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운 긴 공백기 이후 박시연이 돌아온다박시연은 담담했고, 확고했다. 1년 10개월 만의 복귀. 불미스러운 일로 기약 없는 쉼표를 찍어야 했던 그는 생각보다는 빨리 복귀를 알릴 수 있게 됐다고 스스로 말한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오는 9월 선보이는 드라마 ‘최고의 결혼’ 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박시연은 메인 뉴스 간판 앵커로 승승장구하던 차기영이라는 여자가 비혼모라는 결코 쉽지 않은 인생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씩씩한 여정에 이끌렸고, 겁이 났지만 결국 복귀를 마음먹게 됐다고 했다.
이야기를 하며 박시연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분명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 결국 배우인 만큼 연기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마음먹었다며, 모든 에너지를 일에 쏟고 있는 자신의 근황을 들려줬다. 실수를 인정하고 깨끗하게 사과한 뒤, 노력하는 그녀에게 더 이상 쓴 소리를 뱉을 수는 없을 듯하다.
과연 보이지 않던 시간은 박시연이라는 배우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우리는 TV를 통해 달라진 그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까.
그가 맡은 차기영은 비혼을 선택하는 여자다, 왜 그런 선택에 이르게 됐을까
Q. 오랜만이네요. 이렇게 다시 돌아온 소감은 어떤가요.박시연 : 쉬면서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날도 오겠지’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이렇게나 빨리 돌아오게 될 것이란 생각은 저 스스로도 못했어요. 제작진이 시놉시스와 대본4부를 주셨는데, 순간 덜컥 겁을 먹기도 했지만 읽어 내려가면서 점점 차기영이라는 여자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만 굳어지더군요. 살면서 기회라는 것은 그리 많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Q. 촬영은 들어갔나요?
박시연 : 월요일(21일)에 촬영을 시작했고, 금요일(25일)에 또 찍어요. 차기영의 직업이 아나운서인데, 1회 1신부터 아나운싱을 하는 장면이었죠. 작품 들어가기 전 SBS 유경미 아나운서로부터 발음, 발성, 아나운서 특유의 톤들을 배웠어요. 매일 보는 뉴스인데 막상 하려니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요즘은 뉴스를 봐도 내용보다 손짓, 표정은 어떻게 하는지 아나운서들을 세세하게 뜯어보게 됐어요.
Q. 요즘 아나운서들은 어떻던가요. 직접 연기해보니 기존에 가졌던 선입견과 다른 점을 혹시 발견하진 않았는지.
박시연 : 연기할 때도 딕션은 중요하지만, 단음과 장음까지 신경 쓰면서 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아나운서들은 세세하게 다 신경 쓰면서 발음하더라고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 일단 제 입장에서는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의외라고 여겼던 것은 요즘 아나운서들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기도 하고, 웨이브까지도 한다는 점이었어요. 과거와 달리,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한다고 들었어요. 또 흔히 아나운서 하면 도도하고 차분할 것 같은데 다 똑같은 사람이라 서로 질투도 한다더라고요. 재미있었어요.
행복한 결혼생활 중인 박시연이지만 기영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Q. 오랜만에 일을 다시 하게 됐는데, 처음 연기할 때 어떤 기분이던가요.박시연 : 노민우 씨와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신이었어요. 참, 그러고 보니 두 번째 만난 날 키스신을 찍었네요, 하하. 음, 일단 떨렸어요. 하지만 워낙에 테스트 촬영과 리딩을 많이 한터라, 연기를 오랜만에 해서 떨렸던 것은 아니었고 다시 돌아온 현장 자체가 너무 벅차 떨렸던 것 같아요. 데뷔하고 지금까지 쉼없이 달려왔다가 본의 아니게 긴 공백을 갖게 됐었죠. 매일 일을 할 때는 소중한 줄 몰랐던 것들이 다시 각별하게 다가오기 시작하는 요즘이에요. 일 하는 현장에 가면 늘 있던 스태프나 작게는 제가 드라마에 들어가기 위해 의상, 헤어 등을 의논하던 스태프까지도 모두 새삼스러워요. 돌아오고 나니, ‘나 정말 그리워했구나. 내게 너무나 소중한 것 들이었구나’라고 느끼고 있어요.
Q. 그렇게 다시 돌아온 지금, 행복한가요.
박시연 : 행복해요. 다만 쉴 때는 24시간 함께 하던 아이를 이제는 자주 보지 못하게 됐어요. 아이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한 시간이라면 그 시간 동안은 24시간의 열정을 쏟게 되죠. 그러니 활력소도 되는 것 같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계기도 돼요.
Q. 그런데 차기영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매력적이었나요.
박시연 : 처음 대본을 읽을 때 느낌은 ‘재미있다’였고, 다시 읽으면서 어쩌면 그녀의 상황과 내 상황이 비슷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성격은 다르지만, 우여곡절을 겪는 와중에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 공감이 됐거든요. 특히나 아이를 낳고 나서 그 전에는 막연했던 모성을 확실히 느끼게 됐는데, 그런 대목에서 가장 많이 흔들렸던 것 같아요.
