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영화는 ‘두 사람이다’ 이후 8년만이에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요?
청순하다. 발랄하다. 단아하다. 여성스럽다. 아마도, 당신이 김소은하면 떠올릴 단편적인 이미지들. 우리가 잘 모르는 김소은은 말한다. “저, 털털해요!” 공포영화 ‘소녀괴담’을 들고 나온 김소은을 만났다.
김소은: 그러니까요.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드라마 일정 때문에 시간이 안 맞는 것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드라마 ‘마의’ 끝나고, 영화 ‘현기증’과 ‘소녀괴담’을 연달아 찍었어요. 영화를 하고 싶다 하고 싶다 하다가, 연달아 두 작품을 하니까 뭔가 해 낸 느낌이 들어요. 원하던 걸 가진 느낌이랄까요.
Q. 드라마와 영화중에 조금 더 전력투구 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김소은: 아니요. 둘 다 좋아요. 드라마를 하다 보면 영화가 하고 싶고, 영화를 하다 보면 드라마가 하고 싶어지죠. 영화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서 편해요. 팬들과의 소통에 있어 반응이 빠른 건 확실히 드라마고요.
Q. 반응들은 인터넷으로 살펴봐요? 가령, 검색창에 김소은을 쳐본다거나.
김소은: 아우, 그럼요. 매일 매일 검색하는 걸요. 하하하. 인터뷰 후에는 사진이 잘 나왔나 확인하고, 댓글도 보고 그래요.
Q. ‘악플’이 많지 않은 배우인 걸로 알아요.
김소은: 심한 ‘악플’은 없지만 부정적인 댓글도 꽤 있어요.
Q. 가령?
김소은: ‘얘는 매일 비슷한 작품만 하네’ 하는 댓글들? 왜 댓글 옆에 ‘공감’ ‘비공감’ 누르기가 있잖아요. 불리한 댓글에는 ‘비공감’을 눌러요. 소심한 복수를 하는 거죠. 하하하.
Q. 2005년 ‘자매바다’ 아역을 시작으로 김희선 채시라의 아역 연기를 했어요. 그런데 아역 이미지가 많지는 않은 느낌이에요.
김소은: 다른 아역 출신 친구들보다 늦게 시작해서 그래요. 연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했으니, 빠른 건 아니었죠. 시간의 텀을 둔 것도 아역 이미지를 벗는데 주효하지 않았나 싶어요. ‘두 사람이다’ 끝나고 2년을 쉬었어요. 그때는 대학교를 가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공백기 동안 수능도 보고, 대학도 가고… 그러다가 1학년 2학기 때 연기로 복귀했죠.
Q.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어땠어요? 어린 마음에 ‘내가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특별하구나’하는 생각은 들지 않던가요?
김소은: 저는 오히려 더 평범하려고 노력했어요. 선생님과 부모님으로부터 “너는 많은 시선을 받는 만큼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얘기를 귀에 딱지가 들어앉아도 들었어요. 그 말이 마음에 박혀서, 늘 반듯하려고 했어요. 교복도 줄여 입는다거나, 지각을 한다거나, 수업시간에 존다거나… 그런 건 꿈도 꾸지 않았던 것 같아요.
Q. 부모님이 엄격하신가 봐요.
김소은: 욕심이 많으세요. 공부 안 하고 연기만 하면 안 되겠냐고 투정도 부려봤는데, 어림없었어요. “공부 안 하려면 둘 다 때려치워라!” 그러셨죠.
Q. ‘소녀괴담’은 공포도 공포지만, 학교 내 ‘왕따’와 방관자 등에 문제제기를 하는 영화에요. 그런 친구들 본 적 있어요?
김소은: 저희 학교에는 왕따가 없었어요. 제가 못 봤을 수도 있지만, 없었던 걸로 알아요. 제가 초등학교 중학교 1회 졸업생이에요. 고등학교는 4회 졸업생이었고요.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 아파트 단지 내에 학교가 생긴 경우거든요. 그러다보니 학교 아이들도 모두 아파트 친구들이어서 친했어요.
Q. 선배가 없었겠네요. 선후배 간의 관계도 늦게 경험했을 테고요.
김소은: 네. 그래서 대학(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가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촬영장에 가면 제가 막내일 때가 많았는데, 다들 동생처럼 예뻐해 줬어요. 그렇게 예쁨을 받다가 대학에 갔는데, 완전 다른 세상인 거예요. 선배들이 굉장히 엄격했어요.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도, 동기 한 명이 잘못하면 30명 모두가 엎드려뻗쳐 하고, 머리 박고, 기합 받고… 충격적이었어요.
Q. 이젠 적응이 됐어요?
김소은: 적응이 될 때 즈음 제가 휴학을 해서…하하.
Q. 무섭고 엄한 선배, 어때요?
김소은: 저는 사실 별로…하핫. 그때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Q. 선후배간 엄격한 위계질서는 중대 연영과의 전통 아닌가요?
김소은: 맞아요. 그런데 그것도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인사를 안 하면 기합 받고 그랬는데, 지금은 많이 약해졌다고 들었어요.
