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FNC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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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와인을 좋아한다. 산타바바라와 와이너리를 꼭 가보고 싶었다.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기에 사랑까지. 배우 윤진서는 영화 ‘산타바바라’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나열했다. “이걸 다 해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는 그녀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였다. 극 중 수경이란 인물에 윤진서의 모습이 슬쩍슬쩍 엿보이는 건 당연했다. 극 중 상황에 맞는 감정을 끌어낼 필요 없이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면 되는 일이었다. 그 어떤 현장보다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층 밝아졌다. 윤진서를 만나 최근 개봉된 영화 ‘산타바바라’의 기억을 하나씩 들춰냈다.

Q. ‘산타바바라’는 어디가 마음에 들어 출연했나.
윤진서 : 딱 보니까 놀면서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먹고, 마시고, 사랑도 하고, 여행도 가고. 또 스포츠카를 타고 달릴 수도 있고. 산타바바라를 갈 수 있고. 이걸 다 해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Q. 극 중 수경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들었다.
윤진서 :
나를 보면서 각색한 면이 있다. 그래서 (비슷하다는 걸) 부정하진 않겠다. 일하는 것도 그렇지만, 여행이나 와인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극 중에서 수경이 스페인 여행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도 실제 내가 다녀온 장소 중심으로 일부 대사를 바꾼 거다. 또 와이너리는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그래서 간단한 대사도 마음에서 우러나왔다. 굳이 감정을 잡고 할 필요가 없었다.

Q. 그럼 애초에 윤진서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이야기인가.
윤진서 :
그건 아니다. 캐스팅 단계에서 와인을 맛있게 마시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더라. 그랬더니 내가 떠오른 거다. 그러면서 디테일한 부분은 나에게 맞게 각색됐다. 근데 지문을 자세히 써놓지도 않았다. ‘스페인 가봤던 데 그냥 말하면 돼’라고 했을 정도다. 또 영어 대사도 한국어로 써 놓은 거다. 그래서 달시 파켓(한국에서 활동 중인 미국인 영화평론가로 ‘산타바바라’에 출연한다.)과 이야기하면서 현장에서 바꾸기도 했다.

Q. 극 중 직업이 광고 AE인데, 이 부분도 익숙하겠다.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연예인과 광고는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
윤진서 :
광고 계통에서 일하는 친구는 많다. 그들을 통해 오가며 사내 연애가 많다는 걸 익히 들었다. 또 영화 속 사무실도 진짜 광고 회사다. 그분들한테 복장 등 구체적인 것들을 들었다. 물론 그걸 다 살리기엔 좀 부족했지만.
사진제공. FNC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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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우 역의 이상윤은 영화 주연이 처음이다. 아무래도 이 점이 로맨스 호흡을 맞추는 데 있어 걱정이나 부담이 됐을 것 같다.
윤진서 :
소위 영화판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도 친근함이 있다. 개인적으로 동질감이 생긴다고 할까. ‘올드보이’도 지금까지 잘 모이고, 조성규 감독님도 ‘이리’ 찍을 때부터 관계를 이어 왔으니까. 그래서 일하는 방식에 있어 그런 친근함의 형성이 잘 안 되는 배우면 어떡하지 걱정하긴 했다. 그런데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영화 하기 참 좋은 성격이다. 이 말의 의미를 영화 하는 사람은 이해할 거다. 물론 드라마 시스템에 익숙해서 그런지, 다른 영화는 이거보다 더 느리게 찍는다고 했더니 신기해하더라.

Q. 방금 말한 것처럼, 아무래도 드라마를 계속 해왔던 배우라서 초반에는 약간의 부딪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윤진서 :
산타바바라에서 촬영할 때였는데, 그날 대사가 너무 많은 날이었다. 그래서 좀 민감해져 있었다. 손발이 맞지 않았고, 미국 로케이션도 정확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연기에 지장이 있었다. 뭔가 불편함을 느꼈으면, 보완해 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그런데 오빠는 ‘왜 그렇게 민감해하느냐’며 이해를 못 하는 거다. 처음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 그 외엔 없었다.

Q.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상윤에 대한 편견이 많았다는 말을 했다. 직접 겪어보니 이상윤은 어떤 사람이던가.
윤진서 :
사람 이상윤은 똑똑하더라. 의사 표현하는 걸 보면 알 수 있기도 한데, 의사 표현이 항상 정확하더라. 또 거절하는 걸 봐도 똑똑한 걸 알 수 있다. 술도 좋아한다. 그 의미인즉슨 사람하고 즐기는 것도 잘한다는 거다. 사람 이상윤은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Q. 이상윤 씨를 인터뷰했을 때, 성향은 크게 다르다고 하더라.
윤진서 :
오빠보다 좀 더 즉흥적인 사람 같다. 나는 좀 분위기를 많이 타지만, 오빠는 그런 거에 흔들리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사진제공. FNC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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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멜로, 로맨스 장르인데 조금 밋밋하지 않나. 사랑의 감정이 크게 전해지는 것도 아니고, 키스신도 거의 없다. 그 대신 아기자기하고, 풋풋한 맛이 있어서 미소 짓게 하는 매력은 있다.
윤진서 : 원래 시나리오에는 정우가 수경과 키스하다 손이 가슴 쪽으로 내려오는 게 있었다. 그런데 정우가 너무 선수 같아 보인다며 그냥 키스만 하는 걸로 수정됐다. 찍을 땐 다들 좋다는 반응이었다. 감독님은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거 말고, 감정에 집중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심지어 키스도 못 하게 했다.