Q. 차기영은 연인과 사이에서 임신을 하지만 결혼을 택하지 않는 비혼모로 설정이 되어있죠. 하지만 드라마 제목은 아이러니하게 ‘최고의 결혼’이에요.
박시연 : 차기영은 일에 온 열정을 쏟아 9시 뉴스 앵커 자리까지 올랐다가 아이를 가지게 되죠.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겠다 선택하게 되고, 그러면서 사회적 편견과 싸워야 돼요. 여자로서 힘든 선택일 수 있지만 드라마 안에서 왜 그녀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가 잘 그려져요. 들여다보면 꽤 무거운 이야기이지만, 무겁지 않게 표현되어 있고요. 여자들이 자신의 일을 존중해주는 남자를 만나기도 어려운데, 만약 만났다하더라도 임신과 출산을 하는 기간 동안은 조직에서 뒤쳐지게 되잖아요. 이 이야기는 사회적으로도 늘 이야기되는 주제지만, 조직과 여성의 입장 모두 쉽게 좁혀지지 않는 문제죠. 끝없는 이야기예요. 드라마가 바로 이런 부분을 건드리게 돼요.
Q. 그래서 결국 드라마는 ‘최고의 결혼’을 제시하게 되는 거군요.
박시연 : 기대하셔도 좋아요. 굉장히 파격적이에요.
Q. 그나저나 박시연 씨가 생각하는 최고의 결혼은 뭔가요.
박시연 : 전 실은 보수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인지 하루하루 연애할 때처럼 스펙타클한 것보다 평안한 일상이 더 좋아요. 남편도 퇴근하면 집에 와서 가족과 밥 먹고 눈에 보이면 쓰레기도 버려주는 사람이라, 잘 맞아요.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에 제게는 최고의 결혼이에요. 요즘도 아기 재워놓고 남편과 와인 한 잔 하는 시간이 그렇게 즐거워요. 소박하죠?
그리고 박시연은 ‘그 일’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Q. 참, 이번 복귀에 남편은 어떤 의견을 이야기했나요. 아무리 일을 존중해주는 사람이더라도, 집에 있는 아내에 익숙해졌다면 어쩌면 반대를 했을 것 같기도 한데.박시연 : 일을 하면서 남편을 만났고 결혼하고도 ‘감기’나 ‘착한남자’ 등 작품을 계속 했어요. 제 일을 존중해주는 사람이죠. 이번에도 제가 고민을 하고 있으니, ‘네가 선택하는 것을 100% 존중할게’라고 말해줬어요. 큰 힘이 됐어요. 만약 남편이 ‘애가 9개월인데 어디 나가서 일하려고 해’라고 했다면 전 못했을 거예요.
Q. 든든한 남편이네요. 그런데 쉬는 1년여의 시간이 물론 괴롭기도 했겠지만, 어떤 측면에서 보면 재충전의 시간,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도 작용했을 것 같아요.
박시연 : 맞아요.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확실히 됐죠. 그리고 공백기를 가진 만큼 변해야한다는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 연기학원도 다녔어요. 리딩할 때도 한 번이라도 더 하자고 하고요. 그렇지만 ‘나 노력했으니 알아주세요’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판단은 시청자분들의 몫이죠. 다만 저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Q. 지금 마치 초심으로 돌아온 듯한데, 이런 마음을 잃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할테고요.
박시연 : 데뷔하고 10년 동안 매니저, 소속사는 물론,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한 번도 안 바뀌었어요. 그만큼 잘 맞아서 그런 것이긴 하지만, 이번에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평생 함께 하고 싶어요. 그런 한편, 과거에는 늘 아이와 함께 있어서 몰랐는데 아이와 보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하죠. 2년 가까운 시간이 제게 힘도 들었지만, 지나간 시간을 놓고 후회만 할 수는 없잖아요.
Q. 공백기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박시연 : 제가 한 실수였어요. 누구를 탓할 것도 없고, 실망을 안겨드려 한없이 죄송한 마음이었어요. 그러니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들이었죠. 마침 아이도 낳았고 그 때 그 때 충실하며 살아갔어요. 내가 선택한 시간은 아니었고 막연히 기다리는 마음이었지만, 연기에 대해서는 실은 생각을 조금은 내려놓았어요. TV도 치웠어요. 아이가 이제 걷기 시작하는데 TV를 자꾸 봐서 그냥 치워버렸어요. 게다가 전 기계치라 SNS도 못해요. 아예 다 끊고 살았죠. 어쩌면 그랬기에 기회가 왔던 것일 수도 있어요. ‘언젠가는 오겠지. 열심히 살고 있자’라는 생각으로 살아갔거든요.
Q. 끝으로, ‘최고의 결혼’은 왜 박시연이라는 배우를 선택한 것일까요.
박시연 : 그러게요. 왜 저였을까요? 사실 물어보지 않았어요. 제 추측으로는 역할과 잘 맞을 것 같고 마침 아이도 낳았기에 그런 것 아닐까 할 뿐이에요. 그런데 요즘 제 또래 여자분들 중에 정말 기영처럼 결혼은 하기 싫은데 아이는 낳고 싶다거나, 혹은 결혼은 하고 싶은데 아이는 낳기 싫다는 이들이 많다는 것에 새삼 놀라는 요즘이에요. 물론 모두가 꼭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점점 변화하는 사회인식이 놀라운 거죠. 그런 면에서 저희 드라마가 제시하게 될 결말을 기대해주세요.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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