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진짜 사나이’
벌써 올해만 해도 두 번째다. 지난달 21일 벌어진 22사단 임 병장 총기 난사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경악할 만한 사건이 터졌다. 경기도 연천 28사단 소속 윤 일병이 선임병들의 무자비한 가혹행위와 상습폭행에 시달리다가 지난 4월 숨진 것. 이와 관련한 ‘군 관련 사건·사고’로 전국이 떠들 썩 한 가운데 돌연 MBC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죄목’은 ‘군대를 미화하고 있다는 것’이다.사실 지난해 첫 전파를 탄 ‘진짜 사나이’는 방송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진짜 사나이’가 머무는 부대 내 일반인 출연자는 물론, 이들이 먹고 쓰는 물건들 모두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최근 ‘진짜 사나이’의 반응은 예전만 못하다. 시청률만의 문제는 아니다. 요즘처럼 인기의 지속 주기가 짧아진 시대에 어느 순간 화제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문제는 ‘진짜 사나이’가 보여주던 ‘환상’이 산산조각이 났다는 데 있다.
일련의 군 관련 사건들과 함께 ‘진짜 사나이’를 향한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대 미화 프로그램을 폐지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고, 이에 또 다른 이들은 “왜 예능을 예능으로 보지 않느냐”고 반발하기도 한다. 온라인상의 반응도 뜨겁다 못해 데일 지경이다. ‘진짜 사나이’ 공식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수 분 간격으로 이와 관련한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 시청자 게시판 캡처
프로그램에 이런 상반된 반응이 존재하는 까닭은 ‘군대 문화’를 바라보는 양면적인 시선 탓이 크다. 여성들에게는 ‘군대’는 호기심의 대상이다. 일례로 ‘진짜 사나이’의 시청자층을 뽑아보면 40~50대 여성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자식들 군대보낸 엄마들 세대가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여자 20~30대 역시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남성들의 경우에는 ‘진짜 사나이’를 보며 섣불리 ‘방송’과 ‘현실’을 동화시키지 않는다. 대한민국만큼 자칭타칭 ‘군 전문가’가 많은 나라가 또 어디 있나. 군필 혹은 조금이라도 군대 이야기를 들어본 남성이라면, ‘진짜 사나이’가 단순히 리얼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방송을 본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진짜 사나이’의 반응을 가르는 기준은 ‘리얼리티’를 받아들이는 시청자의 인식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그런 측면에서 ‘진짜 사나이’는 제작에 있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헌데 ‘진짜 사나이’라는 제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리얼’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진짜 사나이’가 ‘다큐’가 아닌 ‘예능’이기에 더 그렇다. 이들이 그리는 세계가 ‘완전한 리얼’이 아님을 충분히 고지할 필요가 있다. 그 후 ‘진짜 사나이’만 보여줄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굳이 ‘리얼’이 아니더라도 ‘진짜 사나이’가 선후임 간의 소통을 통해 선진 병영 문화로의 이행 가능성을 제시한다면, 그것만으로 프로그램의 의의는 충분하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진짜 사나이’는 프로그램 특성상 ‘리얼’을 강조하면 자가당착에 빠진다. ‘군대’라는 곳 자체가 방송을 통해 리얼하게 보여주기에는 부적합한 공간이다. ‘리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최초의 기획의도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 고민 없이 계속해서 군대의 긍정적인 부분만을 조명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짜 사나이’에 폐지설이 제기된 데는 ‘예능’과 ‘군대’의 접점을 리얼에서만 찾으려 한 제작진의 그릇된 접근 방식도 일조했다. 만들어진 세계를 ‘진짜’라고 부를 때 시청자는 불편함을 느낀다. 물론 군 문제를 ‘진짜 사나이’에 연결 짓는 태도는 조금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의 반응까지 외면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획 취지를 살리고 ‘진짜 사나이’의 가치를 되찾기 위한 제작진의 고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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