의 머리와 얼굴이 젖었지만 용하게도 마스카라는 번지지 않았다.

특유의 금속성 목소리는 여전했다. ‘수어사이드 솔루션(Suicide Solution)’ ‘워 피그스(War Pigs)’ ‘파이어 인 더 스카이(Fire In The Sky)’ ‘아이언 맨(Iron Man)’ 등에서 오지는 음반에 담긴 그 목소리 그대로를 들려줬다.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오지와 함께 한 연주자들도 출중한 실력을 뽐냈다. 거스 G는 화려한 테크틱을 지닌 연주자로 속주 위주의 연주를 들려줬다. 드러머 쿠펠로는 마치 존 보냄을 연상케 하는 파워 드럼을 선보였다.

공연 막바지, 오지 오스본이 “렛츠 고 퍼킹 크레이지(Let’s Go Fucking Crazy)”라고 외치자 ‘크레이지 트레인(Crazy Train)’의 주옥과 같은 기타리프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경쾌한 기타 연주에 맞춰 관객들은 떼창을 이어갔다.



‘시티브레이크’는 전반적으로 음향에서 부족함을 보였다. 객석 위치에 따라 음향의 상태가 고르지 않았다. 오지 오스본의 공연 때는 무대 가운데는 그나마 음향이 들을 만 했지만, 옆쪽으로 가면 사운드의 밸런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한 음향 관계자는 “다른 야외 공연에 비해 사운드 볼륨이 낮은 것도 아쉬웠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지 오스본의 무대는 이러한 부족함을 상쇠 시킬 만큼 좋았다.

이날 ‘시티브레이크’에는 싸이 데프톤즈, 후바스탱크, 스피리츄얼라이즈드, 코코뱃, 아시안체어샷, 넬, 호란 등도 무대에 오른다. 오랜만에 한국에 온 데프톤즈는 ‘세븐 워즈(7 Words)’ 등 히트곡을 골고루 들려주며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몸매가 통통해진 치노 모레노는 나이가 든 탓인지 그로울링에서 힘이 달리는 모습도 보였다. 아시안체어샷은 삼인조임에도 꽉 찬 사운드를 들려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코코뱃, 스피리츄얼라이즈드, 호란, 요조, 러브엑스테레오 등은 공연 시간이 25~40분으로 다소 짧아 즐기는데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피리츄얼라이즈드와 같은 전설적인 뮤지션을 대낮에 40분 공연밖에 배정하지 않은 것은 주최 측은 실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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