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오빠들로 더욱 뜨거워진 여름이다. 브라운관도 스크린도 오빠들이 꽉꽉 채우고 있다. 돌아온 오빠들이 쌓인 세월만큼의 관록으로 떵떵거리고 있는 반면, 풋풋하여 더없이 아름다웠으나 어딘지 어리숙한 연하남들은 오빠들의 위세에 잠깐 주춤하는 처지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셀레브리티 뉴스의 가치를 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와 활기, 지혜와 신뢰를 줄 수 있는 안내(guide)로 꼽았다. 그런 면에서 존재 자체로 묘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연약한 숙명을 지닌 연하남들보다 긴 세월을 우리와 함께 살아 교훈적 영감마저 제공해줄 수 있는 든든한 오빠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셀러브리티다. 물론, 이 자리에서 꼽게 된 오빠들은 그들 중에서도 최고의 오빠들이다.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운널사)는 방송 전부터 소문이 들끓었다. 방송 이후 사실로 입증된 루머(?)의 내용은 장혁이 제대로 터뜨리고 말 것이라는 점. 원작 대만 드라마에서는 다소 밋밋하게 표현됐던 이 작품의 남자주인공은 사실 그간 숱하게 반복된 완벽한 재벌2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장혁은 찬란한 색감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물들여 빤한 재벌2세의 연장선상에서 멀어졌다.

드라마 ‘추노’나 ‘뿌리깊은 나무’에서 도드라지는 캐릭터 연기를 보여준 그는 어느 새 로맨틱 코미디에서조차 단순히 멋있기보다는 캐릭터성이 강한 남자주인공이 선호받는 시대에 걸맞은 표현을 보여주게 됐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추노’와 ‘뿌리깊은 나무’는 작품의 무게감이 상당한터라, 전작들에서 보여준 강렬한 캐릭터성은 희화화보다 카리스마에 가까웠다. 전작과의 확연한 차별은 배우로서 그의 능력을 입증하는 대목이 된다.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가야하는 그의 지난 로맨틱 코미디와 명백한 차별을 두는 과정에서 그의 내공이 드러났고, 현 시대에 유행하는 남자주인공으로도 충분히 변신할 수 있는 유연성도 입증되었으니 말이다.

장혁이라는 배우가 표현하는 드라마 ‘운널사’ 속 이건은 극의 활력을 살리면서 또한 극의 깊은 감성을 완성시킨다는 점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결정적 순간에 드러나는 캐릭터의 깊이는 배우가 지난 세월 쌓아온 신뢰에서 비롯된다. 기본적으로 안주하지 않으려는 성미를 지닌 열혈노력파 장혁은 지금도 여전히 현장에서 가장 진지하고 가장 열성적인 배우로 꼽힌다. ‘멋지며 웃긴 남자’ 이건에 이어 냉혹한 야심가로 등장해 또 한 번의 반전을 예고하는 그의 차기작인 영화 ‘순수의 시대’ 안상훈 감독은 “장혁은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인 배우다. 그러면서도 순수한 배우”라고 인상을 전한다.

현장에서 늘 ‘열정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장혁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최근 1년만 돌이켜봐도 그가 대중 앞에 선보인 작품은 드라마 2편(아이리스, 운널사), 영화 2편(감기, 가시), 예능 1편(진짜 사나이)이다. 소속사 측은 “장혁의 휴식은 차기작을 준비하는 기간”이라며 “그만큼 쉴틈없이 꾸준히 작품을 한다”고 전했다. 또 소속사는 “장혁은 기본적으로 안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다양한 작품을 쉴틈없이 하면서 늘 다음 작품에서는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노력의 내용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헤어나 의상 등 연기 외적인 요소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연기의 내용을 충실히 채우는 것에 집중한다. 대본을 완벽히 숙지해 상대의 대사를 다 외우기도 하며, 캐릭터의 상황, 성격 등을 깊이 연구한다”고 전한다.

데뷔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장혁은 내면의 순수하고도 거침없는 에너지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며 그것을 꽤나 촘촘한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돌아온 오빠는 그렇게 노력하는 예술가의 가치를 굳건히 세우며 타인의 귀감으로 존재한다. 물론 매력을 잔뜩 끼얹은 채.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넘버쓰리픽쳐스/페이지원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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