Q. ‘꽃보다 남자’에서 연기한 가을은 어른스러운 면이 있는 캐릭터였어요. ‘소녀괴담’도 그렇고, 많은 드라마에서 ‘일찍 철이 든 캐릭터’를 연기했네요.
김소은: 그러고 보니의리 있는 침구로 많이 나왔네요. 실제로도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이긴 한데, 대신 너무 냉정하게 얘기해서 친구들이 가끔은 싫어하기도 해요. 하하하. 저는 친구라고 해서 무조건 감싸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쁜 점도 정확하게 얘기해 주는 게 친구 같아요.
Q. 안 그래도 마냥 연약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자기주장이 강한 것 같아요.
김소은: 하하하. 말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여성스러운 줄 아세요. 그런데 실제의 저는 많이 털털해요.
Q. 털털한데 청순녀로 오해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인가요?
김소은: 기분 좋은 일이에요. 그런 의외의 면을 제 팬들은 많이 좋아해줘요.
Q. ‘소녀괴담’의 귀신은 두 개의 다른 자아를 지니고 있어요. 살다보면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김소은은 어때요? 스스로에게 새삼 놀라게 되는 면이 있다면?
김소은: 승부욕? 승부욕만큼은 남들보다 강한 것 같아요. 하나를 시작하면 주구장창 그것만 파요. 끝까지 물고 늘어지죠. 책임감도 강한 편이고요. 공부할 때도 승부욕이 많았어요. 그래서 촬영장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Q. 작품은 직접 선택해요?
김소은: 네. 캐릭터 위주로 많이 봐요. 평소 하고 싶었던 캐릭터나 잘 할 수 있는 캐릭터 위주로 보는 편이에요.
Q. 잘 할 수 있는 캐릭터와 하고 싶은 캐릭터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요?
김소은: 음…하고 싶은 거? 그게 가장 우선인 것 같아요.
Q.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어떤 거라고 생각해요?
김소은: 밝고 톡톡 튀는 캐릭터. 가령 ‘마의’의 숙휘공주 같은.
Q. 하고 싶은 캐릭터는요?
김소은: 제가 몸 쓰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영화 ‘콜롬비아나’에서 조 샐다나가 연기한 여전사 같은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어요. 어릴 적에 또, 스키선수였어요. 스키를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광고 모델을 하면서 인생이 바뀌었죠.
Q. 어린 나이에 접한 연예계는 어땠어요?
김소은: 너무 이상했어요. 땡볕에서 고생하고, 밥도 잘 못 먹고, 화장실도 잘 못 가고. 집에 오면 녹초가 돼서 쓰러지기 일쑤였죠. 그래서 중간에 그만 하고 싶다고도 했는데, 힘들어도 재미있는 걸 아니까 다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Q. 필모만 놓고 보면 연기를 하는데 큰 부침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김소은: ‘두 사람이다’ 이후 몇 년간의 공백 기간? 힘들었다기보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당장은 공부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현장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마음을 졸였어요. 배우활동을 열심히 하는 대학 동기들을 보면서 ‘나도 빨리 현장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Q. 배우는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직업이라, 그런 면에서 멘탈이 강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소은: 맞아요. 중요해요. 다행히많이 긍정적인 편이라 그런 부분에서 잘 넘어가고 있어요.
Q. 요즘 가장 두려운 게 있다면요? 무서운 거 말고요.
김소은: 저는 두려운 게 별로 없어요. 고민 자체도 잘 안 하려고 하고요. 고민을 하면 잠이 안와서 그게 싫어요. 그래서 고민을 잘 안 해요.
Q. 조절이 돼요? 고민이라는 건, 안 하려고 해도 드는 거잖아요.
김소은: 그러니까, 고민이 오면 빨리 해결을 해 버려요. 노트에 계획표를 그린 다음에 ‘이것은 장점, 저거의 단점’ 점수를 쭉 매기고, ‘아 이게 1점 높네? 이걸로 결정!’ 그런 식이에요.
Q. 진짜, 이성적인 방법이네요.
김소은: 칼 같은 면이 있어요.
Q. 그렇다면 이성적인 김소은은 언제 가장 많이 풀어져요?
김소은: 친구들과 음주가무를 즐길 때? 하하. 일할 때만큼 놀 때도 확실하게 놀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갇혀 있으면 안 좋잖아요. 그래서 쉴 때는 많이 풀어지려고 해요.
Q. 일할 때와 일상을 분리해 두는 편이네요.
김소은: 네. 일상에서도 완벽한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지는 않아요. 평소에는 평범한 소은이? 그냥 내 모습? 내가 하고 싶은 거? 그렇게 지내요. 가령 요가도 하고, 좋아하는 영화도 보고, 친구들과 한강에 가서 ‘치맥’도 마시고. 평소의 저는 또래친구들과 다를 게 없어요.
Q. 2005년 데뷔했으니, 지금 9년차인가요.
김소은: 내년에 10년이 되네요. 와,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그렇게 시간이 안 가더니, 지금은 두 세배로 흐르는 것 같아요.
Q. 10년 후의 김소은은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김소은: 결혼을 하고, 제2의 연기 인생을 펼치고 있지 않을까요?
Q. 10년 후, ‘소녀괴담’를 꺼내보면 무슨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김소은: 내가 저렇게 풋풋했구나!?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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