Q. 너무 밋밋하지 않을까, 촬영하면서 그런 생각은 안 했나.
윤진서 :
이런 영화가 취향인 것 같다. 여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영화 보기 좋아한다. 사실 연애라는 게 내가 하는 것 혹은 친구의 연애 이야기 말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간접 경험하는 게 전부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공감할 수 있는 이런 영화가 필요할 때가 있다.

Q. 실제 윤진서의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윤진서 :
취향이 없다. 안 그래도 힘든 연애, 취향까지 정해놓고 나누고 싶진 않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감정을 숨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Q, 산타바바라는 어떤 곳인가.
윤진서 :
미국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꼽혔다. 스페인 건축양식의 영향을 받아서 미국의 유럽으로 불린다. 또 포도농장이 많다는 건 자연이 훌륭하다는 뜻이다. 분위기 자체가 풍요롭다.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 부촌이라고 하더라.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이 티가 난다. 내가 아이가 있으면 이곳에서 키우고 싶을 정도다.

Q. 이상윤 씨가 산타바바라에서 그림 이야기를 해줬다.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그림을 샀다고.
윤진서 :
거리의 노숙자인데 50달러에 그림을 샀다. 재료를 사서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2시간 있다 오라는 거다.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예상 시간보다 늦게 갔고, 그 사람은 없었다. 그림도 없었고. 감독님은 온종일 ‘사기 당했다’고 얼마나 놀리던지.

Q. 영화 촬영 후 산타바바라에 또 가본 적 있나.
윤진서 :
혼자 가고 싶지 않다. 혼자 가면 미친 듯이 외로울 도시다. 대신 연인이 있다면 꼭 가보고 싶다. 산타바바라를 가면 지금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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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영화는 앞서 말했듯 평소 좋아하는 걸 하면서 촬영했다. 다른 영화 현장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었겠다.
윤진서 :
놀면서 한다는 게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먹는 걸 누가 싫어하겠나. 또 산타바바라를 누가 마다하겠나. 와이너리도 마찬가지고. 각 장소에서 인물이 하는 행동에 굳이 감정을 잡거나, 이입하려 하지 않아도 마음이 거기에 있었다. 준비 없이 이렇게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있나 싶었다. 배우들은 아무래도 ‘이 영화를 한다면’이란 가정으로 시나리오를 보게 된다. 편하게 찍을 수 있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한데, 그냥 내가 돼서 즐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부른다’ 감독님을 ‘산타바바라’ 촬영 중에 만났는데 “왜 이렇게 밝아졌느냐”고 하시더라. ‘그녀를 부른다’ 이후 연기하는 게 편해졌다고 할까. 집중하는 거 자체에 대한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사람이 집중하게 되면, 오히려 긴장해서 나도 모르게 버릇이 나올 수 있다. ‘그녀는 부른다’ 이후 집중을 하되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산타바바라’를 보는 분들이 ‘저 사람 정말 수경 같다’고 느꼈으면 하는 욕심은 당연히 있었다.

Q. 그게 연기가 재밌어졌다는 의미인 건가. 가령 예전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소화하기에 바빴다면, 지금은 어떤 역할이든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건가.
윤진서 :
자유로워진다고 해야 할까. 집중도도 높아진 것 같다. 지금까지 영화를 해 오면서 너무 힘들었던 영화도 있었고, 포기하고 싶었던 영화도 있었다. 확신 없이 찍었던 것도 있고.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모습이 튀어나오는데, 관객 입장에서 내 영화를 봤을 때 재밌더라.

Q. 본명인 수경으로 불리는 것도 어떤 면에선 큰 의미겠다.
윤진서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처음부터 나를 놓고 쓰셔서 이름을 수경이라 했고, ‘이리’는 아예 진서다. 주로 캐스팅되는 영화들이 ‘내가 아니면 안 되는’, 확실히 내가 해야 하는 영화에 주로 캐스팅되는 것 같다.

Q. 아. 그럼 수경에 대한 특별한 의미는 덜하겠다. 그렇더라도 여러 감독이 윤진서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윤진서 :
행복하다. 그래도 그 행복은 잠깐인 것 같다. 내 이름으로 시나리오가 나오고, 영화가 만들어져도 배우란 직업은 위태롭다. 매번 영화를 찍고, 개봉할 때 되면 항상 불안하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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