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바람둥이 기질을 지닌 추리소설 작가 장재열(조인성)은 수건 하나도 ‘깔맞춤’으로 정리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증 소유자임에도 가장 가까운 친구와 애인의 배신은 눈치채지 못한다. 정신과 전문의 지해수(공효진)는 숱한 환자들에게 헌신적인 모습을 잃지 않지만 정작 섹스를 비롯한 관계 기피증을 지닌 자신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해수의 선배이자 첫사랑인 조동민(성동일)은 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정신과 의사로 겉보기에는 멀쩡해보이지만 수십 년간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여기에 카페 종업원인 박수광(이광수)은 긍정적인 성격에 시크한 매력을 겸비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병증을 지니고 있다.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증상이 나타나는 투렛증후군 환자인 것.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얘기다.
이 ‘이상한 사람들’이 얽히고 설킨 인연으로 한데 모여 살면서 나누는 대화는 더욱 가관이다. 거침없이 서로에 대해 직설적이고 성과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수위 높은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극 전개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이야기 구조도 아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깔려 있는 복선과 이후 전개 과정에 대한 힌트는 눈치껏 알아서 잘 찾아내야 한다. 평일 지상파 방송 프라임시간대 드라마로는 왠지 불친절하면서도 낯설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이상한 건 보면 볼수록 조금씩 TV 앞으로 몸이 숙여지면서 드라마에 빨려들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점이다. 무엇이 그런 끌림을 가능하게 했을까.
바로 섬세하게 느껴지는 ‘공감지수’다. ‘괜찮아 사랑이야’가 제시하는 ‘이상한 사람들’은 실은 어딘지 늘 결핍돼 있다고 느끼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작품은 묻는다. ‘과연 당신은 자신의 삶에 얼마나 솔직하십니까?’라고.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얼마나 ‘괜찮은 척’ ‘멋있는 척’ 스스로의 문제에 눈감아왔는지. 아니면 진심으로 맞대면하려고 노력해왔는지, 혹시 맞서려는 용기를 모른척 하거나 다른 것에 대한 집착으로 대체하려하지는 않았는지를 끈질기게 묻고 또 묻는다.
작품 속 ‘이상한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 로맨틱한 남자의 표상인 장재열은 어린시절 어머니를 폭행하던 의붓 아버지와 그에 맞서던 형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현재의 그가 지닌 강박증과 불안도 어렸을 적 사건에서 기인한다. 지해수 또한 유년시절 어머니의 불륜을 직접 목격한 후 ‘섹스는 더러운 것’이라는 잠재의식에 심어진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겉보기에는 모두 ‘괜찮아’보이는 이들도 실은 모두 해결되지 않은 자신들의 문제로 괴로워하고, 서로 조금씩 소통하면서 치유해 가는 방법을 깨달아간다.
극중 지해수가 성기 그리기에 집착하는 어린 환자에게 그 이유를 묻자, 어머니의 불륜을 목격한 후 나름의 돌파구로서 그림그리기를 시작했다는 솔직한 고백을 들은 후, 비슷한 과거를 지닌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가의 기획의도가 말해주듯 남과 다른 나를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과 이를 반영하듯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해보게 된다. 전작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을 통해서도 이 문제에 천착했던 노희경 작가의 문제의식은 이번에도 동일해 보인다.
다양한 인물들의 각기 다른 사연 속에서 종종 언급되는 성에 대한 솔직한 표현은 가족들이 함께 보는 평일 오후 10시대 지상파 방송 드라마로는 아직 생경할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상투적인 설정이나 시청률을 의식한 롤러코스터적인 이야기 전개에 의존하는 최근 드라마 경향 속에서 ‘괜찮아 사랑이야’는 한국 드라마에서 처음 보다시피한 ‘이상한 사람들’을 통해 직설적이지만 섬세하게 인간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치유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는 점이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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